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을 다시 부르는 노래
꽃이 말해주는 이야기: 매년 봄이면 어김없이 피어나는 복사꽃(Peach Blossom)처럼, 그분들의 삶도 계절 따라 흘러갔고, 그 세월 속에서 고난과 기쁨을 다 담아냈지요. 꽃잎이 연하고 쉽게 시드는 것처럼 이제는 몸도 마음도 약해지셨지만, 그 속엔 여전히 따뜻한 봄을 기다리는 희망이 깃들어 있습니다. 복사꽃이 피면 마을 사람들 곁에 잠시 머물다 다시 떠나듯, 어르신들도 지나온 세월을 곁에 남기고 계십니다. 그 꽃잎 속에 담긴 삶의 향기를 우리는 잊지 않고 마음에 새겨둡니다.
쿵짝~ 쿵짝~ 쿵짜작쿵짝. 세 박자 속에~ 사랑도 있고 이별도 있고 눈물도 있네~~ 짠짠~ 짠짠~ 짠짜잔~ 오늘은 노래 교실 있던 날.
노래 교실 선생님들이 "어르신들, 오늘 한 번 신나게 놀아볼까요~~" 시작을 외치면 손뼉 치며 흥이 오른 우리네 어르신들 얼굴에는 벌겋게 흥이 올라와 상기되시고, 뒤뚱뒤뚱 엉덩이를 돌아가는 대로 움직이시는 춤사위가 세상 시름 다 내려놓으신 가장 즐겁고 행복한 리듬을 타고 계십니다.
손을 잡아드리면 갑자기 팽그르르 돌리고 휘청하시다가 씰룩씰룩 마음대로 흔들어대는 엉덩이가 삐뚤빼뚤 멈추려 하지 않아 보이신다.
중심을 못 잡으신 지 한 손엔 벽을 붙잡고 엉덩이를 돌리시기도 하고 흔드시며 나름대로 즐거움을 만들어 내십니다. 하하 호호. 깔깔 호탕하게 웃음이 멈추지 않는다.
한 컷 한 컷 폼 사위 사진도 찍어드리니 의식하듯 가장 예쁜 모습으로 포즈도 취해 주시고, 참으로 귀여움이 퐁퐁 솟아오른다.
이렇게 흥이 많으셨던 분이셨나? 믿기 어려울 정도로 평소 얌전하시고 다소곳하셨던 분도 계셔서 놀라웠다.
옛날 그 시절은 모든 것을 억누르고 감추며 사셔야 했던 시절이라.... 말하시면서 "요즘은 얼마나 좋은 세상이냐?"시며 한껏 그간 눌러두고 살던 것을 쏟아내고 싶어 하신다.
장단도 안 맞는 노래를 크게 따라 부르시고 흔들어 대시는 우리 어르신들, 노래 교실은 그야말로 무아지경, 웃음꽃이 끊이질 않았다.
어느 남자 어르신은 마이크만 잡으면 홀로 독불 멋진 폼은 다 쏟아내시며 박자 음정은 들쭉날쭉하며 여자 어르신들의 관심을 유도하시기도 하지요. 이런저런 유머와 멋짐을 뽐내는 이 시간, 자기 자랑 시간이 되십니다.
굽은 허리 펴지질 않아도 춤사위는 제법 스텝을 맞추시려 하시고 "와 이리 제멋대로 되지...!" 생각대로 안 되신다 멋쩍어하시면서도 하고 싶은 건 다 하신다. 유치원생들처럼 순수하시고 청순한 웃음에 사랑이 솟아납니다.
"어르신, 노래 한 곡 해주세요." 부탁드리면 수줍게 받아 든 마이크 잡고 '여자의 일생'부터 누르시고 "참을 수가 없도록~ 이 가슴~이 아파도" 박자 음정 놓쳐도 애절하게 부르실 때, 긴 여생 끝에 사무친 한을 감정 깊이 울림을 주신다.
짝짝짝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 받으시면 엄청 수줍음과 함께 소녀로 변해버린 사랑스러운 어르신, 고개를 살랑살랑 저으며 마이크를 살포시 놓으신다. 당신이 생각해도 만족하지 못한 노래였음이 수줍음으로 나타내신다.
굽어진 허리, 불편하신 무릎으로 한껏 흥을 발산하셨던 댄스 타임까지 신이 나도록 땀 흘린 시간. 이 시간은 어르신들께는 모든 한이 씻겨 나가 위로를 받은 것 같았다. 이 시간이 오면 모든 어르신들 얼굴엔 예쁜 복사꽃이 피어난 듯 상기된 흥처럼 설레시고 반짝이시는 눈빛이다.
엄청 즐겁고 행복해하시는 모습들로 함께하는 저희도 힐링받으면서 당신들이 너무나 사랑스럽습니다. 밝게 활짝 웃어주시는 주름진 얼굴이 가장 아름답고 멋져 보이신 청춘어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