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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용호 Oct 05. 2024

청소 알바

청소 알바


첫 웨이터 알바를 하루 만에 그만둔 후, 생활비를 벌기 위해 청소 알바를 시작했다. 영어 실력을 키우고 싶었던 나는 청소 일로 큰 꿈을 꾸진 않았고, 단순히 생계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일을 선택했다. 시급은 $12불, 청소도 한인잡이었기 때문에 돈을 많이 벌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학원 공부를 마치고 오후 4시가 되면, 슈퍼바이저 형이 나를 픽업하여 시드니 곳곳의 인쇄 공장과 카지노 기계 만드는 회사 같은 장소에서 청소를 했다. 청소 일은 단계가 있었고, 나는 화장실 청소와 쓰레기통 비우기를 맡았다. 단계가 올라갈수록 걸레질(Mopping), 먼지 털기(Dusting), 청소기 돌리기(Vacuuming) 같은 일을 하게 된다.


청소 시간은 정해져 있었다. 예를 들어, 세 시간의 청소 시간이 주어지면, 빨리 끝내더라도 세 시간치의 페이를 받았다. 그래서 최대한 빨리 움직여 일을 끝내는 것이 이익이었다.


한 달 동안 청소 알바를 하면서 두 명의 형님들과 부산에서 올라온 동생과 팀워크가 좋아 즐겁게 일했다. 한 분은 호주 영주권자로 용돈을 벌기 위해 알바를 하는 형님이었고, 다른 한 분은 청소 일을 통해 큰 회사를 차리려는 꿈을 가진 형님이었다. 남자들끼리 씩씩하게 일했기 때문에 유쾌한 분위기에서 일을 마칠 수 있었다.


청소 일의 또 다른 장점은 청소용품을 집으로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었다. 화장지나 각종 청소 용품을 집으로 들고 와 집안 살림에 보탬이 되기도 했는데, 그때마다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한 달간 청소 일을 하면서 나는 청소에도 기술이 있다는 것을 배웠다. 그리고 나중에 리조트나 호텔 등에서 청소 일을 할 때, 그 기술들이 유용하게 쓰였다. 무언가를 배우면, 그 일이 하찮게 느껴지더라도 결국 쓸모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엇보다도 청소 일을 하며 만난 인연들이 소중했다. 먼저 호주 생활을 경험한 형님들이 나에게 많은 조언을 해주셨고, 그 덕분에 호주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었다. 이 자리를 빌어 함께 청소일을 하며 고생하신 형님들과 동생 주환이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머리를 쓰는 일이나 청소를 하는 것이나 다 같은 공부인 것이다." - 도올 김용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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