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으로 내담자와 심각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문득 내 공간에서 무언가 움직이고 있었고, 잠시 후에 모니터 우측 상단에 갈색의 곤충이 내려앉았다. 손가락 마디 하나 정도의 크기였다, 아주 크지도 작지도 않은. 어디서 왔을까? 아까 환기하려고 창문을 열었을 때 들어왔을까? 나는 내담자에게 지금 모니터에 곤충이 있다고 말했다. 순간 그녀의 긴장이 풀리면서 엷은 미소를 지었다. 곤충은 얌전히 있었고 하던 일을 특별히 방해하지 않아 다행이었다.
곤충은 어느새 날아서 방 안의 나뭇가지에 앉은 듯했다. 상담이 끝나고 창문을 열었다. 그곳을 통해서 바깥세상으로 돌아가길 바라면서. 그 후에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다만 곤충의 움직임이 다시 포착되지는 않았다.
이번 주에 여섯 번째 MBSR (마음챙김에 근거한 스트레스 완화) 심화반 모임이 있었다. 몸과 마음의 고통과 어떻게 함께 살아가는지가 주제였다. 그러면서 무상함, 즉 모든 것은 변한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의 몸도, 건강 상태도, 생각도, 감정도 모두 변한다. 그렇지만 우리는 좋아하고 원하는 변화는 환영하는 반면에, 싫어하고 바라지 않는 변화는 거부하고 싶어 진다. 동시에 우리의 지각은 고정불변함이라는 착각을 일으킨다. 건강하면 건강한 대로, 아프면 아픈 대로 자신에 대한 어떤 고정된 상을 형성하게 된다.
이러한 경향으로 무언가를 자꾸 하게 되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내지는 원하는 상태에 어서 빨리 이르고 싶어 한다. 이렇게 서두르다 보면, 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릴 기회를 잃게 된다. 주의집중을 하며 관찰을 할 때, 변화를 보고 느끼게 되며 무상함이 삶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뜻하지 않게 곤충이라는 손님이 내가 머물던 공간에 찾아왔다. 솔직히 반갑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이미 와있는 존재를 적으로 대하고 싶지 않아서, 그저 내버려 두었다. 곤충은 제 갈 길을 찾아간 것 같다. 나의 우려와 달리, 잠시 동안의 공존 후에 자취를 감추었다. 무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