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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skim Sep 28. 2024

토지문학제, 가을밤의 힐링

하동 문학기행 3편

  전국의 축제가 1,500개나 된다고 한다. 그런데 문학제는 별로 들어보지 못했다. 대부분의 축제가 먹고 마시는 오락 성격이어서 크게 차별이 없는데 문학제는 그래도 주제를 가지고 해서 다를 것이라 생각했다. 특히 박경리 '토지'라는 핵심 키워드가 있으니 어찌 다르지 않을까. 

  드디어 하동에 도착, 최참판 댁 가는 길로 향했다. 초짜인 나는 문학제가 어떻게 진행될까 궁금했다.

시상식이 끝나고 공연 등 퍼포먼스가 진행되었다. 나의 눈길을 끈 것은 식전 행사로 열렸던 동래학춤

이었다. 학탈을 온몸에 뒤집어쓰는 궁중학무와 한성준류 학춤과 달리 동래학춤은 검정갓·흰 도포·바지·저고리·미투리로 복색을 갖추고 덧배기 특유의 굿거리장단과 구음창(口音唱)에 춤을 싣는다. 검정갓은 학의 머리 같고 흰 도포는 학의 몸체와 날개 같았다. 무형문화재 업무를 담당했지만 동래학춤을 눈앞에서 보기는 처음이었다. 


  동래학춤의 감동에 이어 나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詩劇이었다. 시극이란 장르는 처음 접해 보는데 오페라 같기도 하고 어린 시절 강변 가설무대에서 보았던 악극 같아 보이기도 했다. 토지의 작가 박경리의 삶을 내레이션 형식의 소리로 풀어내었는데 서사적 문학극이라 할 만했다. 그런데 뭐니 뭐니 해도 토지문학제의 하이라이트는 가을밤에 최참판 댁 마당에서 진행된 시 낭송회와 공연이었다. 한번 상상해 보라. 보름달이 휘영청 뜬 가을밤 문학의 배경이 된 전통한옥에서 낭랑하게 들려오는 시를.

그야말로 가을 속으로 들어가 나도 가을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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