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Unsplash의Sage Friedman
마라톤 풀코스를 달려보면 알게 되지만,
레이스에서 특정한 누군가에게
이기든 지든 그런 것은
러너에게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무라카미 하루키 책에서
질풍노도의 2010년대를 달리던 저에게 '이러면 죽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든 시점이 2015년쯤이었습니다.
그 뒤로도 한참을 더 달려나갔지만(내 의지와 상관없이) 그 생각은 잊히지 않고 마음과 머릿속 깊숙이 들어와서는 떠나지 않았습니다.
몇 년이 흐른 후, 달리기를 좋아하는 친구와 함께 짧기도 하고 길기도 한 10km 마라톤을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피트니스의 러닝머신 위에서 5km부터 1주일에 1km씩 거리를 늘려가는 훈련(?)을 시작했습니다.
1주일에 고작(?) 1km씩 늘려간 이유가 있었습니다.
"거리를 급하게 늘릴수록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완주하기 어렵더라"라는 친구의 조언이었죠.
차츰 거리를 늘려나가다가 자신감이 붙자 속도를 높이고 싶더군요. 아직 대회는 시간이 좀 있었기에 도전해 보았습니다. 그리곤, 3일 만에 다시 원복 했습니다.
심장이 따라오지 못하더라고요. 애초에 달리기를 하지 않았던 사람이 그것도 몇 년간 사회생활에서 무리를 했던 사람이 단 한 달 만에 속도를 올린다는 것은 짧은 거리의 달리기에도 무리가 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죠.
이런 경험은 나중에 속도를 낼 때마다 스스로를 제어하는 지혜를 주게 됩니다. 아픔이 같이 있어야 잊히지 않더군요.
그 뒤로 3주가량 더 훈련한 후에 대회에 참여했습니다. 코스를 사전에 확인했지만, 막판 3km를 앞두고 연이어진 두 개의 고개가 그렇게 높을 줄은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10km를 무사히 1시간 남짓 한 시간에 완주했습니다.
리듬감 있는 심장박동 수를 유지하기 위해 초반 3km는 속도를 줄였고, 몸이 어느 정도 달리기에 익숙해지면서 그다음 4km를 속도를 조금 높이는 전략을 구사했습니다.
준 선수급인 러너들은 이미 시야에서 사라졌고, 초반을 이끌어 준 친구는 3km를 벗어나자 본인의 페이스에 맞춰 앞서 나갔습니다.
저는 저의 속도를 유지하는데 집중했고, 훈련의 성과는 기록으로 알려주었고, 목표했던 시간에서 완주에 성공했습니다.
시간이 흐른 뒤, 올해 글을 쓰면서 그때의 과정과 비슷함을 느끼게 됩니다.
처음 3개월의 글쓰기는 훈련을 맞춰가는 속도였다면, 그 뒤의 한 달은 오버 페이스였습니다. 그 후유증은 2개월 이상의 부작용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때 속도를 내 본 경험은 아주 소중하지만, 덕분에 2개월의 시간을 넉넉하게 즐기지 못하였고 돌아보면 어떤 방법을 사용하더라도 지금 위치는 비슷했을 거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예전의 어느 강연에서 강연자께서도 이런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남들의 속도에 따라가지 말자.
그러면 지친다.
자신의 속도로 가면 된다.
그래도 다 이루어진다.
각자의 목표는 반드시 세워야 합니다.
다만, 그 목표를 향해 달려나갈 때 같이 가는 이웃님들의 '속도'에는 맞추지 마십시오.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는 '목표를 달성'하러 가는 것이지 '빨리 '하려는 것은 아니니까요.
제가 올해 다시 알게 된 삶의 지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