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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래너앤라이터 Oct 16. 2024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를 읽고


개그맨 김영철 씨의 추천으로 스토너를 구매하고 읽기 시작했다. 초반의 지루한 전개로 읽을 때마다 졸음이 쏟아졌다. 챕터 2를 채 읽지 못하고 책장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러다 우연히 스레드 친구의 스토너를 추천하는 글을 읽게 됐다.



-스레드 친구(하티님)의 글-


내가 아는 사람 얘기해 줄게~�


읽으면서 지인 이야기, 내 이야기가 있어서 공감이 정말 많이 됐어.


너무 몰입되는 바람에.. 억지로 속도 조절하며 읽은 책이야.


우리의 모습이 많이 담겨있더라구.


이 소설에서 얻은 한 문장은 “넌 무엇을 기대했나?” 였어.


읽은 스친들이 있다면 마음에 남은 문장이 뭐일지 궁금하다�


아직 안 읽은 스친있으면 <스토너> 꼭 읽어봐~�


스레드 친구의 글에 댓글로 스토너를 읽고 독후감을 쓰겠다고 공언을 했다. 스토너를 다시 꺼내어 사흘 만에 완독했다. 완독을 하고 나서 처음에 지루함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소설은 물의 온도에 비유하면 미지근하다. 왜냐하면 스토너라는 주인공은 우리 사회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어찌 보면 재미없고 특징이 없는 사람이다. 그러나 작가는 그 평범한 주인공을 평범하지 않는 존재로 그리고 있다. 읽는 사람마다 어떤 질문을 품고 읽느냐에 따라 얻는 게 달라지는 책이다. 


가난한 시골 농부의 아들로 자란 주인공은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에 진학을 한다. 대학에서도 성적이 좋아 대학원까지 수료하고 교단에 선다. 그의 삶은 그저 그런 평범한 교수의 삶이다. 그러나 평범한 속에 비범함이 있다. 주인공은 교수라는 것을 단지 돈을 버는 직업으로 생각하지 않고 자신 삶의 소명으로 생각한다. 살아가는 또는 존재하는 이유이다. 


주인공 스토너는 어떤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차분한 마음을 유지한다. 책이 지루하게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스토너는 결혼을 시작으로 삶이 고달파진다. 결혼 초기 아내에게 최선을 다하지만 자신과 전혀 다른 가치관을 가진 아내와 사랑이라는 감정을 나눌 수 없음을 깨닫는다. 하지만 아내를 멀리하거나 배척하지 않고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한다. 


아내에게 사랑을 느끼지 못한 그에게 어느 날 사랑이 찾아온다. 유부남의 일탈인 바람을 피우게 된다. 그가 핀 바람은 천해 보이지 않았다. 도덕적 관점에서 그릇된 행동이지만 그의 사랑은 순수했다. 스토너는 데미안에 나오는 자기 안에서 솟아나는 그것을 행하며 사는 사람이었다. 일뿐만 아니라 사랑에 있어서도 그랬다. 스토너를 읽으며 톨스토이의 <이반일리치의 죽음>과도 연결되었다. 스토너는 이반 일리치의 죽음에 나오는 마땅히 살아야 하는 삶을 사는 사람이었다. 다른 사람의 비난과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절대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신념대로 사는 사람이었다. 


암에 걸려 고통을 겪으면서도 그의 삶은 요동치지 않았다. 매일 해야 될 일을 하고 있었으며 사는 날까지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내려고 했다. 죽음 자체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죽음에 태연할 수 있었던 것은 매 순간 자신의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후회나 미련이 남지 않았기에 죽음이 전혀 두렵지 않았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는 스토너의 삶을 통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큰 울림을 주는 작품이었다. 


스레드 친구가 뽑은 스토너에서 건진 한 문장은 ‘넌 무엇을 기대했나?’였다. 나는 스토너를 읽으며 멈춘 문장이 여러 개 있다. 문장들이 하나같이 생각에 잠기게 만드는 보석들이라 그중에서 하나를 뽑기가 어려웠다. 그래도 하나를 뽑는다면 나는 이 문장을 뽑겠다. “ 젠장, 빌, 인생이 너무 짧아.” 


자신의 신념대로 자신이 좋아하는 것만 하며 살았는데도 스토너는 인생이 짧다고 했다. 그런데 우리는 자신이 원하지도 좋아하지도 않는 일을 하며 인생의 대부분을 보낸다. 그런 우리에게 인생은 더 짧지 않을까? 앞으로 남은 인생이라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죽는 날까지 나에게 집중하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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