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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용호 Oct 08. 2024

공부 그리고 일

공부 그리고 일


나는 아침 9시부터 3시까지 학원 수업을 들었다. 공부도 중요했기 때문에 일단 학원에 다니면서 하루를 시작했다. 수업이 끝난 후 집에서 잠시 쉬고, 저녁 6시까지 시티로 향해 나의 일터로 갔다.


저녁 6시부터 자정까지 설거지, 주방 청소, 그리고 마감 작업이 나의 일상이었다. 그나마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덕에 한 끼의 식사가 제공되었고, 비싼 레스토랑답게 내가 먹는 음식도 꽤 고급스러웠다. 나 혼자만 한국인이었기 때문에,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나의 모든 감각을 집중해 영어를 들으려 노력해야 했다.


내 주요 업무는 설거지, 주방 청소, 그리고 야채 다듬기였다. 이 레스토랑은 시푸드 레스토랑이라 해산물 요리가 많았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거대한 킹크랩을 다루는 일이 기억에 남는다. 내 임무 중 하나는 그 크랩을 죽여 요리하기 좋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렇게 나름 이곳의 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일이 끝나는 시간은 자정이었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은 호주인, 홍콩, 인도네시아 출신 등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었고, 그들 대부분은 호주에서 유학 중인 학생들이었다. 그 친구들은 나를 격려해주고, 위로해주었다.


“키친핸드 힘들지?” “아니야, 괜찮아.” 나는 태연한 척 말했다. “그래도 넌 참 대단해. 내 한국 친구들은 맥도날드 일도 못 구해서 난리인데, 넌 지금 오지잡 하고 있잖아. 그리고 시급도 괜찮고.”


“고마워. 일이 좀 힘들긴 하지만 열심히 할게. 잘 도와줘.”


‘그래, 일이 조금 힘들고, 뒤에서 설거지만 할지라도, 난 오지잡을 구했다.’ 예전 한인 식당에서 매니저가 나를 무시하던 때가 떠올랐다. 이제는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나 오지잡 구해서 시급 $20 받는다!"


힘든 하루였지만, 오지잡을 구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적응하려 노력했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면 한 시간이라도 영어 공부를 하기 위해 책상에 앉아 새벽 2시까지 공부하고 잤다.


‘아, 나 정말 열심히 산다.’ ‘그래, 지금 좀 힘들더라도 포기하지 말자.’ ‘언젠가 밝은 미래가 올 거야. 호주에서 더 큰 꿈을 꾸자!’


하루하루 나를 다독이며 나는 더 큰 꿈을 꾸었다.


"꿈을 지녀라. 그러면 어려운 현실을 이길 수 있다." – 릴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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