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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中年)

나를 위한 시간

by 어니스트 정

토요일 새벽 다섯 시.
재난 문자 알람 소리에 잠에서 깼다.
알람 소리에 겁이 나 방으로 들어온 아이로 방 안이 갑자기 좁아졌다.


한 번 깬 잠은 쉽게 돌아오지 않았다.

브런치 글을 뒤적이다 삼십 분쯤 지나서야 다시 잠들었다.


오전 열한 시.
아내는 카페에, 딸은 학원에, 막내는 축구하러 나갔다.

나는 빨래를 건조기에 돌리고, 바닥 걸레질을 하고, 이불을 털고, 옷을 정리했다.


그리고 핸드드립 커피를 내려 고구마와 함께 식탁에 올려두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중년의 삶은 늘 가족과 함께하지만, 가끔은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나’와 마주하는 시간, 내가 누구인지 점검하는 시간이다.

한 달 동안은 일에 파묻혀 살았다.


책임과 성과에 쫓겼고, 겨우 프로젝트를 마쳤다.
게다가 대상포진 소동까지 건강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이제는 자정 전에 잠자리에 들려고 애쓴다.


네이버 국어사전
중년 (中年) :마흔 살 안팎의 나이. 또는 그 나이의 사람. 청년과 노년의 중간을 이르며, 때로 50대까지 포함


‘중년’이라는 말은 처음엔 낯설고 무거웠다.


하지만 또래들의 글을 읽으며 용기를 얻고 있다.
소소한 이야기에 공감하며, 긍정적인 마음을 회복했다.

중년의 삶은 책임은 무겁고, 체력은 예전 같지 않고, 시간은 빠르다.
그래서 더 필요하다.


나만의 시간, 나를 점검하는 시간.

젊을 땐 앞만 보고 달렸다.
하지만 중년이 되어 깨닫는다.


방향을 확인하지 않으면 길을 잃는다는 것을.

나를 점검하는 시간은 인생 후반전의 내비게이션을 재설정하는 일이다.


지금 어디쯤 와 있는지, 어디로 가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나는 지금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나?”
“무엇이 나를 힘들게 하나?”
“정말 원하는 건 무엇인가?”


바쁜 일상에 묻힌 내 목소리를 듣는 시간.
그게 바로 나를 점검하는 시간이다.


결국 우리가 바라는 건 잘 사는 삶이다.

돈이나 성공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삶이다.


그러려면 나를 알아야 한다.
나를 위한 시간은 사치가 아니라 필수다.

이 황금 같은 토요일 아침이 다시 일깨워준다.


나를 위한 시간, 나를 점검하는 시간을 잊지 말라고.
그것이야말로 잘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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