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 AI 에이전트 구축기_EP2-1
안녕하세요. 인사하는 데이터분석가입니다. 어느덧 네 번째 에피.. 아니 2-1이군요. 이번 회차에선 앞선 회차 말미에 언급했던 '역할 설계와 협업 구조'를 자세히 다뤄볼까 합니다. 정말 중요한 부분이거든요.
나의 AI팀에게 바라는 한 가지
우리 회사 임원 회의에서 지난 3년간의 국내 500대 기업의 임직원 연령 분포 변화 자료(아래 그림. 신입사원보다 부장님이 많아졌다는 그 데이터)가 올라왔다고 가정해 봅시다. 인사담당 상무가 이 자료를 언급하면서 '우리는 사정이 낫다'라고 말합니다. 여러분이 CEO라면 아마 이런 질문들을 떠올리시겠죠.
"이 데이터가 우리에게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3년 뒤, 5년 뒤 우리는 어떤 모습일까?"
"가장 시급하게 대응해야 할 잠재적 위협은 무엇이며, 그것을 어떻게 기회로 전환할 수 있을까?"
리더의 질문은 언제나 '그래서 무엇을(So What?)'으로 귀결됩니다. 핵심 인재의 역량은 'So What?'에 대한 대답의 수준으로 결정되죠. 데이터가 말하는 사실 이면에 숨겨진 맥락을 읽어내고 미래를 위한 행동 계획을 제시해야 합니다. 이 도표는 지금 당장은 수십 년의 노하우를 가진 시니어 인력 덕분에 조직의 경험 자산이 풍부해 보이지만, 시니어 인력이 은퇴하면 조직의 핵심 지적 자본도 소멸하고, 그 공백을 메워야 할 중간 관리자 그룹(전체의 60.1%를 차지하는)은 준비 없이 리더의 역할을 수행하고 성과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이 지점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능력은 무엇일까요. 바로 '복잡한 사회 현상을 해석하여, 구체적이고 가치를 창출하는 비즈니스 솔루션으로 전환하는 능력'입니다. 우리는 바로 이걸 멀티 AI 에이전트에게 요구할 겁니다. 데이터를 정보로, 정보를 분석으로, 그리고 분석을 실행 가능한 통찰로 이끌라고 말이죠.
데이터를 비즈니스로 만듭시다
먼저 '통찰'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더 가다듬어야 합니다. 이전 회차에서 저는 통찰을 '흩어져 있는 정보들을 의미 있는 맥락으로 종합하여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패턴이나 인과관계, 혹은 미래의 가능성까지 찾아내는 과정'이라고 정의했었죠. 통찰은 찰나에 얻어지는 번쩍임 같은 영감이 아니라, 다음과 같은 단계를 거쳐 구축되는 논리의 결과물입니다. 앞선 데이터에 맞춰 통찰의 정의를 단계별로 구체화시켜봅시다.
1단계 : 정보 (Information) - "무엇이 보이는가?"
앞서 제시된 도표를 보고 "우리 조직의 인력 구조가 고령화되고 있다. 신규 입사자보다 시니어 직원이 더 많아지고 있다"라고 말하는 수준입니다. 이는 사실(Fact)의 확인이며, 모든 분석의 출발점이지만 그 자체로는 어떤 행동도 이끌어내지 못합니다.
2단계 : 분석 (Analysis) -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며,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가?"
정보를 파고들어 원인과 결과를 연결하는 단계입니다. "저출산과 정년 연장이라는 사회적 추세가 기업의 인력 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경험 자산이 풍부해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시니어 인력의 대규모 은퇴 시점에 조직의 핵심 역량이 급격히 약화, 혹은 소멸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진단하는 것입니다. 이 단계에서 현상이 문제로 인식되며 행동의 필요성이 도출됩니다.
3단계 : 통찰 (Insight) - "따라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분석된 문제를 비즈니스 기회로 재정의하고,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조직 핵심 역량 소멸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조직의 리더십 체계를 재편한다. 첫째, 시니어 인력의 암묵지를 형식지로 전환하고 이를 조직 자산화하는 '캡처링' 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 둘째, 자신보다 경험 많은 팀원을 이끌어야 하는 중간 관리자들에게 필요한 '리더십 역량'을 정의하고 육성해야 한다. 셋째, 시니어 인력들이 은퇴 이후에도 자신의 지혜를 전수하는 '멘토 및 컨설턴트'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경력 및 보상 제도를 검토해야 한다."
이처럼 '정보 → 분석 → 통찰'로 이어지는 논리의 흐름은 데이터를 비즈니스 솔루션으로 가공해 줍니다. 이를 위해선 주어진 데이터를 더 넓은 사회적, 경제적 맥락 속에서 해석하는 능력, 도출된 리스크를 새로운 가치 창출의 기회로 재구성하는 능력, 추상적인 방향을 구체적이고 측정 가능한 실행 계획으로 전환하는 능력이 요구될 겁니다. 지금부터 우린 그걸 에이전트 조직도로 구현할 거구요.
조직도의 중심 : '프로젝트 매니저' 에이전트
이전 회차에서 멀티 AI 에이전트에 '프로젝트형(관리자-기획가 패턴)' 협업 구조를 채택할 거라 말씀드렸습니다. 프로젝트형 협업 구조에선 전체 프로젝트의 목표를 명확히 인지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업무의 흐름을 총괄 지휘하는 역할이 중요합니다. 필드에서도 그렇지만 'PM'이 프로젝트의 중심을 잡고 가야 일이 되거든요. 책임이 무겁다 보니 사회 현상 분석이나 교육 과정 설계 같은 전문적인 작업을 맡기진 않습니다.
업무 지시 및 분배 : 가장 중요한 역할입니다. 예를 들어 "지식의 절벽 리스크에 대응하는 HRD 솔루션 개발"이라는 추상적인 목표를 받으면, 이를 '현상 분석 → 전략 수립 → 세부 계획 설계'와 같은 하위 과업들로 나눕니다. 그리고 각 과업을 구체화시켜 다른 에이전트들에게 내려줍니다.
프로젝트 현황판 관리 : 프로젝트의 모든 정보를 담는 '게시판'을 관리합니다. 각 에이전트가 생성한 결과물이나 참고해야 할 정보가 기록됩니다. 덕분에 모든 에이전트는 기록된 정보를 참고하여 과업을 수행하고 협업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업무 흐름 제어 : PM 에이전트는 정해진 순서대로만 일을 시키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사회 현상 분석가'가 보고서를 제출하면, 곧바로 다음 단계로 넘기는 대신 먼저 '비판적 검토자'에게 보내 품질 검증을 거치도록 합니다. 만약 검토 결과가 좋지 않으면, 분석가에게 다시 수정을 지시하는 등 상황에 따라 일의 흐름을 유연하게 제어합니다. 이는 전체 프로세스의 품질과 신뢰성을 극대화하는 장치 역할을 합니다.
조직도의 팔다리 : 각 분야의 전문가 에이전트
중심을 잡아줄 PM 에이전트를 결정했으면 각자의 전문 영역에서 최고의 역량을 발휘할 에이전트들을 구성합니다. 앞서 주어진 데이터를 더 넓은 사회적, 경제적 맥락 속에서 해석하는 능력, 도출된 리스크를 새로운 가치 창출의 기회로 재구성하는 능력, 추상적인 방향을 구체적이고 측정 가능한 실행 계획으로 전환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했었죠? 각각의 능력을 에이전트로 구현시키는 단계입니다.
사회 현상 분석가 (Social Trend Analyst) : 주어진 데이터를 더 넓은 사회경제적 맥락에서 해석
역할 : 거시 경제와 사회학적 데이터 분석에 능통한 꼼꼼한 연구원
책임 : 데이터를 심층 분석하여, 근본 원인, 2차 파급 효과, 미래 전망을 포함한 분석 보고서를 작성
구체화 : 분석가 에이전트에게는 단순히 데이터를 요약하는 것을 넘어, '경험의 역설'과 같은 특정 분석 프레임워크를 적용하고, 분석 결과를 '리스크'와 '기회'의 관점에서 서술하도록 지시합니다. 이는 현상 혹은 데이터를 조직의 의사결정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정보로 가공하는 과정입니다.
HRD 전략 기획가 (HRD Strategy Planner) : 도출된 리스크를 새로운 가치 창출의 기회로 재구성
역할 : HRD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비즈니스 가치 모델을 구상하는 전략가
책임 : '분석가'의 보고서를 바탕으로, 조직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1~2개의 차별화된 HRD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기대효과와 함께 제시
구체화 : 구체적이고 현실 가능한 HRD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생성하도록 유도합니다. 짜여진 프레임워크(예 : 문제 정의, 목표 설정, 솔루션 개요, KPI 등)에 맞춰 재구성하도록 지시합니다.
- A 제안 : 시니어 인력의 암묵지를 체계적으로 발굴, 문서화, 전수하는 지식 캡처링 프로그램.
- B 제안 : 시니어 팀원을 동기 부여하고 성과를 창출해야 하는 중간 관리자를 위한 리더십 개발 프로그램.
- C 제안 : 정년 이후에도 필요한 시니어 인력을 사내 컨설턴트나 전문 코치로 활용하는 경력 및 보상안.
교육 과정 설계자 (Curriculum Designer) : 추상적인 방향을 구체적이고 측정 가능한 계획으로 전환
역할 : 학습 목표 달성에 초점을 맞춘 실용적인 교육 프로그램 개발 전문가
책임 : '기획가'가 제시한 아이디어 중 최종 선택된 하나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교육 과정 설계안을 작성
구체화 : 다양한 교수설계 모델을 활용하여, 학습 목표, 모듈별 상세 내용, 교육 방법, 성과 측정 지표 등을 포함한 종합적인 커리큘럼 초안을 도출합니다. 필요하다면 해외나 타사 모델도 참고하도록 지시합니다.
비판적 검토자 (Critique Agent) : 생성된 결과물을 의도적으로 검토하게 만드는 장치
역할 : 모든 결과물을 회의적인 시각으로 검토하며 논리적 허점이나 잠재적 편향을 찾아내는 레드팀
책임 : 각 에이전트가 제출한 결과물의 논리적 타당성, 데이터 기반의 근거, 잠재적 리스크, 표현의 명확성 등을 검토하고 구체적인 개선 의견을 제시
구체화 : 철저히 비판적 사고의 원칙에 따라 움직입니다. "이 결론은 제시된 데이터만으로 완전히 뒷받침되는가?", "이 전략이 실행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은 무엇인가?"와 같은 질문을 던지도록 지시합니다.
워크플로우 시뮬레이션 : 한 편의 보고서가 완성되기까지
PM과 전문 에이전트들이 구성되었다면 얘들이 실제로 어떻게 결과물을 만들어내는지, 그 과정을 단계별로 시뮬레이션해봅니다. 참고로 모든 과정은 PM 에이전트가 관리하는 '게시판'을 중심으로 이루어집니다.
1단계 : 프로젝트 착수
사용자가 시스템에 연령 분포 도표와 함께 "이 현상을 분석하고, 우리 회사에 적용할 수 있는 HRD 솔루션을 개발해"라는 프롬프트를 입력합니다. PM 에이전트는 이 목표를 '게시판'에 기록하고, 주어진 도표를 분석하기 위해 사회 현상 분석가 에이전트를 호출합니다.
2단계 : 현상 분석 및 1차 검토
사회 현상 분석가는 연령 분포 데이터를 면밀히 읽고 분석 결과 보고서를 작성하여 제출합니다. PM은 이 결과물을 수신하고, 검증을 위해 비판적 검토자에게 전달합니다. 비판적 검토자는 보고서의 논리적 허점 등을 지적하는 검토 의견을 전달합니다.
3단계 : 검토 및 조건부 기록
PM이 비판적 검토자의 의견을 수신합니다. 검토 의견이 '핵심 데이터 해석 오류'처럼 심각하지 않다면(심각하면 재작업 지시), '게시판'에 결과물을 기록하고 HRD 전략 기획가를 호출합니다. 이 과정에선 수준 이하의 결과물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않도록 통제합니다.
4단계: 전략 수립 및 사용자 개입(선택)
HRD 전략 기획가는 분석가의 수정보고서를 바탕으로 HRD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생성, PM에게 제출합니다. (선택사항) 이때 PM은 사용자에게 기획가가 생성한 아이디어를 제시하며 어떤 방향으로 구체화할지 선택하도록 요청할 수 있습니다. 1~2개 정도의 아이디어라면 교육과정 설계로 넘겨도 문제는 없습니다.
5단계: 상세 설계 및 최종 보고
PM은 아이디어를 '게시판'에 기록하고 마지막 전문가인 교육 과정 설계자를 호출합니다. 교육 과정 설계자는 아이디어를 상세 커리큘럼으로 설계하여 제출합니다. 이 결과물 역시 비판적 검토자의 최종 검토를 거칩니다. 모든 단계가 완료되면, PM은 '게시판'에 기록된 모든 에이전트의 결과물을 취합하고 재구성하여 하나의 완성된 최종 보고서를 생성, 사용자에게 전달합니다.
상황에 따라 약간의 변동은 있겠지만 아마 이렇게 구현될 겁니다. PM 에이전트에게 최종보고서를 맡길 수도 있지만 별도의 에이전트를 할당할 수도 있고 각 에이전트의 역할이 조금씩 가감될 수도 있습니다. 새로운 에이전트가 들어갈 수도 있구요. 이 시점에서 이렇게 한 번 정리해 두면 시스템 설계도는 한층 또렷해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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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 AI 에이전트엔 우리의 전문 분야에서 문제를 정의하고, 정보를 수집하며, 대안을 평가하고, 최종 결론에 이르는 사고의 흐름이 들어갑니다. 세련된 아키텍처나 최신 AI 기술도 중요하겠지만 시스템의 구조와 각 에이전트의 역할, 프롬프트에 녹여낼 여러분의 '도메인 지식(Domain Knowledge)'이 시스템의 완성도를 좌우할 겁니다. 물론 그 지식이 기획 단계에서부터 반영되어야 제대로 위력을 발휘할 거고요.
수고하셨습니다.
그럼 다음 회차에 뵙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