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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암 Jan 02. 2025

경외심 - 대커 켈트너

항암을 하는 환우들을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눠볼까해서 오프라인 모임을 찾아봤지만 쉽게 찾을 수 없었다. 생각하건대, 각자 투병하느라 바쁜 나머지 여유가 없었거나, 암이 주로 고령층에서 걸리다보니, 온라인에서 모임을 개설하고 오프라인 모임을 참여하는게 흔치 않을 수 있겠다 싶다. 그러던 차에 트레바리라는 독서클럽을 알게되었고, 100여개가 넘는 여러 클럽 중에 마음에 드는 클럽 하나​를 찾아 가입했다. 이 책은 첫번째 모임의 선정도서이고, 그때 쓴 독후감을 이곳에 옮겨본다.


경외심 책을 읽으면서 ‘아, 나도 평소에 경외심을 자주 느꼈구나’라고 깨달았지만, 그 현상을 느끼면서 ‘경외롭다‘ 라고 말로 표현하지 않았었다. 경외로운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 대신, 저자가 이야기한대로, ‘이야’, ‘오오’, ‘아아’, ‘우와’를 많이 외쳤다. 하지만 이러한 감탄사들은 경외의 순간을 생생히 기억하고 저장하기에 부족했다. 경외심의 8가지 종류 (심미적 아름다움, 집단 열광, 대자연, 음악, 시각디자인, 종교, 삶과 죽음, 통찰)와 자세한 설명으로 경외로움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었고, 내가 경험한 최근의 경외로움들을 적어보면서 이 독후감 채워본다. 또한, 경외심을 느낄 때 능동적으로 ‘경외롭다’라고 말로 내뱉는 습관으로, 경외의 순간을 보다 빈번하고 생생히 기억하려 한다.

‘심미적 아름다움‘의 경외심: 책에서는 사람들이 주로 타인의 용기, 타인의 친절, 장애극복, 타인의 재능 등을 마주했을때 심미적 아름다움을 느낀다고 전한다. 나의 경외심은 타인이 아닌 나로부터 느낀 경외심이다. 특히, 나의 병 극복이다. 몇 달전 불연듯 찾아온 암은 나에게 큰 아픔을 주었다. 암 제거수술을 했고, 항암과 방사선 치료를 진행중이다. 암 진단 초기에는, 암이라는 존재 앞에 나의 육체와 정신은 빠르게 무너져 내렸다. 한참을 힘들어 하다가, 그 아픔을 글로 써내려가자 생각이 정리되었고, 마음이 단단해졌고, 육체적으로도 힘을 받았다. 이후, 나의 블로그 글들이 주변 지인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경외감을 느꼈다. 또한, 다른 암 환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겠고, 먼 미래에 나를 포함하여 나의 가족이 그 글들을 읽어봤을 때, 병을 잘 극복한 아빠로 비춰지고 도움이 되길 바란다.

’음악’의 경외심: 투병을 하면서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음악시간에 계이름을 보는 정도의 지식으로, 사십 중반에서야 배우는 피아노는 무척이나 재미있다. 2달 동안 매주 레슨과 매일 30분 이상 연습해 왔다. 피아노 연주는 언제나 나에게 평화로움을, 한편으로는 고도의 집중력을 가져다 주는데, 특히나 경외로운 순간들은 다음과 같다. 양손으로 눌리는 건반들로 멋진 음악이 만들어지는 것을 내 귀로 직접 들을 때이고, 잘 사용하지 않았던 왼손의 뼈 마디마디와 작은 근육들이 깨어나는 느낌을 받을 때이다. 언젠가 그랜드 피아노에서 근사한 연주를 해보는 꿈을 꾸어본다.

’삶과 죽음‘의 경외심: 단언컨대, 아내의 산통과 나의 두 아이들의 탄생을 통해 만들어진 경외로운 경험 중에 하나이다. 반대로, (감사하게도) 저자가 이야기 하는 가장 가까운 가족의 죽음을 경험해 보지는 않았다. 공유하고자 하는 나의 경외심은, 나는 나의 죽음이 가까울 수도 있겠다는 깨우침을 알았다는 것이다. 암을 투병하면서 막연했던 죽음이 생각보다 가까이 있을 수 있음을 깨닫고, 죽음의 의미는 무엇인지 보다 깊게 사고했다. 사고하면 할수록 살아있음에 감사하며, 주어진 삶을 보다 의미있고 가치있게 보내야 겠다는 다짐을 하게될 때 경외심을 느꼈다.

‘통찰’의 경외심: 행복은 평소에도 자주 느끼는 감정이였으나, 그렇게나 감사해 하지 않았고, 때로는 상황과 사람들을 증오했고, 스트레스 받으며 하루하루를 살았다. 암에 걸리고, 투병을 하고, 하던 일을 멈추고, 피아노를 치며 느끼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새로운 배움에 감사하고, 죽음을 깊게 생각하고 등등 여러가지들이 복합적으로 몇달 동안 격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어떻게 해야 나의 행복을 찾을 수 있는지, 또한 감사해 할 수 있는지 알게 되었다. 이 모든 일련의 경험들이 나에게 통찰로 다가온 것이 마지막 경외심이다.

앞서 언급한 독서토론 모임에서 참석한 다른 분들과 심도깊게 경외심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고, 생각지 못한 부분도 깨닫게 되었다. 이를테면, 경외심은 감정을 촘촘하게 남기는 방법 중에 하나라는 생각, 디지털화로 인해 8가지 경외심들이 새로이 수집, 분류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 때로는 경외심이 의도적으로 연출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 (예를 들면, 종교나 정치 지도자들이 단상을 높게 만들고 신도나 추종자들로부터 경외심을 이끌어냄), 그리고 경외심에 빨리 도달될 수 있도록 개인의 노하우를 개발하면 좋겠다는 생각 등을 함께 토의하였다. 또한 저자의 여러 유튜브 영상​들을 보면서 저자의 생각을 더 깊게 이해하고, 독자로 하여금 경외심을 깨닿고 변하였으면 하는 메시지가 있다는 것도 알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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