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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롯이 단비 Aug 28. 2024

어쩌다 HRer

⑥ 나의 세 번째 회사 'IT 스타트업' 이야기

PART 8. 왜 스타트업이냐고요?


2년 공시생을 마무리하고 다시 이직 준비를 시작할 때 여러 고민이 들었다.

이전과 같이 중견기업 이상을 들어가는 게 좋을까?

아니면 새롭게 스타트업에 도전해 볼까?


나는 중견기업 이상의 규모에서 이미 구축된 시스템 안에서 개선해 나가거나

혹은 추가적인 프로세스를 정립해 왔다.


과연 내가 정말 아무것도 없는 '무'의 상태에서 '유'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이 생각은 나를 '스타트업'에 도전하게 만들었다.


PART 9. '네?? 그게 없다고요??'의 연속


스타트업, 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다음과 같았다.

#도전 #새로운 시장 #불안정함 #성장가능성


그리고... 스타트업에 입사한 후 새로운 키워드가 생겼다.

#그런 거 없음


'무'에서 '유'를 만들어보겠다며 호기롭게 도전한 스타트업.

그러나 내가 처음에 상상했던 것과는 정말 너무나도 달랐다.

예를 들면 '입/퇴사 프로세스', '증명서 신청 프로세스' 등과 같이 

너무나도 기본이라 생각했던 것들마저 아무것도 없던 것이다.


입사 첫날, 2시간 만에 인수인계가 끝났다.

첫 주동안 업무를 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은 바로

'뭐? 이게 없다고?? 말이 돼???'였다.


PART 10. 모래성을 만들기 위해, 모래부터 만들어갑니다.


시스템을 하나씩 만들어갔다. 

HR 안정화를 위한 데이터들을 수집하고, 프로세스를 구축해 나갔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히스토리가 없어 정보를 트래킹 하는 것에도 시간이 꽤 걸렸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시스템들을 구축해 나가면서 이해관계가 충돌하기도 했다.

끊임없는 커뮤니케이션이 진행되었다.


HR의 업무는 특성상 성과가 매출액처럼 가시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즉시 보이지도 않는다.

그래서 HR의 업무는 시간을 오래 지켜보는 중장기적 프로젝트들도 많다.


3개월, 6개월, 1년 후... 

'과연 변화가 있을까?' 하며 걱정했던 일들이 점점 안정화를 찾아나갔다.

프로세스와 시스템이 하나씩 갖춰졌으며, 구성원들 또한 그 변화에 익숙해져 갔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이 유기적으로 작용하면서 조직문화가 형성되어 갔다.


입사 1년 후에는 성공적인 M&A를 통해 기업규모가 성장되기도 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2년이 지나고, HR은 안정화되었다.


PART 11. 스타트업이 주는 도파민, 이 맛에 하나 봐요.


스타트업 입사 전에 다양한 곳에서 면접을 보면서 들었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스타트업 재미에 한번 빠지면, 계속 스타트업만 다니게 되더라고요.'

그때는 잘 와닿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는 그 말의 의미를 알 것 같다.


하나하나 만들어가면서 마침내 완성하였을 때 얻는 성취감, 그 도파민은 말로 설명하기 힘들다.

모든 프로세스들, 시스템들, 문화들에 대한 애착심도 이전보다 더 강했다.

사람들과의 관계도 좋았다. 서로 같이 일하는 게 즐거운 날도 많았다.


그렇지만, '나'의 시간이 날 기다려주지 않았다.

퇴사를 하면서 '아쉬운 퇴사'가 또 있을까?


① 이제는 나도 건강을 신경 쓸 나이구나

그간 간과하고 무시했었다. 난 언제나 건강할 줄 알았다.

뭐 조금 체력이 떨어지고 만성 피로감이 있긴 했지만,

그렇게 야근하는 일상을 보내면서도 하루하루 잘 버텨나가고 있었으니까.

대한민국 웬만한 직장인들은 겪는 거니까. 그냥 그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결국 위험신호의 결과가 나오고 말았다.

악순환을 없애기 위해서는 무조건적인 '쉼'이 필요했다.


② 나의 부모님이 언제 이렇게 약해졌지?

부모님에겐 10년 이상 키운 애착 식물이 있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 그 식물을 모두 팔았다고 하셨다.

이유를 들어보니 더 이상 그 화분을 들어 물을 주고 관리할 힘이 없어서 그랬다는 거다.

'우리 가족 여행 가자'라는 말을 늘 하셨고, 나는 늘 대답만 하기 바빴다.

'그래 지금은 바쁘니까 다음에 언제 한번 다녀오자'라고.

나중에 여행을 다닐 수 없게 되시기 전에, 더 늦기 전에 시간을 보내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③ 개인성장기회, 성취감, 도전

2년 동안 HR을 안정화시키기까지 정말 열심히, 수없이 많은 도전들을 하였다. 

안정화가 실현되고 난 후, 조금 더 공격적인 업무들을 진행하고 싶었다.

하지만 회사는 이상의 HR발전을 원하지 않았고, 

안정화된 상태에서의 단순한 Backoffice, Operation 업무정도만 수행하길 바랐다.


이번 퇴사는 이전의 퇴사와는 느낌이 좀 달랐다.

'아쉽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HR안정화'의 목표를 이루어서일까, 열심히 해서일까?

또 후회도 없다.


2년 1개월 정도 이후 나는 아쉬운 퇴사를 하게 되었다.


PART 12. 후회할 것을 돌이킬 수 있는 '타이밍'


이번 일을 겪으면서 한 가지 분명한 것을 경험했다.

'타이밍'은 날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루가 바쁘고 피곤하다는 이유로 미뤄왔던 나의 건강.

챙기지 못해 결국 산산조각 난 나의 건강.

마찬가지로 사는 게 너무 바빠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나의 가족.


더 이상 함께 여행을 가지 못하기 전에,

더 이상 내 두 다리로 서 있지 못하기 전에,

한번 나를 돌아보는 것이 살아가면서 정말 너무나도 중요한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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