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며들다
한눈에 반해 본 경험이 있으신 분들은 아실 테지만 한눈에 반하는 느낌은 사람을 몹시 설레게 합니다. 심장이 쿵쿵 걷잡을 수 없이 마구 방망이질을 합니다.
그런데 서서히 스며드는 느낌도 그에 못지않습니다. 아니 어쩌면 그 강도가 더 셀 수도 있습니다. 한눈에 반했어도 서로에게 스며들기 전에는 ‘너’는 ‘너’, ‘나’는 ‘나’이지만, 서로에게 스며들면 ‘너와 나’ 대신 ‘우리’가 되니까요. 그래서 한눈에 반한 사이보다 스며드는 사이가 한 수 위입니다.
‘스며들다’의 뜻은 국어사전에 ‘속으로 배어들다, 마음깊이 느껴지다’라고 나와 있습니다. 그러니까 스며든다는 건 억지로 되는 게 아닙니다. 내가 감동을 받아야 스며들게 되고, 내가 감동을 줘야 스며들 수 있습니다. 그것도 어쩌다 한 번이 아니라 계속 이어져야 가능합니다.
메말라 있는 우리 사회에 ‘스며드는 사랑’, ‘스며드는 위로’, ‘스며드는 마케팅’, ‘스며드는 학습’, ‘스며드는 정치’, 이렇게 ‘스며듦의 철학’이 널리 퍼지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