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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타럽 Dec 19. 2024

볼 빨간 사추기

해주다와 하다

 우리말이 참 ‘아’ 다르고 ‘어’ 다른 게 ‘하다’라는 말과 ‘해 주다’라는 말은, 뭔가를 하는 건 같아도, 그 느낌이 무척 다릅니다.               


 가령 설거지를 할 때 ‘설거지를 하다’라고 하면, 그냥 설거지를 한 게 되지만, ‘설거지를 해 주다’라고 하면, 누군가를 위해 설거지를 한 게 되지요.     

 그런데 같이 밥 먹고, 더욱이 누가 열심히 만들어 차려준 밥을 먹고, ‘설거지를 해 주다’라고 하면, 설거지를 한 공치사가 너무 크게 느껴집니다. 특히 사랑하는 사이에 그렇게 ‘해 준다’고 말하면, 마치 너와 나를 구분 짓는 듯한 느낌마저 줍니다.     


 원래 사랑하면 상대가 해달라고 하지 않아도, 내가 좋아서 하게 되잖아요. 가령 ‘뽀뽀한다’고 하지 ‘뽀뽀해 준다’고 하지 않는 것처럼요. 그런데 마치 이해타산하듯이 굳이 ‘해 준다’고 하면 고마운 마음이 들다가도 사라지게 됩니다.               


 그러니 설령 뭔가를 해 줄 때도, 사랑하는 사이에서는 ‘해준다’고 하지 말고 ‘한다’고 하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하는 사람도 대가를 바라지 않고 하는 게 되고, 상대도 더 감동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상대는 그럴 때 ‘고맙다’는 표현을 꼭 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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