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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파게티 해물짜장과 콩나물 삼겹살

나를 위한 식탁

by 어니스트 정

오늘은 아내가 회식이다. 퇴근길 오늘 저녁 시나리오가 그려졌다. 현관문을 열면 아침에 급하게 나간 흔적들이 그대로 널려 있을 거다. 식탁 위 밥그릇, 소파에 벗어던진 아이들 옷, 세탁기 앞 넘치는 세탁물까지.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가방을 내려놓자마자 식탁을 닦았다. 옷을 주워 담았다. 세탁기에 세제를 넣고 돌렸다. 그 사이 딸에게 전화가 왔다. 버스카드가 없단다. 학원 앞까지 픽업을 와달란다.


차를 몰고 학원 앞으로 갔다. 딸이 차에 올라타자마자 배고프다고 난리다. 나는 짜장면이 당기는데 아이들은 치킨을 사달라고 한다. 타협은 없었다. 치킨을 주문하고 아이들 저녁밥을 지었다.


허기가 몰려왔다. 아이들 밥그릇 앞에 숟가락을 놓아주며 문득 깨달았다. 퇴근 후 다시 출근한 셈이구나. 아침 8시 출근해서 저녁 6시에 퇴근했는데, 집에서 또 8시까지 일했다. 이게 맞나?


'나는 어디에 있지?'


이런 날엔 스스로를 대접해야 한다. 내가 무너지면 다 무너진다. 마음의 불똥이 아이들에게 튄다. 아내에게 튄다. 짜증이 말투에 스며든다.


냉장고를 열었다. 해물믹스, 짜파게티, 콩나물 한 줌, 냉동실 삼겹살. 오늘 저녁 메뉴가 정해졌다.

KakaoTalk_20250930_223959323_03.jpg 짜파게티 해물짜장

해물짜장을 만드는 데 15분이면 된다. 프라이팬에 아보카도 오일을 두르고 마늘과 파를 볶는다. 냉동 해물을 찬물에 담가 5분 해동한다. 해동한 해물과 짜장 후레이크와 함께 볶다가 짜장가루, 물 50ml를 넣고 소스를 만든다. 2분 삶은 면을 건져 소스와 볶는다. 청양고추 한 개를 썰어 넣으면 끝이다.

KakaoTalk_20250930_223959323_02.jpg 콩나물 삼겹살

콩나물 삼겹살은 더 간단하다. 원래는 숙주를 넣어야 하는데 콩나물로 대신했다. 찜기에 콩나물을 2분 찌고, 삼겹살은 소금과 후추로 간해서 마늘과 함께 볶는다. 다 익은 삼겹살에 콩나물을 얹으면 된다.


첫 숟가락을 뜨는 순간, 긴장이 풀렸다. 퇴근 후 집으로 다시 출근한 나를 위한 식사였다. 아이들은 치킨을 뜯고, 나는 내가 먹고 싶었던 짜장면을 먹었다.


보상은 나에게서 시작된다.


우리는 자꾸 나를 뒤로 미룬다. '너'를 먼저 살핀다. 아이들 배는 채웠는지, 아내는 불편하지 않은지, 내일 도시락은 준비했는지. 그렇게 '나'는 자꾸 사라진다.


그런데 내가 바로 서야 주변도 바로 선다. 내가 건강해야 가족이 건강하다. 내가 무너지면 식탁도 무너진다. 내가 짜증을 내면 저녁 시간이 전쟁터가 된다.


해물짜장 한 그릇이 나를 회복시켰다. 단백질과 채소까지 챙긴 저녁 한 끼가 퇴근 후 지쳤던 마음을 다시 일으켜 세웠다. 설거지를 하면서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내가 먹고 싶었던 걸 먹었으니까.


바쁜 당신을 위한 3줄 팁:

혼자 아이들 저녁을 챙기는 날엔 자기 것도 꼭 챙기세요

짜파게티+냉동 해물=15분이면 끝나는 근사한 저녁

나를 대접하지 않으면 짜증이 아이들에게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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