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지름을 도와드립니다. 번외편
몇 달 만에 글을 쓴다. 그동안 신나게 산 아이템 들이 많지만 이번엔 물건이 아닌 맥주로 번외 편이다.
며칠 전, 내가 즐겨먹는 독일 맥주에서 농약성분인 글리포세이트(Glyphosate)가 다량 검출되었다는 기사를 보게 되었다. 이게 무슨 개 짖는 소리인가. 몇 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국산 맥주 점유율이 떨어지는걸 보다못한 맥주업체들이 이런 악성 찌라시를 뿌리는 건가? 아니면 초거대 맥주기업인 인베브에서 장난질 치는 건가? 허접한 영어실력으로 검색을 해보니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은 내용이었다.
고엽제, 몬산토 그리고 글리포세이트
농약 중에서 인체에 해롭기로 악명 높은 고엽제를 만들어낸 몬산토에서 인체에 해롭지 않도록(물론 그나마 '덜' 해롭게 겠지..) 고엽제를 대신해서 만든 라운드업이라는 제초제의 성분이 글리포세이트다.
이 글리포세이트의 인체 유해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와중에 올해 6월 말로 유럽연합의 10년 사용허가가 종료된다. 그냥 사용허가가 종료되면 좋을 텐데 유럽연합에서는 허가 연장 심사를 진행한다고 하네? 이 심사를 막기 위해서 독일 뮌헨환경연구소(UIM)에서 이런 조사 결과를 발표해 버린 것이라고 아주 매우. 강하고. 강력하게 추측하는 바이다.
조사 결과의 오류와 기레기의 장난질
이 제초제 성분이 안 좋을 수 있다고 치자. 구글에 glyphosate라고만 쳐봐도 연관 검색어로 intoxication, poisoning(중독)이 연달아서 뜰 정도니 당연히 안 좋겠지. 그런데 이 조사 결과에는 심각한 오류가 많이 보인다. 우선 독일 맥주를 제외한 다른 국가의 맥주 즉, 대조군이 빠져있다. 독일 보리에만 이 제초제를 썼을 리는 없잖아? 이번에도 그렇다고 치고 넘어가자. 글리포세이트 검출량이 상대적으로 높은 상위 4개를 제외하고는 수치가 5 이하로 낮은 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대중적인 독일 맥주인 웨팅어나 크롬바커, 에딩어, 파울라너(다 내가 좋아하는 맥주네..)는 물론 하위군에 속해있다. 우리나라 기사에는 이렇게 자세한 데이터는 나와있지 않으니 독일맥주 대부분에서 농약성분이 엄청 많이 나왔다고 알수 밖에 없겠지. 카스랑 클라우드도 맛있잖아. 제발 좀 국산 맥주 사드세요. 광고도 좀 주시고요.
결론
이 기사가 나오고 나서 독일 맥주업계에서는 알콜 자체가 발암물질인데 그깟 제초제 성분 조금 나왔다는 게 어떻냐는 반응이다. 그럴 수 있지 뭐.. 가 아니잖아! 제초제를 안 쓰거나 적게 쓰는 방향으로 잘 해결해봐야 할 거 아니냐..억울하면 몬산토랑 잘 얘기해서 유해성 논란이 없게 만들던가.
몬산토와 유럽연합 그리고 독일 정부, 환경단체, 맥주업계가 복잡하게 얽힌 내용이라서 짧은 시간 동안 자료를 정리하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했다. 그리고 찌라시 같은 국내 기사는 잘 가려보자. 그래도 나는 물맛 맥주 말고 맛있는 독일 맥주 계속 마실 거다. 클라우드 너네들 처음에 조금 먹을만 하더니 지금은 물맛인거 다 알고 있어..
덧붙이는 글
몇일간의 필리버스터를 보며 작은 희망을 느끼던 중에 결국 원안 그대로의 테러방지법이 통과되며 또다시 큰 실망을 하고.. 흥분한 상태로 글을 쓰다 보니 처음부터 끝까지 두서가 없었습니다. 혼미해진 정신을 추스리고 다시보니 이미 글을 읽으신 분들께 부끄럽고 죄송한 마음입니다.
오늘 느낀 무기력함을 벗어나려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봤습니다. 우리 국민 모두는 소비자이고 소비는 권력 입니다. 모두가 현명하고 윤리적인 소비를 할수 있다면 그게 가장 큰 권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소비'에만 중점을 두고 몇개의 글을 썻는데 이제 방향을 조금 바꿔서 더 나은 소비의 방법을 고민해 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