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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피 Sep 29. 2015

자전거 타고 캠핑 가실래요?

여러분의 지름을 도와드립니다. 4편

자전거 캠핑에 대한 기억

이번 '자전거 캠핑'편을 쓰려고 꽤 오래 전의 기억을 더듬어야 했다. 2006년 독일에서 월드컵이 열렸을 무렵 두 달가량 이탈리아와 독일을 자전거로 여행한 적이 있다. 삼십 년이 넘는 시간 중에서 최고의 기억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그때의 기억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때의 나는 철없고 무모했지만 용기는 있었다. 이탈리아의 끊임없는 오르막에 지치고 도둑을 맞기도 하면서 다시는 자전거 캠핑을 안 하겠다는 다짐을  반복했다.  하지만 힘든 건 쉽게 잊혔고 좋은 기억은 오래도록 남았다. 그렇게 다시 자전거 캠핑을 시작하게 된다.


이탈리아 여행중 알프스 산맥을 넘으며



짐은 적을수록 좋다.

장거리 자전거 캠핑을 다니면서 배운 가장 중요한 건 가벼울수록 좋다는 점이다. 오르막을 오르면서 페달을 밟는 순간마다 짐의 무게만큼 여행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커진다. 쓸데없는 짐은 최대한 줄이고 장비 경량화가 필요한데 안타깝게도 장비의 무게는 지갑 사정과 바로 연결된다. 따라서 장비와 관련 없는 짐, 예를 들면 쓸모없는 책이나 전자기기 같은 장비 등을 줄이는 게 가장 효율 적이다. 이탈리아를 여행할 때 커다란 SLR 카메라와 렌즈를 갖고 다녔었다. 무거운 카메라와 렌즈 덕분에 멋진 사진을 얻은 만큼 신체적으로는 힘들었다. 무거운 만큼의 기회비용을 지불할지를 떠나기 전에 여러 번 고민해 봐야 한다. 우리 인생도 그렇듯이 말이다.



자전거의 선택

자전거 캠핑에는 물론 자전거가 가장 중요하다. 로드용 자전거는 가격이 비쌀수록 가볍고 더 빠르지만 투어링용 자전거는 가격과 성능이 비례하지 않는다. 투어링 자전거의 가장 큰 역할은 무거운 짐을 싣고, 얼마나 고장이 나지 않으며 편안하게 오래 탈 수 있는가이다. 고장이 났을 때의 정비 용이성도 포함된다. 장거리 투어를 다니는 분들을 보면 자전거가 각양 각색인걸 볼 수 있다. 투어링 자전거로 유명한 설리(Surly)나, 자이언트(Giant)사의 투어링 모델인 그레이트 져니를 이용하기도 하고 일반 하드테일 MTB 자전거를 이용하기도 한다. 또는 갖고 있는 자전거에 렉(짐받이)을 부착할 수 있다면 굳이 따로 구입하지 않고 그대로 쓸 수도 있다.


Surly의 LHT모델. 앞뒤 렉과 오트트립 패니어를 장착했다.


나는 미니벨로 업체인 다혼(Dahon)에서 투어링 용도로 출시한 스피드 TR이라는 모델을 사용하고 있다. 접어서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고 앞바퀴 허브에 발전기가 들어 있어서 달리면서 휴대폰 등을 충전할 수 있는 조금 특이한 모델이다. 단점으로는 무게가 무겁고 뒷바퀴에 내장된 기어가 고장 나면 고치기 쉽지 않다는 점 등이 있다. 모두 만족스러울 수는 없기에 그럭저럭 잘 타고 있다.


다혼의 스피드TR. 남한강 자전거 도로로 캠핑가던 중에


필요한 장비는 어떤 게 있을까?

자전거 캠핑을 위해서는 짐을 싣을 수 있는 렉과 패니어가 필수품이다. 렉을 사용하지 않고 트레일러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자전거의 앞과 뒤에 렉을 이용하고 있다. (참고: 나도 트레일러를 하나 갖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렉과 패니어가 익숙하다. 패니어와 트레일러의 효용성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논쟁이 있다. 여기에 대한 글이 있어 링크를 첨부한다. http://goo.gl/WSEJL4) 렉에  장착할 수 있는 가방인 패니어는 독일 오트트립(Ortlieb)사의 제품을 강력 추천한다. 다른 패니어 중에 사용의 편리함과 내구성을 따라올만한 제품을 찾기 어려웠다.


자이언트의 그레이트 져니. 앞뒤 렉과 패니어가 포함된다.


패니어 안에 들어가는 장비는 텐트와 침낭이 가장 중요하다. 텐트는 혼자 쓸지 여러 명이 쓸지에 따라서 결정해야 하는데 땅에 팩을 박지 않고도 자립하는 돔형 덴트를 많이 사용한다. 침낭은 3 계절용과 겨울용으로 구분해서 사용한다. 여행을 하는 계절에 따라서 장만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취사를 위한 코펠과 버너가 있는데 이 역시 여행의 인원수에 따라서 정할 수 있다. 경질 코펠은 저렴한 대신 약간 무게가 있고 티타늄 재질은 비싸지만 가벼워 경제 여건에 따라서 결정을 해야 한다. 편안한 잠자리를 위해서는 매트도 필요하다. 매트는 발포 매트가 대표적인데 짐을 많이 차지한다. 자동으로 충전되는 자충식 매트나 공기주입식 에어 매트를 추천한다.


제로그램의 엘찰텐 2p와 헬리녹스 택티컬 체어. 명지계곡에서


필수품은 아니지만 없으면 불편한 것들도 있다. 의자와 테이블, 그리고 라이트 등이다. 생각보다 비를 만나는 경우가 많 타프가 있으면 유용하다. 이탈리아를 여행할 때는 전용 타프 대신 타포린 천(트럭 뒤에 덮는 비닐, 호로)을 끈으로 묶어서 이용하기도 했다.



추천 제품

중요한 장비 순으로 대략적인 추천 상품을 정리해 보겠다. 지극히 주관적인 기준임을 참고해 주셨으면 한다.


1. 자전거 + 렉과 패니어 또는 트레일러: 본인의 경제사정과 취향에 따라서. 근처 샵에 구경 가는걸 추천

2. 텐트: MSR의 허바 시리즈나 제로그램의 엘 찰텐 시리즈 추천. (40~50만 원 선)

3. 침낭: 3 계절용은 너무 무겁거나 춥지 않을 정도면 된다. (10만 원선)

겨울용은 오리털을 사용한 고가의 제품을 추천한다. 몽벨 UL 슈퍼 스파이럴 시리즈 추천 (40~70만 원 선)

4. 매트: 써머레스트의 네오에어 올 시즌(10만 원 후반) 또는 클라이밋 사의 에어매트 추천 (10만 원 중반)

5. 식기: 제로그램사의 티타늄 코펠 시리즈 추천 (천차만별)

6. 편의용품들: 의자-헬리녹스 또는 마운트리버, 테이블-베른, 라이트-사바나 추천

7. 의류: 안장통을 방지하려면 패드바지를 추천. 추위에 대비한 의류도 필요하다.

8. 수리 도구: 펑크 나면 답이 없다. 펑크패치, 예비 튜브, 펌프, 타이어주걱, 육각렌치는 필수품이다.


  

잘 먹고, 천천히 즐기자

여행하면서 목표에 너무 신경을 쓴 나머지 먹을 것 과 쉬는 것에 인색한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었다. 여행의 목적 모두가  다를거다. 내 경우에는 몸 상하지 않게 잘 먹고 여유 있게 여행을 하고 싶었다. 이런 여행이 바로 자전거 캠핑에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빠르지 않은 속도로 천천히 페달질을 하면서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원하는 만큼 머물 수 있다는 매력. 자전거 캠핑만이 갖고 있지 않을까.


이탈리아 여행이 끝나갈 때 즈음. 자전거 여행보다는 식도락 여행에 가까워졌다. 옆에 테이블과 의자는 캠핑장에서 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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