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색한 나와
그러고 보니 나 혼자 카페에 앉아서
커피를 마셔 보는 것은
거의 십여 년만인 듯하다.
물론 매일 아침 6시부터
밤 10까지 빽빽한 일과 집안일
그리고 공부까지 채워져 있어서
일부러 시간을 내서 혼자
카페에 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지난주 혼다 본사에서
자동차의 연료 탱크의 결함이
생겼다며, 리콜로 교체를 해준다는 편지,
그리고 일주일 중에 유일하게 쉬는
수요일, 그래서 가능한 시간을 예약하니
아침 8시라 하였다.
평소라면 교통 체증이 심한 오클랜드의
출근길이기에 6시 50분에 집을 나섰는데,
아이들의 방학이었던 것을 몰라서
결국 7:15에 도착…
추운 오클랜드 아침길을
30여분이나 걸어와서 누군가에게서
커피가 맛있다고 들은 적이 있는
카페에 왔다.
역시 아이들 방학이어서 인지
꼬마와 아침을 먹으러 온
엄마들이 눈에 띈다
내가 좋아하는 치즈 스콘은 웬일인지
꽤나 매콤하여 반만 먹고 나머지는
내일 점심으로 포장해갈까 한다.
커피는 모양이 참 투박하지만
한국 여학생으로 보이는
아르바이트생이 맛나게 만들어 주었다
혼자 조용히 여유롭게
십여 년 만에 나와의
어색한 커피 데이트 중에도
나는 안중에도 없는 듯
주위만 관찰하고 있는 나라니..
사실 최근 6개월간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될 문제에
직면하여 심신이 많이 지쳤던
나였었다.
오늘 아침에 쉬지 않고 해야 할
휴일 집안일 대신
생각지도 못했던
여유로운 카페 브런치
나름의 의미가 있으리라
찬찬히 쉬어도 가고
너무 고민하지 말라는
어차피 다 지나갈 테니
혼자 그리고 나와의
데이트가 서툰 나는
한 번도 나를 이해해 주고
보듬어 주지 못했던 일인이었다
인생은 어찌 보면 늘
문제의 연속이고
인생길은 그 문제들을 풀어나가는
여정길이 아닐까
그 많은 문제들에도
결국 어렵던 복잡하던
해결책은 있기 마련이니
우리는 그저 그 문제들을
한 발자국 떨어져서
지나가는 바람,
달리는 기차라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
혼자 카페에서 뻘쭘 한 나는
바쁜 척 핸드폰을 만지작
아주 오랜만에
브런치에 생존 신고를 해본다
곧 지금의 역경들이 다 해결되면
다 지나 보내고
다시 행복한 일상들을
소중한 브런치에 나눠보고자
지금을 잘 견뎌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