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도에는 성공했지만
나는 결국 서울대학교에 합격했다. 그리고, 고뇌의 시간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이전부터 가장 원했던 학교인 서울교육대학교로부터도 합격 글씨를 마주할 수 있었다. 우선은 정말 기뻤다. 내가 가장 원하던 학교,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은 학교에 합격하였으니까.
사실 내가 기쁜 것보다도 부모님께서 더 기뻐하셨던 것 같다. 살면서 우리 아빠가 그렇게까지 행복해 보인 적이 없었다. 나를 등에 업고 둥실둥실하셨다. 부모님께서 그렇게 좋아하시니 기뻤다. 효도한 것 같았다. 한창 예민했던 고등학생 시절의 나를 항상 신경써주신 부모님께 드디어 보답해드린 기분이었다.
그러나 마음 한편에서는 불편함이 밀려 들어왔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나는 알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 돌아보니 그것은, 내가 오랜 시간 동안 가지고 있던 꿈을 버려야 한다는 아쉬움 때문이었던 것 같다. 물론 아직 예치금을 납부하지는 않았지만, 어느 대학에도 입학을 확정하지는 않았지만, 서울대 합격 이후 부모님의 표정을 보자마자 나는 알 수 있었다. 이제 내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될 일은 없다. 꼭 부모님의 반응 때문이 아니더라도, 그 어떤 사람이 서울대학교를 버리고 교대를 쉽게 선택할 수 있겠는가?
내가 붙었던 학과는 자유전공학부로, 자유전공학부에서는 원하는 전공을 선택하여 진입할 수 있다. 그러나 졸업과 동시에 자격증이 나오는 학과(ex. 의과대학, 사범대학 등)에는 진입할 수 없도록 규정되어 있다. 이제는 선생님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꿈을 개척해야 했다.
당시 나는 기쁘면서도 씁쓸한, 애매모호한 마음을 숨기고 방 안에 들어가 휴대폰으로 유튜브를 눌렀다. 그리곤 '초등교사 단점'을 검색해 현직 교사의 애환이 담긴 영상들을 찾아봤다. 당시의 나는 어떻게든 초등교사가 되지 않아야 할 이유를 찾고 싶었다. 그래야만 내 마음에 조금이라도 위안이 될 것 같았다.
그러고는 이렇게 생각했다. '어차피 그렇게 원하던 꿈은 아니었어.' 그 말도 사실이기는 했다. 뭣도 모른 채로 괜찮은 직업이니까, 그리고 생활기록부의 통일성을 위해 어떻게든 정한 진로이기는 했으니까. 그러나 그 억지로 만들어낸 꿈조차도 긴 시간 동안 함께 하다보니 정이 들었나보다.
벌써 4년째 자유전공학부를 다니고 있는 지금, 그때의 선택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다만 내가 만약 서울대학교에 합격하지 않았더라면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는 생각을 했다. 아마도 임용고시 공부를 하고 있을 것이다.
서울대학교에 입학한 뒤부터는 정말 다양한 고비들이 있었다. 원하는 바가 없어 방향을 잃고, 방황한 시간이 많았다. 앞으로의 글에서는 꿈을 잃고 방황하였던 내가 어떻게 이를 이겨내고자 하였는지 적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