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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똑똑 Aug 23. 2024

모킹버드

어슬렁거리기, 책장

2400년대의 미래. 고위직을 포함하여 모든 노동인력은 로봇으로 대체되었다.

사람들은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생각버스에 올라 생각만 하면 이동이 가능하고, 사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자판기에서 구매하기만 하면 된다.

인간들은 대마와 바륩이라는 최면제에 취해 삶의 의지를 잃어가고 개인영역을 침범하는 행동이 불법이며, 더 이상 아이들은 태어나지 않는다.

인간의 감소를 설명하는 설득력 있는 설명 중 '내면'경험 우려의 확산 부분에서 잠시 멈춰선다.

내면의 경험을 우려하는 세상이라니,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옥상에 올라 죽기를 바라는 메이크 나인 로버 스포포스. 하지만 단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한다.

인간과 같이 사고하고, 자율적으로 움직이지만 일정 부분 제약이 걸려있는 존재이다.

스스로 죽을 수 있는 기회도 선택할 수 없고 오직 인간에 의해서만 죽을 수 있다.

인간이 만든 로봇 중 가장 강하고 똑똑했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계속 살아가도록 프로그래밍 되어 있는 유일한 로봇이었다.

그와 비슷한 안드로이드들은 높은 곳에서 떨어지거나, 스스로 부식제를 마시거나, 미쳐 날뛰다 인간들에게 부서졌다.

한 번 기억한 것은 잊혀지지 않는다.

그에게는 페이즐리라는 인간 남자 연구원의 뇌 수정본이 탑재되어 있고 신체 나이는 서른 살로 설정되어 늙지 않고, 영원히 그 시간 속에서 살아간다.

놀랍게도 사랑에 빠졌지만, 그는 그대로인데 늙어가는 그녀를 보는 건 왠지 서글픈 일이다.

망각도 없이 영원한 시간 속에서 살아가는 것은 도대체 어떤 느낌일까?

로봇이 일자리를 대체하고, 온 세상이 프로그램화 되어 인간들은 배우는 것을 잊어버리고 말았다.

각종 세뇌를 당한 인간들은 읽고, 쓰기를 전혀 못한다.

개인주의 성향을 강조하여 타인과의 교류를 전혀 하지 못하도록 교육받는다.

얼마 남지 않은 인간들도 곧 다 사라질 것이다.

그 와중에 스스로 '읽기'를 배웠다며 나타난 남자가 있다. 오하이오의 폴 벤틀리.

지구에는 오랫동안 글을 읽을 수 있는 인간이 존재하지 않았는데, 놀라운 일이었다.

책이 사라진 세상에서 사는 폴은 읽기만 가능했고 단어의 뜻은 사전을 통하여 하나씩 학습하는 수준이었다.

나중에는 깨달음을 통해 변화하지만, 그가 메리 루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다른 인간과 같은 삶을 살다 죽어가지 않았을까?

다시 독서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문해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오로지 긴 줄글로 된 책을 읽는 게 해답이될 것이다.

말은 하되 읽거나 쓰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거나 자신의 생각을 보탤 수 없다면 인간은 충분히 로봇보다 더 못한 존재가 될 수 있다.

모킹버드는 다른 새의 울음소리를 흉내내는 흉내지빠귀다.

우리가 그저 읽기만을 하고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모킹버드에 지나지 않지 않을까.

분명 SF소설을 읽었는데, 자기계발서를 읽고 쓴 글 같은 느낌으로 마무리 되는 이 글은 도대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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