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로 짠 무늬

(일기) 뜨개질에 대한 단상

by 감자칩

한 코, 두 코.

코바늘의 길은 초심자에게 좀처럼 자비롭지 않다. 대바늘에 비하면 훨씬 혹독하고 험난하다.

대바늘은 너그러이 실수를 덮어주지만, 코바늘은 기어이 그 잘못을 세상에 드러내고 만다.


대바늘은 한두코 잘못 떠도 전부 풀 필요가 없다. 심지어 꽈배기 뜨기같은 무늬뜨기에서도 말이다.

하지만 코바늘은 다르다.

한 번의 잘못을 고치려면, 잘못 시작점에서부터 떠온 모든 줄을 풀어야 한다.

게다가 그 잘못 시작점을 정확히 찾아내는 일조차 초보자에겐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분명 10코로 시작했는데, 어느새 11코가 되어있다. 몇 줄 더 뜨다보면 이번엔 9코로 줄어있다.

내가 숫자를 못세는 걸까? 산수를 못하는 걸까? 하는 의심마저 든다.


풀고, 다시 뜨고, 또 풀고... 시작부분은 금세 손때로 꼬질꼬질하다.

운 좋게 실수의 위치를 정확히 알아낸다 해도, 이만큼 풀러서 다시 이만큼을 떠야한다는 아득함에 실수를 바로잡기도 전에 숨이 턱턱 막힌다.

결국 이정도면 괜찮다고 스스로를 달래며, 애써 실수한 곳을 넘어 코를 이어간다. 그러나 뜨개가 한줄한줄 늘어갈때마다 나는 계속해서 실수를 마주해야한다.


그 흠은 앞에서, 뒤에서, 심지어 옆에서도 눈에 띈다.

코바늘 뜨개를 계속하며 실수의 앞뒤 면을 번갈아보고,

한줄 두줄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그리고 멀어져가는 오점을 바라보게 된다.

'발견했을 때 바로 잡을 걸...'하는 후회와 함께 말이다.

이렇게까지 내 실수를 찬찬히 들여다보게 될 줄이야. 순간 아득하다.


문득 생각한다.

코바늘 뜨개의 이 잔혹함이,

실수를 바라보는 법을 단련해주는 정신수양을 위한 수련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이미 내뱉은 말. 저지른 행동. 지나간 시간. 상처받은 누군가(어쩌면 나).

되돌릴 수 없는 것들 속에서 내 과오를 다시 떠올린다.


실수 직면하기. 외면하지 않기. 숨(기)지 않기.

또 다시

한 코, 두 코.

한 줄, 두 줄.

뜨개를 이어가며, 지나쳤던 실수를 발견하고 그 의미를 곱씹는다.

바로 수습해야할 실수일까. 실수처럼 보이지 않게 할 방법이 있을까.

실수를 면면히 그리고 오롯이 바라보고, 톺아본다.

'내가 자주하는 실수네...왜 그랬을까.' 때로는 오답노트를 정리하듯 되짚는다.


아쉽게도 지나간 실수가 아름다워지지는 않는다.

올바른 코들 사이에서 유독 하나만 도드라지는 못남은 틀림없다.

그렇게 중간에 놓인 엇나간 코는 영구적인 무늬로 남는다.

그럼에도 실수는 실패가 아니라는 듯이 완벽하지 않아도 뜨개는 완성된다.


이렇게 나도 또 하나의 뜨개를 완성하듯, 미숙했던 나를 끌어안고 다음 페이지로 넘어간다.

그 흠이 오히려 손맛처럼 순간이 온다.

세상에 완벽한 뜨개 작품은 없듯이, 완벽한 삶 또한 없다는 것을 코바늘은 묵묵히 가르쳐준다.


언젠가 이 실수도 치기어린 날이 만든 고유의 무늬처럼 귀여워 보이겠지.

완성작이 늘어날수록 실수는 줄고, 수습은 유연해질 것이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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