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힘든 당신에게
"사는 게 힘들어요."
어디선가 들어본 말이지 않은가? 누구에게 들어봤는가? 그 사람은 친구인가, 가족인가, 동료인가. 혹시 나 자신은 아닌가? 그렇다면, 아직도 듣고 있는가.
듣기 좋은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철학자들의 책을 읽다 보면 "삶은 고통이다."라는 말을 자주 접한다. 그중 가장 유명한 건 쇼펜하우어일 것이다. 쇼펜하우어는 대체 왜 삶을 고통이라고 이야기했을까?
그의 대표적인 저서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에서 그에 대한 답이 나온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인간의 욕망과 결핍 때문에 우리의 삶이 고통의 연속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욕망과 결핍을 채우면 이 고통 속에서 구원받을 수 있을까? 쇼펜하우어의 말에 의하면 그럴 수 없다. 인간은 하나의 욕망이 채워지면 곧바로 다른 욕구가 발생한다. 우리는 개미지옥의 함정에 빠진 개미처럼 끝없는 욕망의 지옥에 빠져있다.
아주 간단한 이야기를 들려주겠다. 한 남자가 자전거를 타고 출근을 하고 있다. 열심히 페달을 밟으며 앞으로 나아가지만 바로 옆 도로에서는 자동차가 쌩쌩 지나다니고 있다. 남자는 생각한다. '아, 나도 빨리 자동차를 타고 싶다.'
시간이 지나, 남자는 타고 싶었던 중고 자동차를 사게 된다. 과연 이 남자는 만족했을까? 장담하건대 만족하지 못했을 것이다. 자동차를 타고 싶다는 욕망을 채웠지만 도로 위 옆차를 보며 곧바로 이렇게 생각한다. '아, 나도 외제차 타고 싶다.'
우리는 마셔도 갈증이 해소되지 않는 바닷물을 마시는 것과 같다. 마실 수록 목이 마르고, 결국 죽어간다. 끝없는 욕망에 사로잡혀 계속 바닷물을 마신다면 우리는 죽어버릴지도 모른다. 알아채야 한다.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이 남자를 부러워하던, 그냥 걷는 사람이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이 걷는 사람도 알아채야 한다. 걸을 수 있는 자신을 보며 부러워하는 걷지 못하는 사람이 있었다는 것을.
인간의 욕망은 그 끝을 모른다. 쇼펜하우어는 이런 이유로 인간은 늘 고통 속에서 산다고 말했다. 역설적으로, 인간의 삶은 고통이기에 지금 당신이 힘든 것도 괜찮다. 대체 무슨 정신 나간 소리일까? 삶이 고통인데 왜 괜찮다는 것일까? 생각해 보라. 저 작은 이야기 속에서도 모두가 힘들어한다. 외제차를 타는 사람조차 다른 욕망이 없을까? 다른 걱정이 없을까? 빈자가 부자에게 말한다. 돈도 많은데 뭐가 힘들다는 거냐고. 어리석다. 고통의 종류가 지금 내가 겪고 있는 그 하나밖에 없을 거라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모두 나와 똑같이 고통을 걷고 있는 자들이다.
키가 크다, 다리가 길다, 몸집이 작다라는 말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가? 비교 대상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보다 키가 작은 사람이 있어야 내가 키가 크다는 말을 할 수 있으며 나보다 다리가 짧은 사람이 있어야 내 다리가 길다고 말할 수 있고 나보다 몸집이 큰 사람이 있어야 내 몸집이 작다고 말할 수 있다. 비교 대상이 없으면 우리는 우리를 정의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모두가 고통받고 있다고 말하면 어떠한가. 비교 대상 또한 고통 속에서 살고 있다면 나의 고통을 정의할 수 있을까?
혹자는 저 사람보다 내가 더 힘들다고 말한다. 하지만 개개인의 고통은 모두 같다. 내가 나온 군대가 가장 힘들고 내가 맡은 일이 가장 짜증 나고 내가 걸어온 길이 가장 힘들었다고 모두가 이야기한다. 물론 물질적인 것으로만 따지고 보면 더 힘든 상황이 맞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상황의 우리 마음은 모두 같았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고통은 고정수치로 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말을 잘 생각해 주기 바란다. 고통은 고정수치로 오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 지금 힘든 당신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은 다 잘될 거라는 듣기 좋은 말도 아니고 이 또한 지나갈 거라는 희망적인 이야기도 아니다. 그저 우리 모두가 힘들고 고통받는 삶을 살고 있다는 말이다. 당신의 비교 대상 또한 자신의 세계 속에서 고통받고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괜찮다는 것이다. 앞으로의 글을 쓰기 전에 이 말부터 해주고 싶었다. 괜찮다. 혼자 고통의 길을 걷는 것이 아니다. 옆에 우리가 있다. 이 지독한 고통의 길을 처음부터 함께 걷고 있던 것이다. 그러니 외로워하지 말기를. 그 늪 속에서 너무 오래 헤매지 말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