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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글 편지

악연

by 나탈리


8개월간의 길고 어두웠던 터널

억울함과 증오하는 마음

그리고 다시 마음 다잡고 살아보려는

선악이 전쟁하는

용암로 같았던 내면

그러고도 돌아가야 할

인생의 물레바퀴 생활 중

문득문득 차오르던

분노의 언덕을 넘어서

매일 열 때마다 무심한 척하면서도

늘 이메일 하나하나에

예민하게 신경이 곤두세워졌던 나에게

드디어 반가운 이메일이 왔다

마음의 굴레에서

조금은 편안해지는

오랫동안 기다렸던 단비 같이

안심의 문구를 머금은




아무렇지도 않은 척

아무것도 하지 않는 척

자신하고는 아무 상관없는 척

완벽한 연기에 모두가 속아 넘어갔다고

안심했던 비겁한 공격자도

아마도 같은 연락을 받고는

이번에는 꼭 잘될 줄 알았는데

타인의 인형탈을 뒤집어쓴

작고 치졸한 그 겁쟁이 새 가슴은

얼마나 떨렸고 속이 상했을까




돌아가신 엄마께서 오래전 그러셨어

인생길 살아가다가

만나지 않아야 할 사람을 맞닥뜨리면

인생 전체가 참으로 고단하고

피폐해질 수도 있으니

늘 사람조심하라

말씀하셨던 것을

대수롭지 않게 흘려들은 어렸던 나

그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서야

엄마는 다 알고 계셨던 것을

그래서 미리 알려주셨던 것이라는 것을…




한편으로는 너무나도 고마왔던

힘들었던 잠못이루었던 역경의 시간들

너무 사람을 반가워하고

외로움과 혼자됨을 기피하며

기꺼이 도와주기를 좋아하고

스스럼없이 도움을 청하는

그들을 방심 없이 덜컥 믿어버려서

그동안 겪었던 반평생의

슬픈 드라마 그리고

반전의 반전 아침 드라마와도 같았던

나의 인생길목들의 장면들




갑자기 등장한 반전 인물로 인해

나는 다행히 이제 마음의 빗장을

사람 관계의 현관문을 단속

그리하여 나의 남은 반 평생은

조금은 외로워도

안전하고 편안하게

온전히 지켜지기를





2025년의 첫 달부터 지난주까지

옥죄어오던 매 순간들과 함께

몰랑거리던 따뜻한 심장과 마음은

비 온 뒤의 땅처럼

단단해져서

지키는 법을

배우게 되었으니

그 갑자기 나타났던

아무도 눈여겨보지 못할

비중 없던 악역의 등장인물에게 감사를 보낸다




너의 뜻대로 되지 않아서

마음이 참 힘들고 속상할

너에게 보내줄게

심심한 위로글



많이 힘들지

자신이 아닌 모습으로

하는 공격은 그 힘과 동력이

많이 떨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


무척 불행해 보이는 너를 보며

때론 안쓰러운 마음도 들었어

너무 망가뜨리려 애쓰지 마

때론 자신이 망가질 수도 있으니

귀한 시간을 자신을 위해 쓰기를

결국엔 착한 사람 복 받고

악한사람은 불행해지는 게

어른들이 말씀하시던

사필귀정이라 하니



신께 맡겨보기를

익명으로 악의로 혹은

장난 삼아 휘두르는 펜의 칼날에

길 가던 세 아이의 가장이나

순진 무구한 어린이가

다친다면 너라고 행복하진 않을 테니



참 서로 안 보고

정말 난생 누군지도

모른 채 살았다면

정말 다행이었을

너라는 생명체를 알게 되어서

많이 배우고 많이 성장했다

인생이 장밋빛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굳이 생각지도 못한

기발한 방법으로 각인시켜 주어서

그래서 피맺히게 진심으로

고. 맙. 다.




아직 끝나지 않은

삶이라는 전쟁터에서

그래도 때때론

해 잘 드는 무너진 건물 한편엔

이름 모를

예쁜 꽃도 피고 지는

그것이 우리가

가는 인생길




같은 길에서

꽃을 피우는 인생도

가시풀로 행인에게

상처를 주는 인생도

각자의 선택일 뿐

너는 너의 길을

나는 나의 길을

서로의 존재를

몰랐던 때처럼

그저 뚜벅뚜벅



우리

다시는

마주 치치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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