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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진년 Dec 22. 2024

마곡사

마곡사 / 허진년


기억은 혼자서 걷는데

얽힌 역사는 둘로 나뉘고

절박한 수행으로 잡초더미에 번뇌 숨겼더니

팔랑거리는 바람에도

퍼렇게 멍이 든다


일부가 전부가 되는 한나절이 석탑에 걸리자

꼿꼿함에 질린 당간지주를 접어보려던

갈피 없던 마음도 미끄럼을 탄다


물소리 꾹꾹 누르며

돌다리에 휘감기는 계곡에서

벗지 못하는 몸 씻기고 있는

부처님부처님부처님


꼬리가 길어 부담되는 잡문이 늘어지고

옷소매에 걸리는 허물을 떼어 놓았더니

덜렁거리는 법문들도 일주문을 나선다

 

삿자리 마루에 엎드려

춘마곡추갑사春麻谷秋甲寺 시절을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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