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자료만 잘 써도 중간은 갑니다
연구나 보고서 작성을 위해 자료를 찾다 보면, 때로는 제목만 보고 선택할 때가 많습니다. 그럴듯하고 흥미롭게 보이는데, 막상 들여다보면 우리가 필요로 하는 정보와는 거리가 있죠. 나중에 보면 이것저것 모아둔 자료는 많은데 정작 쓸만한 자료가 없는 상황이 펼쳐집니다.
사실 이런 시행착오는 자료를 찾고 분석하는 경험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줄어듭니다. 여러 자료를 접하다 보면 어떤 자료가 신뢰할 만하고 내 의도와 목적과 관련성이 높은지 판단하는 눈이 생기거든요. 오늘은 제 경험을 바탕으로 그 눈(효율적인 자료 선별 방법과 그 기준)에 대한 얘길 하고자 합니다. 좋은 참고자료에서 괜찮은 결과물이 나오는 법이니까요.
좋은 외면에 좋은 내면이 깃들..?
의외로 많은 분들이 자료를 검색하는 단계에서부터 좌절합니다. 찾긴 찾는데 이게 정말 도움이 되는 '좋은 참고자료'인지 감을 잡기가 참 어려운 거죠. 답은 간단합니다. 좋은 참고자료는 타이틀에 '누구를 대상으로, 어떤 방법을 써서, 무엇을 어떻게 알아볼 것인가'를 써두거든요. 대표적으로 논문이 그렇습니다.
참고자료를 찾고 나서 가장 먼저 살펴봐야 할 것은 자료의 기본적인 정보입니다. 저자의 신뢰성은 좋은 참고자료 여부를 판단하는 첫 번째 기준이 됩니다. 분야 전문성을 갖추었는지, 학문적 배경이 있는지, 소속 기관은 신뢰할 만한 곳인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통상 해당 분야의 교수나 연구원이 작성한 논문은 괜찮을 가능성이 큽니다. 다른 저작물에서 해당 저자의 이름이 자주 인용되는 것도 좋은 신호죠. 요즘은 저자의 전문 분야와 작성 내용이 일치하는지도 살펴보셔야 합니다. 내 분야가 아닌데 그럴듯하게 언급하는, 사짜들이 많거든요.
가급적 신상을 권합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이나 과학 분야에서는 얘기가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5년 이내의 자료면 신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오래된 자료라고 해서 무조건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가급적이면 10년은 넘기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초기 개념정의 이후에 지식과 통념의 변화가 생기는 경우가 많거든요. 10년이면 참 많은 게 달라지니까요.
다루는 매체나 기관도 중요합니다. 대학 출판부에서 출판된 자료는 학문적 성격을 띠며, 저명한 학술지나 출판사에서 나온 자료는 심사과정이 엄격하죠. 또한 공신력 있는 기관(예: 통계청, IMF, OECD 등)에서 발행한 보고서나 통계자료는 객관성과 정확성을 갖추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기본 정보들을 바탕으로 자료의 1차 선별을 진행하면, 시간을 절약하고 보다 효율적으로 필요한 정보를 찾을 수 있습니다.
공신력 있는 매체나 기관에서 발행한 최근의 분석 보고서? 일단 담아두는 게 현명한 선택입니다.
그래도 내면은 포기할 수 없어
자료의 외면, 기본 정보가 괜찮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참고자료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내면도 꼼꼼히 평가해야죠. 좋은 외면을 갖춘 자료라도, 내 질문에 직접적인 답을 주거나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하지 못한다면 과감히 제외하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여기서부턴 반드시 원문에서 필요한 부분을 확인하셔야 합니다. A자료에서 B자료의 문구를 인용해 왔는데 정작 B를 찾아보면 누락되어 있거나 엉뚱한 내용이 있는 경우가 많거든요.
사용 목적과 수준에 맞는 자료를 고르는 게 먼저입니다. 자료가 전문가를 위한 것인지, 일반 대중을 위한 것인지에 따라 내용의 깊이와 접근 방식이 다르거든요. 통상 전문가용이라면 매우 좁고 깊은 주제를 다룹니다. 대중을 위한 자료라면 폭이 넓은 대신 얕겠죠. 내가 만들 결과물에 견줘보면 쉽게 분류됩니다.
자료를 분류할 땐 해당 자료가 내가 읽은 다른 저작물들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보완적인지, 새로운 정보가 추가되었는지를 구분하는 작업도 병행해야 합니다. 온전히 부합하지 않더라도 필요한 부분은 발췌해서 쓸 수 있으니까요. 한 번씩은 자료 내에 인용된 다른 자료의 진위를 확인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인용된 정보가 왜곡되었거나 특정 목적을 위해 맥락을 자르고 발췌되었다면, 해당 자료는 폐기하는 거 좋습니다.
해당 자료가 객관적인 사실과 주관적인 의견을 명확히 구분하고, 편향되지 않은 정보를 제공하는 자료인가를 판단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경험상 서술된 문장이 중구난방이거나 필요 이상으로 어려운 단어를 사용한 자료들은 그렇게 균형 잡힌 자료들은 아니더군요. 반면, 간결하고 명확하게 정리된 문장은 좋은 자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연구 방법론이 명확하게 제시되어 있는지, 데이터 수집과 분석 과정이 투명하게 기술되어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실증 연구의 경우, 독립변수와 종속변수가 명확하게 정의되어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독립변수는 연구자가 의도적으로 변화시키는 변수이며, 종속변수는 독립변수의 변화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 알고 싶어지는 변수입니다. 이 두 변수 간의 관계가 논리적이고 명확하게 설명되어 있다면, 그 자료는 방법론적으로 신뢰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난 어딜 이용하는가
저는 참고자료를 쓸 일이 생겼다 하면, 일단 국내외 유명 대학들의 박사급 논문을 찾습니다. 엄격한 심사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믿을만하고, 분석 또한 깊이가 있습니다. 전문가들의 검증을 거쳐 학문적 가치를 인정받은 자료니 실무적 연결고리만 잘 설정하면 활용도가 높습니다. 해당 분야의 중요 연구들 역시 참고문헌 목록에 있으니 앎의 폭을 넓히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다소 어려워서 여러 번 읽어야 할 때도 있긴 하지만요.
학술지나 전문지의 아티클도 아주 유용한 소스입니다. 특히 학술지는 특정 분야의 최신 연구 결과를 빠르게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그리고 UN, OECD, World Bank 등과 같은 국제기구에서 발행하는 보고서나 Deloitte, Mckinsey, HBR 같은 조직의 보고서도 많이 참고합니다. 다루는 데이터의 폭이 넓고 특정 산업이나 사회 현상에 대한 거시적인 트렌드나 심층적인 분석, 정책 제언 등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아 다른 시각을 얻는 데 도움이 됩니다. 한국은행이나 국회 입법조사처, 한국노동연구원 같은 국책기관 보고서도 무척 감사히 활용하고 있습니다. 국가 공식 통계자료도 마찬가지고요.
하는 일이 분석이다 보니, 이러한 자료들을 활용할 때 데이터의 출처와 정합성, 방법론과 변수에 많은 신경을 씁니다. 연구에서 사용된 데이터가 신뢰할 만한지, 독립변수와 종속변수가 명확히 정의되어 있는지, 그리고 둘 사이의 관계가 논리적으로 설명되어 있는지 꼼꼼히 살펴봅니다. 좋은 데이터를 가지런히 모아 변수 간의 관계를 명확하게 설명하는 참고자료는 제가 만드는 자료의 타당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데 엄청난 도움이 됩니다.
결과물이 별로일 땐 참고자료부터
좋은 참고자료의 활용여부는 결과물의 성패를 좌우합니다. 양질의 참고자료를 적절히 배치만 해도 중간은 가거든요.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물을 접했을 때 참고자료를 보면 대충 각이 보입니다. 이걸 이렇게...(말잇못)
자료의 기초 정보(저자, 출판일, 발행 매체/기관)와 내용(독자층, 목적, 방법론, 변수, 범위, 서술 방법)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안목을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 분야에서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발행한 최신 자료, 전문가들의 검증을 거친 학술 논문, 객관적인 데이터를 포함한 국가 통계 등은 꾸준히 읽어보세요. 당장의 활용에서도 유용하지만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처음에는 어렵고 막막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막막한 게 정상이니 조바심 내지 말고 천천히 해보시길 권합니다. 정말 이건 무작정 조금씩 해보는 게 답입니다.
그럼 다음 회차에 뵙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