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이란
“언니야, 월급이 독 있는 열매 같아. 먹을 땐 달콤하지만, 먹고 나면 내 몸이 썩어가는 느낌이야."
"언니야, 회사에서 내게 승진에 대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 기분이야.”
“언니야, 어제는 새벽 3시에 퇴근했어. 야근이 계속돼. 일이 끝나질 않아."
"언니야, 버스에서 울었어. 지금 집에 못 들어가겠어.”
“언니야, 요즘 매일 부부 싸움이야."
"언니야, 둘째는 퇴근하면 매달려서 떨어지지 않아."
"언니야, 첫째가 놀러 가고 싶은데 있다는데 바빠서 못 간다고 했더니 말없이 눈물만 흘려.”
이번에 퇴사한 회사는 둘째 출산 후 입사한 곳이다.
중소기업이었지만 예전 회사에서의 경력을 인정받았고,
여성이 임원인 모습을 보며 언젠가 내게도 승진의 기회가 오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시작했다.
열심히 하겠다는 다짐으로 가득했으나, '애 엄마라서 안돼'라는 말을 듣기 싫어 더 열심히 했다.
야근과 자정까지의 업무, 주말에도 끊이지 않는 연락.
부여된 일을 빈틈없이 완수하려 했고, 그래서인지 승진은 빨리 이루어졌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승진할수록 업무는 늘어나고, 야근은 더 잦아졌다.
남편에게 짜증을 내는 날이 많아졌고, 퇴근 후에는 전화가 울리는 환청에 시달렸다.
업무 분배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히려 업무가 더 늘어나고, 상사와 트러블도 심해졌다.
회사에서는 일당백을 원하는데, 멀티플레이어가 되어야만 했다.
초반에는 회사가 원하는 인재가 되겠다고 새로운 업무를 기꺼이 맡았지만,
승진할수록 멀티플레이어는 그야말로 함정이 되었다.
하루는 남편이 회식으로 집에 일찍 들어올 수 없던 날이었다.
내가 일찍 퇴근해 아이들을 돌보기로 했다.
퇴근 무렵, 거래처에서 급히 요청된 자료 처리에 시달리고 있었다.
상사는 제출 기한이 이틀 후였지만, 다음날 출근 즉시 1차 초안을 보고 싶다고 했다.
저녁 8시가 되자, 주위에는 아무도 없고 나만 남아 있었다.
“엄마 통화해도 돼요?”
“응, 뭔데? 빨리 말해.”
“시호가 엄마 보고 싶다고 울어요.”
첫째는 동생이 울어 난감해하며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혼자서 동생을 달래다 못 견디고 나에게 연락한 것이었다.
“일이 다 안 끝났어. 시호에게 조금만 기다려주라고 잘 달래 봐.”
“엄마, 그래도 울어요. 지금 오시면 안 돼요?”
“아. 정말. 동생 달래는 것도 못하니?”
“네. 알았어요.”
내가 짜증을 내자 첫째는 힘없이 전화를 끊었다.
서둘러 1차 자료를 마무리하고 택시를 잡아 집으로 향했다.
택시 기사님께는 아이들이 집에서 울고 있다고 빨리 가달라고 부탁했다.
기사님은 “요즘 엄마들 맞벌이로 힘들어요.”라고 말씀하셨지만,
그때는 급한 마음에 그 말이 들리지 않았다.
집에 도착하자, 둘째는 나에게 안겨 울음을 그쳤고, 첫째는 뒤돌아 몰래 울었다.
그제서야 택시 기사님의 말이 마음에 와닿았다.
서러움과 무력감이 스며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