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위한 처방전 / 한수남

by 한수남


돋아나는 흰머리를 억지로 검게 물들이지 말고

적당히 가꾸시는 걸 추천합니다


작은 글씨는 안경을 벗는 것이 더 잘 보이신다니

노안을 인정하는 게 좋겠습니다


비 오기 전 무릎이 먼저 신호를 보내오면

무릎을 당겨 조금 문질러주세요


어딘가로 떠나고 싶지만

마땅히 갈 곳은 없을 겁니다. 그럴 때는

그냥 자신에게로 추억여행을 떠나세요.


운명이라 생각되는 것에는

더 이상 토(吐) 달지 마시고,


끝까지 놓고 싶지 않은 것 하나는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라 하셨나요?


그것 좋네요,

너무 애를 쓰거나 속 썩지는 않으면서

사람을 사랑하는 일


사람을, 사랑하는, 그 일.


카스파르 다비트 프리드리히, <창가의 여인> 1822년.





이전 11화겨우, 기어코 / 한수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