열심히 회사를 다니고 있지만 언제나 퇴사를 품고 있다.
열심히 다니는 이유는 가족의 생계가 달렸기 때문이고 퇴사를 품은 이유는 인간답게 살기 위함이다.
모순적인 두 이유 중 언제나 우선순위는 가족의 생계다.
제출하지 못하는 운명을 가진 나의 사직서는 늘 가슴 포켓에 들어있다.
직장 생활이 적성에 맞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만 그것이 내 삶에 독이 된다면 계속 다니는 게 맞는지 매일 의문을 품는다.
출근 준비부터 정화된 내 생각은 조금씩 더럽혀지고 퇴근시간에는 완전한 구정물이 된다.
직장 생활하면서 좋은 마음을 품고 사는 것이 이렇게 힘겨운 것인가를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다.
항상 구정물 상태여서 몰랐던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살아가고 있으니 아무 생각 없이 휩쓸려 살았다.
퇴근 후 집에 오면 더럽혀진 생각을 여러 필터로 정화하는 데 노력을 기울인다.
나를 찾는 시도들을 하면서 다른 세상도 있을 거라는 미련을 갖게 한다.
하지만 언제나 우선순위인 가족의 생계가 해결되지 않으면 어딘가에 있을 다른 세상은 미련으로만 남을 수밖에 없다.
월급에 맞춰 돌아가는 가족들의 생활은 월급이 끊기는 순간 바로 멈춘다.
그래서 나는 굴레를 쓰고 있는 소와 같이 오늘도 묵묵히 밭을 갈아야 한다.
채찍에 찍히고 돌부리에 발을 다쳐도 상관없다.
다만 생각이 더럽혀질 수밖에 없는 치열함을 피하고 싶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