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상원 Sep 14. 2024

일상에 깃든 진정성

일상은 어떤 느낌으로 우리에게 다가올까? 그날이 그날 같아서 지루할 수도 있고, 어디론가 탈출하고 싶은 욕구를 자극할 수도, 또는 무사하게 평범한 하루를 보낸 것에 감사함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런 일상 속에서 나의 눈을 반짝이게 하고 가슴을 따뜻하게 해주는 이들과의 만남이 있다.  


천주교 신자의 의무 중의 하나가 주일미사 참례라고 배웠다. 의무감으로 해야 하니까 참석하는 미사는 어떨까? 신장의 입장에서 뿐만 아니라, 미사를 집전하는 신부님의 입장에서도 생각해 본다. 하느님이 좋아서, 기쁨으로 미사를 봉헌할 수 있다면? 이사를 하고 새로운 본당에 가게 되면서, 기쁨으로 신자들을 대하고 미사를 집전하시는 주임신부님을 만나게 되었다. 


미사 중에 신부님이 계시는 제대와 내가 있는 신자석 사이에는 거리가 꽤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부님이 한마디 한마디 정성 들여 미사문을 읽으실 때, 신자들에게 말씀하시기보다는 신자들과 이야기하듯 정답게 말씀하시는 모습에서, 그리고 제대 위에서나 아래에서나 한결같은 미소를 짓고 계신 모습에서 나는 무한한 감동을 받는다. 무엇보다도 신부님의 기쁨은 전염성이 있어서 집에 도착한 후에도 나는 기쁨을 느끼게 된다. 


또 한 사람이 있다. 며칠 전 서울역에서 버스를 타고 집에 오게 되었다. 비 내리는 날에 낯선 서울역 버스정류장에서 잠시 헤매다가 버스에 올랐는데, 기사님이 친절하게 맞아 주신다. 여유로운 버스 안에서 나는 자리에 앉아 창밖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런데 기사님의 안내 말씀이 심심치 않게 생중계되고 있었다. 버스가 많이 흔들릴 때마다 승객의 안전을 위한 안내부터 매 정류장을 직접 알려주시는 말씀까지.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스스로 하고 계시는 기사님을 보면서, 나는 평소와 달리 버스 안이 참 안전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기사님이 나를 도착지까지 잘 안내해 주고 계신다는 든든함까지. 


일상이 기도가 되게 하라는 데이비드 호킨스 박사의 글을 읽었다. 수긍이 가는 말씀이다. 나의 일상은 어떻게 기도가 될 수 있을까? 내가 만난 본당 신부님과 버스 기사님의 모습에서, 그분들의 일상에 깃든 진정성에서 조금은 힌트를 얻은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맛보고 깨달아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