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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잉지 Jun 17. 2019

습관

#008



너의 사소한 습관

(아침에 마시는 라테엔 설탕 한 스푼)


너의 사소한 기억

(고등학교 3학년 때 처음 술을 마셨다)


너의 사소한 취향

(좋아하는 음악은 재즈와 블루스)


너의 사소한 버릇

(긴장이 되면 손톱을 물어뜯는다)


너의 사소한 실수

(가끔 칫솔에 치약 대신 클렌징 폼을 짠다)


너의 사소한 특징

(눈 밑에 작은 점이 있다)


너의 사소한 바람

(주말엔 열 시까지 늦잠을 자고 싶다고 한다)


너의 사소한 강박

(글씨를 틀리면 자꾸 노트를 찢는다)


너의 사소한 취미

(토끼풀 밭에서 네 잎 클로버 찾기)


너의 사소한 약점

(맛있는 거 사준다고 하면 금방 화가 풀린다)

 



     



아주 사소해서 전혀 사소하지 않은 너를 기억하는 것이 나의 습관.

티끌 같은 사소함으로 너를 좋아하는 것이 나의 취향.

사소한 것들로 만들어가는 너의(나의) 기억.


누군가를 알아가는 것, 작은 습관을 기억하는 것, 그 우주의 일부가 되는 것.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일.












유난히 시시껄렁하네요. 송구합니다. (...)


좋아하는 사람들의 사소한 습관이나 취향을 기억하는 걸 좋아해요. 가끔 무서워하는 사람도 있던데요... 그냥 좋아서 그러는 겁니다. 책이나 음악이나 보라색이나 기차나, 뭐 그런 걸 보면 떠올리려고요. 즐겁거든요. 당신께 편한 방향으로 찻잔의 손잡이를 돌려두거나 뜬금없는 작은 선물을 사는 일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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