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우보드 파크
보드를 탄 지 한 달쯤 지났을까? 이제 나름 스노우보드를 꽤 잘 타게 되었다.
럭키와 레미도 나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이참에 파크에 도전하라며 나를 데리고 가곤 했다.
파크에는 여러 가지 장애물이 있었다. 키커(점프대), 레일, 박스 같은 다양한 시설들이 있었고, 그 위에서 묘기를 부리는 스노우보더들을 보니 나도 멋지게 보드를 타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부상이 잦았다. 하루에도 몇 명씩 팔, 다리를 다쳐 응급실로 실려가는 모습을 보았다.
물론 도전도 좋지만, 호주까지 온 이상 안전이 가장 중요했다. 보드 경력 9년차인 럭키 역시 여러 번 부상을 당해 무리한 도전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연습 끝에 묘기를 성공했을 때의 짜릿함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하며 도전할 만한 가치는 있다고도 했다.
럭키는 박스와 레일에 강했고, 레미는 키커에 강했다.
어느 날, 레미가 훈이를 데리고 키커에 갔었는데, 그날 훈이가 착지 도중 넘어져 응급실에 실려 갔다. 그 사고로 허리에 부상을 입은 훈이는 더 이상 보드를 탈 수 없게 되었고, 매일 내가 나가는 모습을 그저 부러운 눈으로 지켜봐야만 했다.
이처럼 호텔에 머무는 사람들 중 다치는 일이 간간이 있었다.
나 역시 처음에는 잘 모르고 박스와 레일에 도전했다가 심하게 넘어져 무릎에 큰 멍이 들고 발목을 접질린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두려움 속에서도 도전해서 멋지게 성공했을 때의 짜릿함은 정말 잊을 수 없었다.
최대한 부상을 예방하려고 무릎에 뽁뽁이를 감싸고 보드를 타기도 했고, 가방에 베개를 넣어 보드 탈 때 가방을 메고 다니기도 했다. 실제로 그 가방이 나를 여러 번 지켜주기도 했다.
호주에서 도전도 좋지만, 가장 중요한 건 건강하게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
겁쟁이 소리를 듣더라도 무리한 도전은 하지 않았다. 멋지게 보드를 타는 것도 좋지만, 내 건강이 최고다.
"다치기 전까지는 건강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른다." – 토마스 풀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