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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skim Sep 29. 2024

아파, 아파, 압화박물관

하동 문학기행 7편

   '아파'에 간다는 말을 계속했다. 무슨 뜻인지, 영어 발음인 줄 알았다. 내가 워낙 히어링이 안 좋아 어린 아들한테도 구박을 받는터라 이해되지 않아도 궁금해도 참았다. 구례에 아파 박물관이 있단다. 거기에 일행 중 한 분인 황 작가님 작품이 있어 찾아간다는 것이었다. 드디어 아파 박물관에 도착하였다. 



   아, 押花박물관? 꽃을 눌러서 그린 그림을 압화라 한단다. 그런데 한자를 적으면 쉽게 이해될 것을 한자가 없다. 박물관의 외관은 우리의 한옥을 본떠서 만들었다. 마침 대한민국 압화대전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었다. 압화의 의미를 그림을 통해 감상해 보자.


    어떤가? 그 옛날 어린 시절 식물채집이란 방학 숙제가 있었다. 각종 나뭇잎을 들에 나가 채집하여 종이에 붙이거나 또는 은행잎이나 단풍잎을 책갈피에 가지런히 넣고 책을 눌러 덮어 두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것도 일종의 압화라 할 만하다. 압화의 소재는 꽃 외에도 식물, 나뭇잎, 곤충, 새나 동물의 털 등 다양하게 사용되었다.

   꽃이나 식물을 건조시킨 뒤 이를 천이나 종이 등에 부착시키는데 그전에 간단히 밑그림을 그리거나 부착 후 일부 공간에 덧칠을 하기도 했다. 또한 식물이나 꽃 등이 부서지지 않고 오래 지속되도록 하기 위해 수지 등을 사용, 회화적 처리를 한다는 것이었다. 

   아래 그림들은 모두 한 땀 한 땀 꽃이나 식물 잎을 붙여 만든, 아니 그린 압화 작품들이다. 놀랍지 아니한가?



   위 그림들은 아예 꽃을 돌출되도록 갖다 붙인 것이다. 아니 꽃을 꽂았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다. 회화라기보다 공예 같았다. 꽃은 화병에나 꽂는 줄 알았는데 꽃을 꽂고 붙여서 그림을 만든다? 굉장한 회화의 변혁이다. 전통적 회화관을 가지고 있었던 나에게 이런 형식 파괴의 압화는 가히 충격이었다. 

   압화의 형식은 다양했다. 요런 응용도 가능했다. 이로써만 보면 압화는 공예였다. 하긴 공예와 미술의 경계는 모호하니까.



   압화 미술은 19세기에 식물표본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물론 이와 유사한 형식은 동서양에 그전부터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미술로 발달된 시기가 그렇다는 것이다. 대통령상과 특선한 작품을 감상해 보자.


  한국압화박물관은 2016년에 개관하였고 지리산을 품은 고장 구례에 있었다. 아파가 아닌 押花박물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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