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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구라구 Aug 26. 2024

조상우,
그가 키움에 남아야했던 이유

이번시즌, KBO는 '조상우 트레이드'이야기로 상당히 후끈했다.


'셀러'를 선언한 조상우의 행선지에 대하여 설왕설래가 오갔고, 실제 몇 팀은 조상우 트레이드에 상당히 관심을 가지고 대놓고 카드를 맞춰보고 있다는 이야기가 기자들의 입에서 오가기도 하였다. 심지어 조상우 본인도, 다른 선수들에게 '어디로 가냐'라는 질문을 대놓고 받을 정도로 많은 가능성이 제기되었었다.


그러나 마감시한까지 그가 다른 팀으로 간다는 뉴스는 뜨지 않았고, 결국 그는 키움 히어로즈에 남게 되었다. 


왜, 사실상 키움 히어로즈 유니폼을 반 이상은 벗었다고 생각이 들던 그가 남게 된 것 일까?


아래 글에서, '바이어'구단들이 가졌을 의문을 통하여 그의 잔류 이유를 풀어나가보도록 하겠다.





1, 3라운드 지명권과 유니폼을 바꿔입은 김휘집.



'적당한가?'


조상우 트레이드 전, 키움은 이미 한 차례의 '빅딜'을 시즌 중 진행했던 바가 있다. 


바로 국가대표 내야수 김휘집과 1, 3라운드 지명권을 맞바꾼 것. 


이 트레이드가 시사하는 바는 생각보다 거대했다. 이 트레이드가 곧 '조상우 트레이드 가치'의 기준점이 되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었고,


비록 장래가 유망하다고는 하나 아직 보완점이 많이 요구되며, 미필인데다가 키움의 입장에서는 중복자원으로 판단되었던 김휘집의 가치가 1라운드, 3라운드 지명권 두 장으로 평가될 정도라면,


군필에, FA가 1년 넘게 남았으며, 150을 넘게 뿌리고 키움 입장에선 헐거워진 불펜의 거의 몇 안되는 믿을맨인 조상우를 키움이 어떤 선상에서 출발 시켰을지는 감히 상상 할 수 조차 없다.


특히 이번시즌 드래프트 투수풀이 역대급 풍작으로 평가받고 있고,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저평가 받고 있지만 역시나 나쁘지 않은 야수풀이 동시에 출현한, '황금 드래프트' 중 한 자리에 차지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안우진의 복귀에 맞춰 수많은 유망주들을 수집하고, 새로운 시대를 천명한 키움의 입장에서 '상위라운드 지명권'은 눈이 뒤집힐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거기에 굳이 지명권이 아니더라도, 현재 뎁스가 이곳저곳 할 것 없이 헐거운 키움의 입장에선 즉전감 상위권 유망주를 데려오는 것도 충분히 군침이 돌았을 것 이라,


굳이 선수를 팔지 않아도 되는 키움과 협상을 하는 상대팀 입장에선 팀 내 최상위권 유망주에 지명권을 붙히는 것은 거의 '기본'으로 깔고가야 조상우를 원하는 수많은 팀 중에서 가장 우위를 점할 수 있었을 것 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휘집 트레이드로 사실상 조상우 트레이드의 기준점이 한없이 높게 잡혔다보니, 그 어떤 팀이라도 일단 장고를 거듭하거나 난색을 표할만한 키움의 요구가 있었을것은 불 보듯 뻔했기에,


타 팀 프런트 입장에서는 계산기를 두드리고 또 두드려도 '조상우가 과연 이 정도 가치가 적합한 것이 맞는가?'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못했을 것 이다.





KBO 10개 구단



'급한가?'



실제 조상우 트레이드에 관심을 나타냈던 팀은 기아, 삼성, LG, 한화 크게 4팀이 있었다고 알려져있다.


모두 가을야구 혹은 우승 경쟁을 노리는 팀들로서 불펜보강에 관심이 있을법한 팀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말 세세하게 뜯어놓고 봤을때, 이 팀들이 과연 '엄청난 반대급부를 내놓으면서까지 조상우를 데려와야했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면 멈칫할만 했을 것 이다.


가장 대표적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기아는 시즌초와 다르게 최지민/곽도규가 크게 흔들리고, 장현식이 들쭉날쭉한 모습을 보여주었으며, 최지민/곽도규/전상현/장현식/정해영으로 이어지는 안정적인 불펜 라인에 금이 가기 시작했는데,


여기서 정해영이 부상으로 이탈하며 조상우 영입전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달라붙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실제로 기아는 마지막 우승인 2017년, 히어로즈와의 마무리 트레이드로 우승을 거머쥔 전적이 있기에 기아구단 입장에서는 정말로 구미가 당길만한 트레이드 카드가 바로 조상우였고, 


실제로 최근 너무 자주 지명권 트레이드를 하여 지명권을 아끼자는 기조였던 기아가, 상부의 승인까지 받아서 지명권 트레이드도 불사하려 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졌고, 실제 트레이드 데드라인 직전 경기들에서 불안한 모습이 보인다면 여차하면 트레이드도 실제로 진행하려고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결국 기아는 트레이드를 진행하지 않았고, 이 이유는 후술할 조상우의 부상문제도 분명히 작용했겠지만, 가장 먼저 정해영의 재활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으며, 무너진 불펜에서도 군계일학으로 버텨주던 전상현의 존재와, 추가적으로 2군에서 올려 도움이 될 수 있을거라고 판단이 가능했던 몇 투수들이 존재했기에, 


기아팬들 사이에서도 조상우 트레이드에 대한 갑론을박이 있었고, 잠깐의 위기 이후 다시 팀이 괜찮은 성적을 이어나가자, 결국 구단은 조상우 트레이드에서 발을 빼게 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삼성도, 오승환이 흔들리고 있지만, 최근 발견되는 황동재, 최지광과 같은 기존자원들의 호투와 김재윤/김태훈/임창민등의 쟁쟁한 불펜들이 이미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3번'지명권을 팔기에는 아쉬웠을 것 이며,


LG 또한 유영찬/김진성이 버티고 있었고 곧 함덕주/정우영/박명근 등이 돌아오는 상황에, 최근 LG팜이 예년처럼 풍족하지 않다는 이야기도 돌고있기에 조상우에게 요구되는 트레이드 반대급부를 맞춰주기엔 부담이 있었을 것 이고,


마지막으로 한화도, 주현상의 존재와, 한승혁/이민우/김서현/박상원 등 기존 자원들의 의외의 선전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2번'지명권을 키움에게 지출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상황들로 미루어보아, '급하지 않은' 키움과 '급한가?'하는 의문을 계속 가져야만 했던 바이어들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았을 것도 분명해보인다.





역투하고 있는 조상우



'괜찮은가?'


선술했던 구단들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았을 것 이지만서도, 트레이드 이야기가 팬들 사이에서도, 구단들 사이에서도 절정에 이르던 7월 말, 조상우는 갑자기 2군으로 말소된다.


애초 선수의 2군 말소 후 트레이드 사례는 흔한일이라, (KBO규정에 따라 선수가 2군 말소되었더라도 트레이드 된다면 10일을 채우지 않고 바로 1군 등록이 가능하다.) 조상우도 결국 행선지가 정해진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돌았다.


하지만 키움은 '가벼운 어깨 통증으로 인한 말소' 라고 해명하였고, 실제로 선수가 직전 출전 경기에서 시즌처음으로 멀티이닝 투구를 진행하였고, 그때 약간의 무리가 어깨에 간 것이라는 추측 또한 돌았다.


그럼에도 팬들은, '일전에도 키움은 이런식으로 트레이드를 진행한 적이 있지 않냐'를 근거로 이 이야기를 루머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였고, 이 부상이 '바이어' 구단들로 하여금 생각보다 큰 부담을 주게되어 조상우의 트레이드가 엎어지는데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비록 가벼운 부상일지라도, 투수에게 '어깨'라는 부위는 본인의 선수 생명과도 같다. 이 어깨를 정말 심하게 붙잡았을때, 그 선수가 제대로 돌아온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에 따라 구단들은 투수들의 어깨에 상당히 예민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고, 심지어 본인 선수들도 아닌 상황이라 제대로된 메디컬 체크가 불가능한 선수에게 큰 대가를 지불하는 것은 어쩌면 리스크가 상당히 큰 도박으로 받아들여졌을 것 이다.


커다란 반대급부를 주고, 솔직히 '우승을 위한 정말 가장 꼭 맞는 조각인가?'라는 질문에도 확답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조상우가 부상을 가지고 경기에 뛰지 못하게 된다면, 팬들의 여론과 팀 분위기가 어떻게 되었을지는 불 보듯이 뻔히 보이고,


실제로 트레이드 마감시한 이후 조상우는 복귀 하긴 하였으나, 들쭉날쭉한 모습을 보이고 부상 재발로 말소되었다.





이번시즌, 키움에 잔류하게 된 조상우



위와 같은 이유들을 가지고 결국 조상우는 키움에 잔류하게 되었고, 만약 트레이드가 된다 하여도 그가 다른 유니폼을 입는 모습은 내년에나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일련의 사가들이 지나간 후 조상우는 1군에서 모습을 대놓고 드러내고있지는 않다.


결국 트레이드 되지 못한 이 선수에 대하여, 어쩌면 키움팬들은 프랜차이즈 스타를 지킨 것에 대한 환호성을, 다른 팀 팬들은 과도한 출혈을 막아낸 것에 대한 환호성을 지를지도 모를일이다.


다만, 투수가 점점 귀해지고 있는 KBO특성상, 분명 내년에도 불펜에서 확실한 상수가 되어줄 수 있는 조상우에 대한 문의는 빗발칠 것이 뻔하고,


키움이 그때, 이제 정말 FA가 1년도 남지 않은 조상우에게 어떤 가치를 부여하고 어떻게 구단의 방향을 가져갈지도 아직 오리무중이다.


과연 그때가 되어서 키움이 어떠한 태도를 보일지도 관심을 가져볼만 하고, 올해 조상우를 트레이드로 데려오지 않았던, 그에게 관심을 가졌던 팀들이 어떤 엔딩을 마주하게 될지도 관심을 가져볼만 할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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