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슬로에서 생긴일
김영자
코로나 팬데믹이 지구를 공격하기 전 해에 친구와 북유럽 여행을 떠났다.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3개국 패키지여행이다. 인천공항에서 낮에 비행기에 탑승하여 오후 2시경(그곳 시간) 오슬로 공항에 도착한 일행은 그곳 여행사 버스를 타고 오슬로 오페라 하우스를 방문했다. 오페라 하우스는 해안가에 자리한 이름답고 특이한 건축물이다. 8월 말임에도 우리나라 10월의 날씨 같고 오슬로 시내는 평화롭고 여유로웠다. 첫날은 일찍 호텔에 들어 식사 후 주변 산책등 자유시간을 가졌다. 호텔 방 침대가 너무 작은 게 인상적이었는데 수시로 전투를 벌이며 쪽잠을 자던 바이킹의 습관이 이어진 때문이란다.
다음날부터 본격적인 관광에 나섰다. 노르웨이를 생각하면 빙하가 녹아내려 생긴 수많은 피오르의 짙푸른 물과 아름다운 경관, 그리고 터널의 웅장함이 떠오른다. 터널 안을 달릴 때 30분이 소요된다고 했으나 한 시간도 더 터널 안을 달린 느낌이었고 터널 안에 교차로도 있었는데 노르웨이가 도로 터널 길이로 세계 제1위라고 했다. 도로를 달릴 땐 좌우로 맑은 하천과 울창한 산림, 평화로운 목장들이 끝없이 펼쳐지고 있었다. 우리나라처럼 고속도로 휴게소에 대형(?)화장실이 있는게 아니고 가다가 적당한 곳을 택해 사용한다고 했다.
한참을 달리던 중 기념품 가게가 몰려있는 마을에서 멈췄다. 기념품 가게 안의 화장실을 이용해야 하는데 그나마 그 마을 초등학생들이 교대로 요금을 받는다고 했다. 화장실을 많이 만드는것도 자연훼손이라 생각하며 자연보호를 위해 불편을 감수하는 셈이다. 첫 번째 방문한 기념품가게 마을은 소박하고 아름다운 산촌 마을이었다.
모두들 기념품 구경도하고 사진도 찍으며 자유시간을 가졌다. 그 산간마을에도 맥도날드가 있었다. “아이스크림 사 올래?”친구 말에 “그래”나는 호기롭게 대답하고 건네준 유로화를 들고 맥도날드에 들어섰다. 잘생긴 청년 두 명이 있었고 나는 바닐라 아이스크림 두 개를 주문했다. 아이스크림을 맛있게 먹고 버스로 돌아왔다. 버스에 오르는데 뭔가 허전함이 느껴졌다. 백이 없었다. 나는 아연했다. “내 백” 나의 큰소리에 일행들도 놀란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아,그 화장실”, 화장실 문에 백을 걸어둔 생각이 났다. 순간 자동으로 “My bag”을 외치며 차에서 내려 달렸다. “아줌마 백 맥도날드에 맡겼어요” 버스로 돌아오던 청년이 소리쳤다. 나는 쏜살같이 맥도날드로 뛰어들며 “My bag!”를 외쳤다. 조금 전 아이스크림을 주문받던 청년이 무표정하게 나를 쳐다보더니 안으로 들어가 내 백을 들고나왔다. 안도의 숨이 쉬어졌다. 평생 처음으로 진심을 담에 영어 한마디를 했다. “Thank you”.
그렇게 법석을 떨며 시작한 열흘간의 북유럽 여행은 내게 역대급 해외여행이었으며 마지막 해외여행이 된듯하다. 그 후 두 번의 큰 수술로 너무 쇠약해졌고 내년이면 팔순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