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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혼의 미립자 Jul 15. 2022

귀여운 고양이가 와글와글~

루이스 웨인전 : 고양이를 그린 사랑의 화가

올 봄 꼭 보고싶은 영화가 개봉했었다. <루이스 웨인 : 사랑을 그린 고양이 화가>. 엥? 고양이? 고양이를 그렸던 화가가 있었어? 있었다. 영국에. 이름은 루이스 웨인. 게다가 영화는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주인공인 루이스 웨인으로 출연했다. 오~ 봐야지 봐야지~ 영화관 가서 봐야지~ 했었다.




그런데 못 봤다. 뭐 하느라고 못 본 건지. 분명 뭔가 바쁜 일이 있었을텐데 지금 기억나지 않는 걸로 봐선 그다지 중요한 일이 아니었나 보다. 그렇게 개봉 당시 영화를 놓친 후 어느날 우연히 <루이스 웨인전> 전시가 열린다는 걸 알게 됐다. 꺅!!! 이 전시만큼은 반드시 가리라 마음 먹었다.




유난히 무더웠던 날, 최근 느껴본 적 없는 두근두근 콩닥콩닥을 즐기며 손 선풍기 웽웽 돌리며 전시장인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으로 향했다. 그때의 그 설레임이란. 흐흐흐... 내가 백화점에 들어가 그렇게 앞만 보고 직진한 적이 있었던가 싶다. 드디어 마주한 전시장. 입구부터 이렇게 귀여울 일인가요~



전시장으로 들어가며 이런 사랑스러운 고양이 그림을 그려주신 루이스 웨인님의 사진을 보며 마음 속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잠시 루이스 웨인을 소개해 드리자면. 루이스 웨인은 1860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어린 시절 소심하고 예민한 성격 탓에 또래들과 어울리기 힘들어했다고 한다. 그래도 그림에 흥미와 재능을 발견하고 예술학교에 진학해 나중에 미술교사가 되었다는데.


루이스 웨인(1860 - 1939) 영국의 국민화가

하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시며 집안의 가장 역할을 하면서 다시 힘든 나날을 보내게 된다. 그 무렵 여동생들의 가정 교사로 온 연상의 여성 에밀리와 결혼해 행복한 한때를 보냈다고 한다. 하지만 사랑하는 아내마저 병으로 죽고 그 상실감을 이기기 위해 아내가 생전 이뻐했던 고양이 ‘피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하는데.그렇게 고양이의 매력과 고양이가 주는 기쁨과 행복에

빠져 이후로는 쭉 고양이 그림을 그렸고 생을 마감할 때까지 고양이 그림을 놓지 않다고 한다.



이제 본격적으로 그림들을 마주한 시간. 아.. 귀엽고 이쁘고 유니크한 고양이이 와글와글~ 일러스트레이터로 활약했던 루이스 웨인의 초기작은 드로잉이나 그림책 삽화가 많은 듯 했고, 이외의 작품 상당수는 컬러 석판화였다. 회화가 아니라 판화를 색을 입혀 찍어낸 것.



그렇다면 더욱 어려운 작업일 듯 한데 고양이의 눈, 코, 입의 표정은 정말 살아있는 듯 생동감이 넘치고, 한올한올 고양이 털의 묘사는 너무나 섬세하다. 표정만 봐도 지금 이 고양이가 즐거운지 심각한지 화가 나 있는지 생생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귀여운 고양이 그림 사이로 재미있는 사진 하나가 눈에 띄었다. 사진 제목은 <런던의 남성 고양이 집사들의 ‘우리들의 고양이’ 저녁파티>. 사진 설명은 이렇다.


“런던의 홀본에 있는

시티오브뉴욕 레스토랑에서의 저녁 식사 사진.

「우리 고양이」 잡지에 의해 조직되었으며,

고양이를 키우는 남자들의 모임을 위해

웨일스의 공주 알렉산드라가 후원하였다.

고양이 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루이스 웨인이 뒷줄 가운데에 서 있다”


콧수염에 정장 차림의 고양이 집사님들 속 루이스 웨인을 찾아보세요

아악캬캬캬캬캬캬캬~~~

이것은 샤이 남자 집사들의 커밍아웃인가?

정말 허를 찌르는 재미있는 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당시 영국에서는 고양이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아 노처녀들이나 관심을 가지고 키운다는 편견이 있었다고 한다. (노처녀둥절?) 그런데 루이스 웨인의 고양이 그림이 인기를 얻으면서 그동안 조용히 고양이를

사랑해오던 ‘샤이 남자 집사’들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루이스 웨인의 영상과 고양이만큼 사랑스러운 전시 공간

이 전시에는 루이스 웨인의 일생을 영상으로 제작해 계속 보여주는데 놓쳤던 영화에 대한 회환처럼 두번이나 봤다. 루이스 웨인이라는 화가에 대해 좀 더 많이 알게 된 것. 내가 특히 인상깊었던 부분은 루이스 웨인이 양손으로 그림을 그리는 실력파 중의 실력파 화가였다는 점이다. 왼손과 오른손 동시에 고양이를 그리는 모습을 상상해보면 정말 경이롭다.


루이스 웨인이 고양이 그림을 시작하게 해 준 위대한 고양이 ‘피터’

그리고 루이스 웨인은 화가로서 명성은 얻었으나 개인적인 인생은 많은 역경과 불행이 이어졌는데. 집안의 가장으로 가족들을 책임지고, 처음으로 자신을 이해하고 사랑해줬던 아내를 먼저 떠나보낸 가족사를 비롯, 저작권 등록을 하지 않아 열심히 작품을 그려도 경제적으로도 늘 힘들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말년에는 조현병 증상이 나타나 결국 정신병원에서 생을 마감하게 된다. 이 시절에 그린 일명 만화경 시리즈로 불리는 고양이 그림은 이전과는 다른 화풍을 보여주는데 사람들은 그의 조현병 때문이라고 평가했단다.

일정한 패턴이 반복되는 특징을 보이는 작품

하지만! 팩트는 루이스 웨인의 어머니가 직물 테피스트리 디자이너였고, 어릴 때부터 어머니의 직물 짜는 모습을 봐 왔던 루이스 웨인이 같은 패턴이 반복되는 특징을 자신의 작품에 접목했다는 점! 오해는 언제나 억울하다. 루이스 웨인의 창조적이고 독특한 화풍이 조현병 때문이라는 평가는 억울한 오해이자 폭력이라는 생각이다. 세월이 흐른 뒤지만 그의 작품성을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게 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마지막으로 그에 대한 콜린 게일(베들렘 미술관장)의 한마디가 화룡점정처럼 내 가슴에 와 박혔다.


“루이스 웨인은

인생의 우여곡절을 상당 부분 이겨냈고,

평정과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일생에 걸친 투쟁에서

자신만의 재치, 따뜻함, 색채를

사용했습니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이들, 나를 포함한 어려운 한 시절을 지나고 있는 모든 이들이 이 전시에서 사랑스러운 고양이를 만나 잠시의 위안과 행복을 느끼길 바란다. 그리고 이들이 ‘자신만의 재치, 따뜻함, 색채를 사용해’ 고양이를 그렸던 루이스 웨인처럼 자신만의 감성과 장점으로 힘든 시절을 꿋꿋이 헤쳐나가길 바란다.

포토존에서 고양이가 따라주는 커피 한잔도 특별한 경험


< 루이스 웨인전 : 고양이를 그린 사랑의 화가 >


- 전시기간 : 2022년 6월 9일 ~ 8월 21

- 전시장소 :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10층 문화홀)

- 관람시간 : 오전 11시~ 오후 8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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