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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모찌 Aug 29. 2024

1-1. 전지적 연예인 매니저 시점의 시작

1-1. 내 생에 연예인은 그저 나와는 다른 세계의 사람들일 뿐이었어..

’ 연예인‘ 연예에 종사하는 사람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배우, 가수, 희극인, 모델 등이 속한다. [위키백과]


어린 시절 그리고 지금 현재도 누구나 선망하는 직업 중에 하나인 연예인. (요즘은 유튜버도 선망 직업으로서 연예인에 못지않다.)


바나나맛 우유를 좋아하는 유치원 아이들부터..

복덕방에 모여 “장이야~”를 외치며 장기를 두고 나서 다 같이 구수한 청국장을 함께 드시던 어르신들까지..

살면서 두 번 이상 보지도 듣지도 않았다면 믿겠지만 한 번도 보지도 듣지도 않았다고 얘기하면 거짓말쟁이로 낙인이 찍혔던 작은 네모 상자의 TV와 라디오 그리고 극장.


유튜브,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등의 OTT, SNS 이 모든 게 아직 존재하지 않던 90년대와 2000년대 초까지는


인종, 국가, 지역, 직업, 나이와 세대를 불문하고 그 어느 누구라도 좋아하고 사랑했던 TV와 라디오 그리고 극장.


그 안에 담겨있는 음악, 영화, 드라마, 교양, 만화 등은 인간의 희로애락이 담겨 있는 최고의 선물꾸러미였다.


(딩~동~댕~동~댕~)

진행자 : “전국~~!”

관객들 : “노래자랑~~~!!”

(빰빰빰~ 빰빰~ 빰빠~ 빠라밤빠라밤~ 빰빰~~ 빠라빰빰빰~ 빰빰~~)


흥이 차고 넘치는 일반인 참가자들의 향연으로 배꼽 빠지면서 어깨가 들썩이게 만들던 전국노래자랑,

휴가증을 걸고 재미난 경쟁.. 그리고 “엄마가 보고플 때 엄마 사진 꺼내 놓고…” 이후 면회 오신 어머님 또는 애인과의 훈훈한 모습을 보여주던 국군 장병들과 함께 했던 우정의 무대,

골목길에서 축구하던 아이들도 따라 하고 흉내 내던 ”그래 결심했어 “의 일요일 일요일 밤에..


국내 역대 최고 시청률 65.8%의 한국판 로미오 최수종의 이루어지지 못한 아련한 첫사랑 이야기인 드라마 첫사랑,

“모래시계 보려고 다 집에 가서 서울 시내가 한산합니다”라는 뉴스 보도가 나오고, “나 지금 떨고 있니?”라는 전국민적 유행어를 남기며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모래시계..


일요일 아침 일찍, 잠이 많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하던 이웃집 막둥이도 벌떡 일어나게 하는 마법으로 소문이 자자했던 디즈니 만화동산.


…..


나 또한 다른 사람들이 그러했듯이 단지 삶의 일부로써 작은 TV와 라디오 그리고 극장에 울고 웃고.. 위로와 위안, 용기와 희망을 얻고는 했다.


나는 간간이 수많은 주인공들의 이야기에 깊이 빠져들어, 내가 만약? 나라면? 나였다면? 하고 동일시하며 여러 즐거운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도 했다.


어릴 때부터 귀에 딱지가 들어앉도록 들어오던 말이 있다.


부모님과 어른들 말씀 잘 듣고 공경해야 한다.

공부 열심히 해서 안정적인 좋은 직장에 들어가야 한다.

곰 같은 남편, 여우 같은 아내로서 좋은 가정을 꾸리고 토끼 같은 자녀를 양육해야 한다.

그게 평범하지만 행복한 삶이고  그게 인생이니까.


그래서 숫기 없고 소심하여 다른 사람 앞에 나서기 좋아하지 않는 내 생에..

작은 TV와 라디오 그리고 극장에 나오는 연예인들은 그저 나와는 다른 세계의 사람들일 뿐이었다.


나 또한 노력은 나름 했지만 공부를 그리 잘하는 편은 아니었다.

그래도 남들처럼 평범하게 초중고대학교를 나와서 직장생활을 했다.


그렇게 나의 인생도 이 사회를 구성하는 수많은 보통의 사람들처럼 살아왔다고

생각했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거라 의심치 않았다.


지금 이렇게 글을 작성해 가는 이 시점의 나는..

그저 나와는 다른 세계의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던 연예인들과

함께 일을 하는 ‘연예인 매니저’를 밥벌이로 하고 있다.


불과 1년여 전까지만 해도 전혀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모습이다.

삶은 항상 무한 반복되는 선택의 순간이고 그 결과의 현재 진행형이다.

나는 어떤 선택을 했길래 지금의 결과를 맞이했을까..?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했던가..?


나는 자수성가로 잘 먹고 잘살고 싶어서 잘 다니던 직장생활을 접고 사업을 시작했으나

여러 우여곡절 끝에 엔데믹 초입에 개인회생을 준비하다가 파산을 하게 되었다.

파산으로 자존감은 바닥을 쳤고 방구석 외톨이가 되었다.

우울감과 대인기피증이 찾아왔고, 이 세상에서 스스로를 고립하여 자꾸만 동굴로 들어갔다.


지금은 어리석다고 생각을 하지만

그 당시 나는 세상이 원망스러웠고, 정산금이 순환되는 한두 달 버틸 자금을 지원받으면 순항할게 분명해 보였는데 돈을 빌려 주지 않는

부모님이 원망스러웠다. 부모님께 손을 벌리는 나를 “망할 거면 혼자 망해!!”라며

제지하는 누나와 크게 다투고 의절도 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실은 투사하면서 자기합리화하는 것에 불과했던

나약하기 짝이 없는 나 자신, 내 스스로에 대한 미움이 너무 많이 컸다.

그렇게 파산 신청을 하고 정확히 6개월여를 집 밖에도 나가지 않는 은둔형 폐인으로 지냈다.

  

살고 싶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죽을 용기도 없는 나였다.

나는 아름다운 지구와 사람 사는 이 세상이 좋았고,

사람마다 사춘기가 제 각각 오듯이, 그리고 주식과 부동산이 사이클이 있듯이

인생에도 좋은 날이 있으면 안 좋은 날이 있고, 그러다가 다시 좋은 날도 오고..


“난 단지 30대에 남들보다 더 빨리 망해본 거야.. “

“내가 만약 한창 돈이 많이 들어가고, 경제적으로 일을 하기 힘에 부치는 나이대인 60대~80대에 파산을 했다면?”

“지금보다 더 이루어 놓은 게 많아서.. 잃을게 더 많은 나이대였다면..?”

“차라리 인생의 바닥을 내려가본 경험이.. 평생 탄탄대로 걱정 없이 안정적으로 살다가 무너진 삶보다 나은 게 아닐까?”

“그래, 지금 많이 힘들지… 그래도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우리말 속담도 있잖아.. “

“신은 누구에게나 그 사람의 그릇으로 버티고 극복할 수 있을 만큼의 시련을 준다고 했어..”

“이 또한 지나가리라..”


더 이상 이렇게  스스로를 자책하며 미워하고 상처 주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당장 먹고살기 위해 나의 상황을 이해해 줄 수 있는 일터가 필요했다.


아직은 사람들을 만나기가 두려웠다.

세상 사람 그 어느 누구도 나에게 신경을 쓰지는 않는다. 다만 내 스스로 너무 움츠러들었기에

아직은 회복의 시간이 필요했다.


“대리운전을 할까..?”

“아니.. 많은 사람들과 부대끼며 하는 일은 아니지만.. 아직 부정적 덩어리 자체인 나의 부정적인 에너지를 손님으로 맞이하는 분들에게 전달할 거 같아.. “

“대학생 때 많이 했던 건설 일용직인 노가다는 어떨까..?”

“노가다는 많은 사람들과 협업으로 해야 하는 일이 자나.. 아직은 사람들과 마주칠 자신이 없어.. “

“택배는 어떨까..? “

“물류 창고는 사람들과 같이 하자나.. 그리고 택배 기사는 당장 그만한 자본이 없는걸..”


그렇게 또 몇 날 며칠을 불 꺼진 방 안에서 누워서만 지냈다.

수중에는 단돈 몇천 원이 전부..

더 이상 미룰 수 없었고 당근에서 개인의 배송된 가구 조립을 해주는 두어 시간짜리 알바를 했다.

“벌레 잡아주고 만원 받는 알바는 안 뜨나..? 비위 좋아서 잘 잡는데 나는.. “

그렇게 당근에서 당일, 개인 의뢰 건당 알바를 서치를 계속해 가던 중


모 연예인 소속사 구인 알바글을 보았다.

(사무실이 집에서 무려 15~20여분 거리로

가까웠다.!!)


내 나이 30 중후반.. 과연 써줄까..? 고민도 잠시..

나의 모토인 ‘안 해보고 후회할 바에는 해보고 만족하든 후회하든 하자’대로 일단 연락을 해보기로 했다.

전혀 기대도 안 했는데 “이력서 받아 볼 수 있을까요?”라는 답장이 와서 이력서를 보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껏 살아생전 전혀 생각도 못하던 ‘연예인 매니저’.

그저 TV와 유튜브, 넷플릭스 같은 매체에서나 보던 나와는 다른 세계의 사람들..

그들과 일을 한다고..? ‘전지적 참견 시점’에 나오는 연예인 매니저들과 같은 일을 한다고..?


만약.. 만약에 내가 정말 이 일을 하게 되는 운명이라면

연예인 매니저 채용 구인 공고 중인 곳에 전부 이력서를 다 써보자.

연락이 와서 일하게 되면 그건 운명인 거고..

나이도 많고 해서 연락이 안 온다면 역시 이 길은 내 길이 아닌 걸로 하자.


그렇게 해서 구글링과 유튜브로 정보를 수집했고, 가수 매니저는 대부분 20대만 채용한다는 정보에

가수 소속사는 제외하고 배우와 방송인 소속사 약 30여 군데에 기존 직장 지원용 이력서를 대대적으로 수정해서 지원을 했다.

(‘매니저 지원합니다. 회사 내규에 맞춰 주시는 만큼 급여받겠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사실 당근에서 처음 연락을 주고받고 이력서를 지원했던 소속사에서 연락이 올 줄 내심 기대를 했던지라..

구글링으로 소속 아티스트 정보를 수집하며 외웠고 유튜브에서 출연 영상들 서치하여 모니터링 열심히 하면서..

틈틈이 ‘전지적 참견 시점’도 보면서 ‘연예인 매니저’로서의 일상과 모습을 상상하며 기대에 부풀어 있었는데…


다들 이력서를 열람했다는 사실은 확인했으나 결국 아무 데서도 연락은 오지 않았고..

운명이 아닌가 보다 싶다가도.. 열심히 대대적으로 수정했던 이력서가 아까워서..

지원할까 하다가 안 했던 남은 10여 곳에 마저 지원해 보고 그곳들에서도 연락이 안 온다면..

더 이상 이것저것 따지면 뒤는 낭떠러지라 생각하고 배수의 진에서 마지막 전투를 준비하는 장군의 마음 가짐으로

깨끗이 포기하고 대리운전을 시작하자 마음먹었다.


그렇게 남은 10여 곳에 이력서를 지원하고 얼마 안 가 한 곳에서 바로 문자가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OOO엔터입니다 이력서보고 연락드립니다 0월 00일 면접 가능하신지요? 1~4시 사이입니다 “


“네 안녕하세요.

연락 주셔서 감사합니다.

말씀하신 일정에

가능합니다.

일정 검토하시고

편한 시간대에 맞추겠습니다. “


“서울 OOO타워

서울 OO구…입니다.

3시

이력서 가지고 와주시면 됩니다

^^“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그렇게 40여 군데 연예인 소속사 매니저 채용 공고에 이력서를 지원해서

단 한 곳에서 연락이 왔고 면접이 진행되었다.

무려 2차례나!!!

(1차 면접 : 본부장님)

(2차 면접 : 이사님, 본부장님)


……..


그래서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띵~ 문자가 도착하는 알림음이 도착하는 즉시 문자를 확인했더니

아래와 같은 문자가 와있었다.


“주민등록등본 띠어서 2시까지

사무실로 오세요

첫 출근.입니다 “


……


“네 확인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그렇게 나의 전지적 연예인 매니저 시점이 시작되었다.





*쿠키 글*


채용 이후 출근해서 업무를 배우는 도중 본부장님께 나를 채용한 이유에 대해 궁금해서 물어본 적이 있었다.


“본부장님.. 저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뭔데..?”


“저보다 나이도 어리고 경력이 있는 지원자들도 많이 있었을 텐데..

경력 없이 나이도 많고, 주는 만큼 받겠다 했지만

예전 직장 연봉도 5천 가까이 받았어서 실업급여 때문에 그냥 지원해 본 사람으로 봤을 수도 있었을 텐데요.. “


“아.. 나도 처음에는 이력서 보고 장난인가 싶었어.”

“근데 이력서 보면서 얘는 뭐지? 싶은 호기심이 들어서 연락을 했었고 면접을 본거지”

“우리 엔터 업계 매니저 채용 면접에 정장 차려입고 오는 사람은 네가 처음이었어”

“그리고, 너 되게 절실하고 간절해 보였었어. “

“그래서 채용한 거야.”

“그러니까 열심히 해.^^”


“넵!! 알겠습니다!!^^”

(사실.. 많이 간절했던 게 맞긴 하다.^^)




[ 내가 걷는 길은 험하고 미끄러웠다.

그래서 나는 자꾸만 미끄러져 길바닥 위에 넘어지곤 했다.

그러나 나는 곧 기운을 차리고 나 자신에게 말했다.

괜찮아. 길이 약간 미끄럽긴 하지만 낭떠러지는 아니야

나는 천천히 걸어가는 사람이다.

그러나 뒤로는 가지 않는다.


- 에이브러햄 링컨(Abraham Lincoln)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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