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봇 Aug 26. 2024

배가 불룩해요

2~3주 사이 만에 배가 불룩해졌다는 닥스훈트가 내원했다. 다른 증상은 없으나, 기력이 없어 스스로 서지 못한다. 배에서 딱딱한 것이 만져진다. 일단 복부 방사선과 복부초음파, 혈액검사를 진행했다.


방사선 사진을 보니, 알 수 없는 커다란 덩어리가 배를 꽉 채우고 있다. 불길하다. 초음파를 보니 비장 유래인 듯한 종양 덩어리가 그 작은 몸속에 가득 차 있다. 


"아니, 이럴 수가 있나..?" 다른 선생님들도 놀란다.


보호자님과 상의 후 CT를 촬영했다. 결과는 더 절망적이다. 심장 쪽에도 전이 가능성이 있고, 여러 가지 정황 상 비장 유래의 혈관 육종(hemangiosarcoma)이 의심된다. 악성 종양 가능성이 크다. 이미 배 쪽을 지나는 대동맥 혈관에 맞닿아 있어서 수술도 어려워 보인다.


진료실에 들어가기 전 호흡을 가다듬고 보호자님께 하나하나 설명드린다. 보호자님은 담담하게 듣고 계신다. 알 수 없는 표정이다. 수술 후 항암을 해도 예후가 좋지 않을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그래도 할 수 있는 것은 뭐라도 하고 싶어요."


내일 수술을 진행하기로 했다. 입원을 진행하며, 필요한 처치를 하고 밤 사이 모니터링해야 하는 것들을 꼼꼼히 작성해 둔다. 내일까지 무탈하길 바라며 퇴근했다. 내일 꼭 보자!!.     




하지만, 밤사이에 저혈압이 지속되었다. 아무래도 배 안의 종양이 큰 혈관들을 막고 있었던 것 같다. 혈압을 올려주는 약물들의 용량을 높이고, 종류를 바꾸어봐도 반응 없다. 결국 아이는 버티지 못하고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출근하자마자 보호자님께 전화를 드린다. 어제는 분명 담담해 보이셨는데.. 우느라 말을 잇지 못하신다. 이런 상황에 무슨 말이 위로가 되겠는가... 조금 더 일찍 알았으면 좋았겠지만.. 그런 말씀은 차마 드릴 수가 없다.  



이야기의 강아지 또는 고양이 이름은 가명입니다. 정보 보호를 위해 약간의 각색이 있을 수 있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침착할 수 없었던 그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