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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용호 Oct 09. 2024

오지잡의 기쁨은 잠시...

오지잡의 기쁨은 잠시...


달링하버로 4번째 출근을 하던 날, 나는 여느 때처럼 열심히 일하고 퇴근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헤드 셰프가 나를 불렀다.


“다니엘, 너 내일은 안 나와도 돼, 그냥 쉬어.”


나는 이 말을 그저 하루 쉬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그다음 날 다시 출근했을 때, 나는 짤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헉... 도대체 왜? 내가 무슨 문제를 일으킨 걸까? 실수를 했나?'


곰곰이 생각해 보았지만, 내겐 큰 실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데 있었다. 나는 영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셰프가 뭔가를 지시할 때마다 나는 눈치껏 행동했지만, 그게 때로는 틀리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그들의 기준에선 내가 실수를 자주 하는 사람처럼 보였을 것이다.


문제를 모르면 다시 물어봐야 했지만, 나는 그것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결국, 내 영어 실력 부족이 나를 이렇게 만든 것이었다.


그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달링하버의 밤거리가 너무나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다. 수많은 사람들이 즐겁게 오가고, 시드니의 알록달록한 건물들은 밤하늘에 비쳐 화려하게 빛났다. 그 풍경은 내 초라한 인생과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다시 청소일을 해야 하나? 이제 뭘 해야 하지?’


집에 도착한 후, 멍하니 앉아 고민했다. 그러다 통장을 확인해보았다. 앞으로 내가 얼마나 더 호주에서 버틸 수 있을지 계산해 보려던 것이다. 그런데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통장에는 4일 동안 일한 돈이 들어와 있었다. 약 $600이었다.


‘헉…’


$600은 내가 청소일로 하루 3시간씩 거의 한 달을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이었다. 그런데 그 돈을 나는 단 4일 만에 벌어들인 것이었다. 이 돈이면 한 달 동안 방세와 밥값을 걱정하지 않고 지낼 수 있었다.


'그래! 무조건 오지잡이다!'


그렇게 나는 다시 본격적인 오지잡 사냥을 시작했다. 우선 내 이력서를 수정했다. 4일간의 키친핸드 경력을 한 달 정도로 살짝 부풀렸다. 설거지 일이 힘들긴 했지만, 아직 영어 실력이 부족한 나는 손님들에게 주문을 받는 일은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주방 일을 더 구하기로 결심했다.


'이번에는 영어 때문에 짤리는 일이 없도록 주방에서 쓰는 영어를 확실히 공부해야지.'


그렇게 나는 각종 요리 재료 이름과 식기구 이름, 주방에서 주로 쓰는 영어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검트리에서 매일매일 이력서를 돌렸다. 그로부터 약 2주 후, 연락이 다시 오기 시작했다.


"실수는 발견의 시작이다." – 제임스 조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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