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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a Lee Aug 23. 2024

한두 푼 아껴서 부자 될 거다!

현재 토론토 생활, 그리고 나의 자영업자 이야기

나와 남편 5살 고등어 고씨 고양이는 가게 위층에 자리한 2 bed에 산다.

출퇴근 시간 1초!

다 좀 게으르고 이동시간을 싫어해서 딱이다. 이 집은.

오픈 1시간 전에 출근한 가게에 온 나는 오늘도 꾸깃꾸깃 종이 영수증을 정리한다.

남편은 장보고 난 영수증을 자꾸 비닐봉지 안, 서버 바 아무 곳에 놓는다. 7개월간 불평하고 투쟁했지만 내가 영수증 찾는 놀이를

좋아하는 줄 아는가 보다..

비즈니스도 처음, 가게 운영도 처음인 내가 잘하고 해내야 하는 일 중 하나인 4분기 HST 보고. 캐나다는 손님들에게 음식값의

13%의 HST를 추가로 받는다. 이를 모아두었다가 분기별로 정부에 세금을 내는 구조인데 우리가 물건을 살 때 낸 HST를

제하고 보고한다.

그러므로 영수증을 잘 모으는 일은 내가 돈을 버는 일.


토론토 세인클레어 끝자락에 위치한 작은 가게, 1월 초에 오픈해 지금 어느덧 8월 말. 7개월을 버틴 나와 남편은 자영업은

버티기가 가장 중요한 스킬임을 깨달았다.

매일매일의 1분 1초, 희망과 절망의 사이에서 어지럽다가 어느 날은 부자가 된 우리를 떠올리다가, 어느 날은 전부 정리하고 다시

본인의 직장으로 돌아간 날을 만난다.

요즘 자영업.. 전부 다 같은 상황이겠지. 물론 이미 시작부터 대규모 총알을 장전한 어마어마한 자영업자들 말고.. 샘이 난다.

달 전 오픈한 지 얼마 안 된 한인이 운영하는 가게에 갔다. 음식도 퓨전(우리와 비슷한 메뉴), 분위기도 내가 너무 좋아하는

느낌이라 가게에서 같이 일하는 서버 친구와 함께 갔다.

서버의 서비스는 환상적이었고, 인테리어도 인스타 감성, 나무나무한.. 핸드솝도 이솝!

음식은 정말.. 그냥 그랬다. 객관적으로 음식 때문에 또 가고 싶다는 리뷰는.. 이해할 수 없지만 개개인의 입맛은 다르니까.

그런데 웨이팅도 넘쳐났고.. 자리가 좋아서? 인테리어가 예뻐서일까?

달 후인 지금 리뷰를 보면 주인이 조금은 무례하다 한다. 바빠서 손님을 홀대한다고도 하고..

우리도 더 나은 자리에 더 좋은 인테리어로 오픈했어야 했을까?

오픈하고 빠르게 성장해서 바빴다면 나도 손님을 홀대했을까? 말도 안 돼!

며칠 전 만나고 온 회계사님이 그러셨다.

"요즘 장사는 어때요? "

"그저 유지하고 먹고살아요.. 저희만 그런 거 아니죠?"

 머쓱하게 용기 내어 물었는데

"요즘 다들 돈이 없데요.. "하시는 말씀이 요즘 나를 가장 슬프게 하는 말..

주위 사람들과 손님들의 응원 섞인 음식 맛도 좋고 서비스도 열심히 해서 진짜 잘 될 거라는 말.

경기가 좋지 않은 이유로 우리의 가게 성장이 더딘 거라는 말이.. 그게 위로가 되는 말이라면 좋겠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난 이 말을 믿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믿고 싶지 않은 소극적 쫌생이 자영업자이다.

일주일에 4시간씩 2일 시프트를 주던 서버 친구에게 2주 노티스를 주었다. 캐나다는 해고시나 자율적 퇴직 시에 2주 노티스를

주는 것이 관례라서 그 절차만 밟으면 직장 내 오랜 인연과 간단히 이별할 수 있다.

사실대로 말해주었다. 미안하다 연말에 내야 할 돈이 많은데 지금 상황으로 아낄 수 있는 게 인건비뿐이라 이해해 주길 바란다.

아주 구질구질하게 용기 없이 카톡으로 말했다. 내가 친언니면 좋겠다던 그 아이에게, 워홀로 온 지금 캐나다 생활이 너무 행복해

여기에 정착하고 싶다 2주 전에 고민 상담했던 그 아이에게 나는 일자리를 빼앗는 사장이 되었다.

그날의 나의 기분은 정말 난생처음 겪는 아리송하고 불쾌한 기분이었다.

감정이 하나의 선 같은 침착한 그 아이는 너무 미안해 말라며 나를 위로해 주고

권고사직을 받아 본 적이 없고 해 본 게 처음인 나는 공감해 줄 수 있는 부분이 없어 그냥 마냥 미안한 질한 사장님이 되었다.

글을 써 게시하는 게 처음인 나는 지금 자영업 얘기로 시작을 하는 게 맞는지도 잘 모르겠다. 누군가는 즐거우려나..

10시 8분, 글 쓴다고 놀리는 남편이 뒤에 대고 "이작가 마감은 안 하냐~?"

이제 집으로 갈 시간이다.

퇴근 완료! Cheers!

다음 편에는 유학생활과 내 전 직장 이야기를 풀어볼까 한다. 좀 더 유익한 정보로 돌아오겠습니다. 

모두들 Have a great nigh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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