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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용호 Oct 12. 2024

키친핸드로서 살아남기

키친핸드로서 살아남기


매일매일 산더미치럼 쌓여있는 접시들


키친핸드란, 간단히 말해 설거지와 주방 청소 등 보조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직무다. 어찌 보면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 중 가장 낮은 계급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키친핸드가 없다면, 어느 레스토랑이든 절대적으로 시스템이 돌아갈 수 없다.


키친핸드가 없으면, 막내 요리사부터 일류 요리사까지 직접 설거지와 요리 준비를 해야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요리사들이 키친핸드로 일을 시작해 요리사가 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키친핸드를 무시하는 요리사가 있다면, 당당히 맞서라.


내가 일했던 레스토랑에도 수많은 셰프들이 있었다. 몇몇 셰프들은 정말 신사적이어서 키친핸드를 잘 챙기기도 했지만, 반대로 키친핸드를 무시하고 막 부려먹는 셰프들도 있었다. 뜨거운 프라이팬을 휙 던지고 가는 셰프들, 바쁘다고 나에게 이리저리 명령을 내리며 소리치는 셰프들도 있었다.


처음엔 아무것도 모르고 그들이 시키는 대로 했지만, 시간이 지나 화가 나면 나도 한마디 하게 되었다. 신기하게도 화가 날 때는 영어가 더 잘 나오는 것 같았다. 문법 따위 신경 쓰지 않고 막말을 하다 보니 평소보다 말이 더 술술 나왔다.


그렇게 나도 한 소리 하고 나면, 나를 무시하던 셰프들도 그제야 내 뜻을 알아듣곤 했다. 그 이후로는 서로 화내지 않고 좋게좋게 일을 할 수 있었다.


키친핸드 경력이 쌓이다 보면, 새로 들어온 셰프들보다 내가 더 짬밥이 센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키친핸드를 낮은 직업이라고 무시하는 사람이 있다면 당당히 맞서라. 맞서기 어렵다면, 그 직장은 때려치워라. 키친핸드를 무시하는 레스토랑과 셰프는 결코 잘될 수 없다.



키친핸드로 일하며 많은 위로를 받았던 영화가 있다.


이 영화를 통해 키친핸드가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았고,
내 일에 자부심을 갖고 즐겁게 일할 수 있었다.


호주에서 키친핸드로 고생하는 수많은 워홀러 여러분, 화이팅!!!


*모든 요리사는 키친핸드부터 시작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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