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를 노래하는 나무 아래에서”
정찬문가톨릭합창단 10주년 음악회 Dona Nobis Pacem을 맞으며
오늘, 한 장의 포스터 앞에 잠시 발걸음을 멈췄습니다.
어둠 속에서 은은하게 빛을 품은 나무,
그 가지 사이로 날아오르는 새들의 날갯짓.
정찬문가톨릭합창단의 10주년을 기념하는 음악회
〈Dona Nobis Pacem – 평화를 주소서〉의 이미지입니다.
처음 이 그림을 마주했을 때
마치 깊은 밤하늘 속에서
누군가 조용히 촛불을 켜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불빛은 곧 작은 불씨에서
서로를 밝히는 ‘평화의 나무’로 확장되고 있었습니다.
노래는 언제나 사람을 향한다
10년이라는 시간은 결코 짧지 않습니다.
누군가에겐 열 번의 겨울을 건너는 인내였을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기쁨과 슬픔을 음악으로 어루만진 시간들이었겠지요.
정찬문가톨릭합창단이 걸어온 10년은
‘노래하는 사람들’의 역사가 아니라
‘평화를 빚어 온 사람들’의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음악이란 결국 사람을 향한 언어이고,
사람의 아픔과 희망을 함께 품을 때 비로소
진짜 합창이 완성되기 때문입니다.
Dona Nobis Pacem — 우리에게 평화를 주소서
오늘날 우리가 가장 절실히 바라는 단어를 꼽으라면
그것은 아마도 “평화”일 것입니다.
지구 곳곳에서 들려오는 분쟁의 소식,
우리 곁에서 벌어지는 작은 상처들,
서로를 향한 오해와 단절의 말들 속에서
평화는 어느새 가장 어려운 언어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렇기에 이 음악회 제목은
단순한 종교적 기도가 아니라
시대 전체를 향한 간절한 목소리처럼 들립니다.
“Dona Nobis Pacem — 우리에게 평화를 주소서.”
우리에게,
이웃에게,
지역사회와 나라, 그리고 이 땅의 모든 이에게.
희망을 비추는 ‘빛의 나무’
포스터 속 ‘빛나는 나무’는
이 음악회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그대로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뿌리는 보이지 않지만 깊이 뻗어 있고,
가지들은 서로 얽히며 새로운 생명을 틔웁니다.
하나의 가지가 아니라
서로 기대고 연결될 때
비로소 나무는 더 높고 넓게 자란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합창 역시 그렇습니다.
각자의 목소리가 모여 하나의 울림을 낼 때
우리는 노래를 넘어 ‘공동체의 숨결’을 듣게 됩니다.
그 숨결이 바로 평화의 씨앗입니다.
11월의 진주에서 피어나는 평화의 하모니
2025년 11월 16일 저녁 7시
경상남도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이 날, 우리는 단지 공연을 보러 가는 것이 아니라
10년 동안 묵묵히 노래해 온 이들의 기도에
귀 기울이고 함께 호흡하는 시간을 맞이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날 무대 위에 울려 퍼질 노래들은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다시 시작할 용기가 될 것이며,
누군가에게는 잠시 잊고 지내던 ‘평화의 의미’를 떠올리게 할 것입니다.
우리의 마음도 조용히 한 걸음씩 평화를 향해
좋은 음악은 귀를 채우는 데서 끝나지 않고
마음을 흔들고, 삶의 리듬을 다시 세웁니다.
정찬문가톨릭합창단의 10주년 음악회가
올해의 마지막 문턱에서
우리 모두에게 그런 ‘평화의 시간’을 선물할 거라 믿습니다.
함께 나누는 한 시간의 노래가
내일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음악회는 이미 충분히 아름답습니다.
Dona Nobis Pacem
오늘도, 그리고 앞으로도 우리에게 평화를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