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 천리]
오전 5시 알람이 울린다. 벌떡 일어나야 한다. 오늘도 출장이니까? 대전에 10시까지 가야 한다. 피곤하다. 대전에서 업무를 마쳤다. 그리고 부산으로 얼른 가야 한다. 20년 가까이 생활했던 우리 집의 구매자와 계약을 맺기로 하였다. 2년 정도 기간이 걸렸다. 얼른 가서 계약해야지 하는 의무감이 너를 강요한다.
우리 가족의 테두리가 되어준 공간이 이제 다른 분들에게 넘겨야 한다. 대한민국의 주택 정책 때문에 정리해야 한다. 부동산으로 부를 늘리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리고 그런 것을 할 줄도 모른다. 가정사 때문에 1가구 2주택이 되었다. 그리고 3년 안에 집을 처분해야만 한다. 그마저 가지고 있는 욕심 없는 너의 가짐(재산)에 손해를 덜 본다는 주변 지인들, 그리고 세무사에서 알려준 결론 때문에 이번에는 계약을 진행해야만 한다.
계약 진행 동안 서운함이 계속 마음을 누르고 있다. 이 집에서 애들도 잘 키웠다. 좋은 이웃분들 때문에(아래, 윗집) 잘 지냈다. 동향, 그리고 전망이 좋지 않았던 아파트 위치 등, 와이프는 항상 불만을 토로했지만, 욕심 없는 너는 만족하고 20년을 잘 살았다. 이사를 위한 이것저것을 생각하니 여러 가지 귀찮은 작업도 있다. 서운함과 더불어 또 은행에 손을 벌려야 한다. 요즈음 은행 융자도 쉽지가 않다고 한다.
공인중개사의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설명을 듣고는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최종 계약 및 이사는 약 2달 뒤에 진행하기로 하였다. 이사라는 게, 서로 날짜의 협의가 필요하다. 계약서 단계에서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서로 고마움을 표현한다. 2개월 동안 마음의 정리를 해야 할 듯하다. 여러 가지로 양보하는 미덕에 감사를 느낀다.
새로운 집에서 활기찬 생활이 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