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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위트스팟 Sweet Spot Sep 12. 2024

버츄얼 아이돌을 모르면 이세계 마케터라 할 수 없습니다

한 달 매출 70억 찍었다는 화제의 팝업! 버츄얼 아이돌 열풍 분석


얼마 전 더현대 서울이 굉장히 놀라운 발표를 했어요. 2월 15일부터 3월 17일까지 릴레이로 아이돌 팝업스토어를 진행했는데, 이 팝업스토어를 찾아온 사람 수만 무려 10만 명, 매출은 70억 원을 돌파했다는 거예요�

 

이 숫자가 얼마나 대단한지 잘 감이 안 오는 분들을 위해 부가 설명을 해보자면, 작년 하반기 통칭 ‘보트 타고 들어가는 팝업스토어’로 불리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플롭선양’ 팝업스토어는 3주간 1만 7,800명 정도가 다녀갔다고 알려져 있고요. 네이버웹툰의 인기 IP를 활용한 굿즈 500여 종을 선보인 ‘툰 페스티벌’ 팝업스토어는 6만 3,000명 정도가 방문했었어요. 또 일반적으로 인기 패션 브랜드가 대대적으로 팝업스토어를 오픈하면 그 매출이 10억 원 안팎을 기록하고 있으니, 이번 아이돌 팝업스토어 릴레이는 방문객 수와 매출 모두 엄청난 성과를 세운 셈이죠. 


그래서, 이 엄청난 성과를 기록한 아이돌들이 누구냐고요? 그 화려한 주인공은 ‘이세계아이돌’, 스텔라이브’, ‘플레이브’에요!




아이돌이라더니, 애니메이션 캐릭터인가...?�

라고 생각했다면 오늘 팝콘에 집중해 주세요. 이들이 바로 요즘 떴다 하면 이슈의 중심이 되고 있는 버츄얼 아이돌 그룹이거든요. 


버츄얼 아이돌에 대해 속속히 알고 있는 분도 있지만, 이 분야에 관심이 없었다면 이들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던 분도 많을 거예요. 하지만 이젠 엔터 사업에 큰 관심이 없더라도 버츄얼 아이돌의 정체와 행보를 눈여겨봐야만 하는 시대가 왔어요. 이들이 움직이는 곳에 사람들이 모이고, 곧 돈을 부르고 있으니까요.


화면을 뚫고 나와 리테일의 뜨거운 감자로 성장한 버츄얼 아이돌 열풍! 오늘 스위트스팟이 싹-정리할게요!






버츄얼 아이돌, 그게 뭐냐면요 


버츄얼(Virtual). 우리말로 ‘가상’이죠. 이는 개념상으로 존재하지만 실제로 존재하지는 않는 것들을 뜻해요.
‘가상’의 개념이 우리 사회에 본격적으로 소개된 건 코로나 시국이었어요. 당시 로블록스, 제페토 같은 메타버스 플랫폼이 큰 인기를 끌며 가상현실(VR) 및 증강현실(AR) 기술 개발도 붐을 이뤘거든요. 


오늘의 주제인 버츄얼 아이돌도 이때를 기점으로 널리 퍼지기 시작했어요. 말 그대로 가상 아이돌, 즉 현실에는 실존하지 않고 가상공간에서만 존재하는 이 아이돌들은 2D 애니메이션, 3D 그래픽, VR 등을 활용해 제작되고 있는데요. 언뜻 봐서는 기존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캐릭터와 비슷한 개념으로 보이지만, 버츄얼 아이돌 역시 일반 아이돌 그룹처럼 앨범을 발매하고 방송 활동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여러 매체를 통해 팬들과 직접 소통까지 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 IP 캐릭터들과는 차별점이 있죠. 


버츄얼 아이돌이라는 개념이 생소해 보이긴 하지만, 한국만 따져봐도 생각보다 그 역사가 오래되었어요. 1998년에 혜성처럼 등장해 세상을 뒤흔든 사이버 가수 ‘아담’이 버츄얼 아이돌 그룹들의 대선배라 할 수 있죠. 사랑하는 인간 여성의 곁에 있고 싶어서 사이버 세계를 떠나 현실 세계로 왔다는 아담은 1집 타이틀 곡 ‘세상엔 없는 사랑’으로 데뷔해 앨범 판매량 20만 장을 기록하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거든요.



아담의 은퇴 이후 잠잠했던 버츄얼 시장은 싸이더스 스튜디오 X가 선보인 버츄얼 인플루언서 ‘로지’의 등장으로 다시 불붙었어요. 90년대보다 훨씬 발전된 기술은 불쾌한 골짜기를 극복할 정도로 사람과 흡사한 버츄얼 인플루언서를 만들어 낼 수 있었는데요. 덕분에 16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보유한 메가 인플루언서로 성장한 로지는 패션, 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 100건이 넘는 광고 제안을 받으며 버츄얼 인플루언서 성공 가능성을 몸소 입증했죠. 로지가 촉발한 버츄얼 인플루언서에 대한 관심은 이후 여러 기업의 시장 진입을 유도하며 시장 규모를 기하급수적으로 키워냈답니다.






버츄얼 아이돌, 어디까지 왔냐면요 


아담과 로지가 차근히 쌓아 올린 버츄얼 아이돌 시장은 최근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어요. 생각보다 버츄얼 아이돌의 수도 상당한데요. 초창기에는 서브 컬처의 하나로 치부되며 소수의 문화로만 즐겨지던 이들이 최근에는 대형 방송사나 메이저 음원 사이트 등에서 순위권을 휩쓸며 대중문화의 일부로 자리매김하고 있죠.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면;



✅ 인기 스트리머 우왁굳이 기획했다고 알려진 6인조 버츄얼 걸그룹 이세계아이돌은 데뷔와 동시에 벅스 음원차트 1위와 멜론 실시간 음원 차트 진입에 성공하는 등 엄청난 화제성을 보여주었고요.


✅ 미래 세계 이디피아의 네 소녀가 감정의 자유를 찾아 현실 세계로 왔다는 4인조 버츄얼 걸그룹 메이브의 뮤직비디오는 유튜브에서 2,28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었어요.


✅ 자신들의 꿈을 이루기 위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간다는 의미로 만들어진 5인조 버츄얼 보이그룹 플레이브는 데뷔 1년여 만에 유튜브 구독자 69만 명을 달성한 후, 멜론 4주 연속 주간인기상 수상 후 명예졸업, 글로벌 K팝 차트 KM차트에서 BEST K-MUSIC상 수상, 자체 콘텐츠 론칭 등 연일 기록적인 행보를 이어 나가고 있고.


✅ 이외에도 얼마 전 데뷔 소식을 알린 신인 버츄얼 걸그룹 핑크버스는 지난 3일 데뷔 소식을 전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는데 벌써 틱톡, 유튜브 쇼츠 등에서 평균 조회수 10만 회를 돌파하는 등 이례적인 관심을 받고 있기도 하죠.



이러한 버츄얼 아이돌들은 음악 방송 및 라디오 등 각종 매체에 출연하는 한편, 콘서트까지 진행하는 등 활발한 활동과 함께 두터운 팬층을 형성하고 있어요.






버츄얼 아이돌, 왜 인기냐면요 


사람들은 대체 왜 실체도 없는 버츄얼 아이돌에 열광하는 걸까요? 신선해서? 트렌디해서?
물론 루지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기본적으로 기술이 발전하면서 버츄얼 아이돌의 외관이 일반 사람들이 보기에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세련되어진 것도 한몫해요. 또한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속도 역시 획기적으로 빨라지며 훨씬 더 다양한 방식으로 팬들과의 소통을 꾀할 수 있던 것도 플러스 요인이고요. 거기다 디지털 네이티브인 알파 세대가 콘텐츠 소비의 주체로 성장하며, 실존하지 않는 가상의 인물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낮아진 것도 크게 작용했죠. 


이런 배경에 덧붙여 버츄얼 아이돌을 진짜 아이돌급 인기를 자랑하도록 만드는 요소가 하나 더 있는데, 노련한 K-POP 전문가들의 역할이에요. 음반 제작부터 매니지먼트 파트까지, 버츄얼 아이돌은 활동 전 영역에서 K-POP 업계 전문가들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는데요. 심지어 헤어, 메이크업, 네일 아트 등 뷰티 분야도 진짜 아이돌 담당 샵의 전문가들과 협업하며 최근 연예계 트렌드를 반영하면서도 아이돌 팬의 니즈에 딱 맞는 캐릭터를 만들어 내죠. 


그 결과 버츄얼 아이돌의 활동 과정을 살펴보면, 인기 아이돌과 함께하는 챌린지부터 안무 연습 영상 공개, 라이브 방송을 통한 실시간 소통 등 기존 아이돌들의 컴백 프로모션과 거의 비슷하게 진행되고 있어요. 경쟁이 심화한 아이돌 판에서 버츄얼이라는 요소를 강조하기보단 오롯이 본인들의 실력과 스타성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는 거죠. 이런 노력이 효과가 있었는지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버츄얼 아이돌 팬들이 이들을 좋아하는 이유로 ‘노래가 좋아서’, ‘무대를 잘해서’, ‘멤버가 매력 있어서’처럼 일반 아이돌 팬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사유를 들고 있다고 하네요.







버츄얼 아이돌 인기, 언제까지 이어질까요? 


육각형 인간이라는 단어들 들어보셨나요? 트렌드코리아 2024에 소개되고 4월 2주 차 2024 트렌드 키워드 트렌드지수 1위를 차지하는 등, 요즘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육각형 인간에 관한 관심이 뜨거워요. 육각형 인간이란 외모, 학력, 자산, 직업, 집안, 성격 등을 포함한 모든 측면에서 완벽한 사람을 의미하는데, 한동안 유행했던 MZ 세대의 갓생 열풍이 진화한 이 키워드는 젊은 세대의 추구미를 자극하며 빠르게 트렌드로 자리 잡았어요. 


문제는 젊은 세대가 이렇게 높은 기준의 잣대를 본인에게뿐만 아니라 타인을 향해서도 적용하고 있다는 건데요. 이들은 특히 본인들의 우상인 아이돌들이 외모, 춤, 노래, 인성 등 모든 방면에서 완벽하기를 기대해요. 하지만 세상에 완벽한 사람이 어디 있나요? 누구나 한두 가지 정도 부족한 측면을 가지고 있기 마련인데요. 이런 점과 비교했을 때 완벽한 설정값으로 만들어진 버츄얼 아이돌은 육각형 아이돌이라는 강점을 지니고 있어요. 이는 팬들을 넘어 광고주 브랜드에도 큰 매력 포인트로 작용하는데, 과거가 전혀 없어 인성 역시 철저하게 만들어진 버츄얼 아이돌이기 때문에 브랜드는 광고 모델에 대한 부정 이슈를 피한 채 광고 효과는 톡톡히 누릴 수 있어 선호하고 있죠.



또한 기술 발전과 함께 버츄얼 아이돌 자체가 더욱 고도화될 여지가 많이 남아 있다는 점 역시 주목할 만한데요. 현재 대다수의 버츄얼 아이돌 그룹은 시각적으로 표현되는 모든 요소를 만들어 낼 순 있었지만, 단 한 가지 목소리를 만들긴 어려워 실제 사람의 목소리를 사용하고 있거든요. AI 기술이 발전해 인간의 목소리까지 따라 할 수 있는 정도가 되고, 더 나아가 증강현실 기술이 삶 곳곳에 사용되며 버츄얼 아이돌의 활동 영역을 확장한다면 이 시장의 규모는 또 한 번 엄청난 성장을 거둘 것으로 기대되고 있어요. 


이미 버츄얼 아이돌 문화 확장을 위한 움직임은 시작됐어요. 얼마 전에 차은우, 서강준 등 수많은 인기 스타를 배출한 소속사 판타지오의 창업자 나병준 대표가 합류한 ‘메가메타’와 OTT와 게임 비즈니스 시장을 타깃으로 글로벌한 IP를 기획/제작하고 있는 스토리 엔터테인먼트 기업 ‘슈퍼스토리’가 합작하여 버츄얼 아이돌 오디션을 개최한다는 소식을 전했는데요. 이들은 버츄얼 아이돌 3세대, 4세대 등 다음 세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며 버츄얼 아이돌을 반짝 트렌드가 아닌 K-POP 시장의 어엿한 주역으로 이끌고 갈 것이란 포부를 간접적으로 드러낸 셈이에요.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후 활동을 시작하게 될 다음 세대 버츄얼 아이돌은 지금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팬들에게 어필할 것이라는 건 분명해 보이니까요. 


전문가들은 팬심을 자극하기에 하나 부족함이 없는 캐릭터와 이를 뒷받침할 기술과 기획력 등이 더욱 발전된다면, 버츄얼 아이돌의 인기는 사그라지지 않을 것 같다고 보고 있답니다.







소수 팬덤만 즐기는 문화에서 출발해 이제는 대중문화로 발전한 버츄얼 아이돌! 이제는 누가 뭐라 해도 주목해야만 하는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주류가 되었는데요. 워낙 탄탄한 팬층을 형성하고 있는 만큼 버츄얼 아이돌과 콜라보를 시도하고자 하는 브랜드가 점점 늘어나는 것은 물론이고, 더현대 서울이 물꼬를 튼 버츄얼 아이돌 자체 콘텐츠를 보여주는 새로운 형태의 리테일도 계속해서 등장할 것 같죠. 


특히 가상 세계 속에만 존재하는 대스타들을 오프라인 리테일에 끌어내기 위해서는 지금과는 확연히 다른 기술이 도입된 리테일이 필요할 텐데요. 버츄얼 아이돌의 등장으로 리테일 역시 또 어떤 변화의 국면을 맞닥뜨릴지 기대해 봐도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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