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부엌 문지방을 넘으면 **이
똑 떨어진다거나
어딜 여자가 있는 집에서 남자가
체신없이 주방을 들락거리냐며
밥상 하나도 들지 못하게 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한 게 당연한 시대에도
어떤 남자는 요리하기를 좋아했고
여자나 아내보다 잘하는 사람도 있었다.
세상에는 남자 셰프가 더 많지 않던가!
그렇게 부엌 문지방을 쥐방구리처럼
잘 넘어 다녀도 ""이 아주 멀쩡했단다.
아마도 가장으로서 대접을 해준다는 의미로서 이제는 지나간 시대의 풍조로
옛이야기가 되고 말았지만 말이다.
과거 나의 친정에서는 남동생이 오밤중에 야식으로 라면을 드신다고 하면 누나란 사람은 묻지도 화내지도 열받아서는 더더욱 말며 심지어 자다가 깨어 비몽사몽 상태일지라도 남동생께 끓여다 바쳐야 했다.
이런 아픈 추억을 결혼하고 나서도
다시 그 꼴을 보나 싶었는데
난 살아보고 나서 알았다.
남편은 음식을 할 줄 알았고,
심지어 좋아라 하는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보니 시어머니가 잘 키운(?) 아드님이었다.
뭘 해도 "잘한다 잘한다 "교육관이신 게 나중에 며느리인 내가 고즈란히
덕을 보게 될 줄이야.
남편과 남편 껌딱지 아들까지 처음에는
그저 할 줄 아는 정도일뿐 솔직히
재능까지 기대는 쥐꼬리만큼도 안했지만 나와 딸이 그들에게 시어머니 방법을 따라 '잘한다 잘한다'를 줄기차게 외쳐가며 세뇌(?) 시킨 끝에 숨은 잠재력을 쭉쭉 자라게 하였다. 아니 맨땅에 요리 꿈나무 묘목을 키운 셈이 되었다.
떡볶이나 김밥, 우동국물, 심지어 어려운
보쌈이나 닭백숙 요리까지 맛보게
해 주었다
그것들이 하나하나 탄생할 때마다
우리는 천상 타고난 배우로 빙의되어
"~럴수~럴수 이럴수가!! 대~에~박!!
세상 다시없는 극찬의 찬사를 쏟아대며
그릇을 비웠다. 칭찬 몇 마디가
이들의 요리 실력을 날로 폭풍성장
시키고 말았다.
세상에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하지 않던가!
.
솔직히 까놓고 보면 잘하는 쪽이기보다
자신의 입맛과 취향대로 만든 것이고 호불호도 있지만 그걸 맛보는 가족들이 입맛이 까다롭지 않은 게 가장 큰
덕분이기도 했다.
뭘 해주면 "저희는 없어서 못 먹어요"
하며 좋아라 하고 달려들었고,
그릇을 싹싹 비웠고 심지어 접시까지
싹싹 핥아가며 셀프 설거지까지 해주는데
어느 누구라도 신이 나지 않겠는가!
아직까지 현재 진행형으로 한번 잡은
국자를 놓지 않고 있다.
자신감이 넘쳐흐르고 흘러 밖에서도
요리 실력을 뽐냈다. 동생네 가서는
전화 한 통화면 주문할 수제 피자를
직접 만들어 주었다. 어린 조카들과 동생 부부, 어머니에게 선보였는데
아주 난리가 났다.
요리를 잘해서 아니아니 신기해서....
어머니는 남동생이 그랬다면 어떠셨을지
안 봐도 그림이 그려졌다.
사위가 프라이팬을 잡으니까
내 딸이 가정적인 남편을 만났다고
입꼬리가 하늘로 승천을 하셨다.
그래도 만약 내 아들이 내 눈앞에서
저러는 꼴은 절대 못 본다 하시는 거다.
참으로 아이러니 이율배반적이 아닌가!
나는 요즘 이런 미래를 꿈꿔본다.
동네 입구에 테이블 세 개정도 놓인
자그마한 식당을.....
노인 부부가 운영하는 가정식 밥상을 차려놓고 동네 이웃들과 소소한 일상을 나누며 맛난 음식을 나누어 먹는 그림을
"할배네 식탁"간판도 걸어본다.
꿈꾸는게 돈드는 것도 아닌데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그저 잘될거 같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