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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컨 김치볶음밥

아이들이 좋아하는 요리

by 어니스트 정

냉장고 문을 열었다. 어묵, 햄, 계란. 교회 가기 전 30분. 빠르게 계산이 돌아간다. 그때 막내가 부엌으로 들어왔다.


"아빠, 나 베이컨 김치볶음밥 먹고 싶은데."


손에 든 어묵을 도로 냉장고에 넣었다.


"알겠어, 맛있게 해 줄게."


아들은 흥얼거리며 소파로 가서 닌텐도를 한다. 원래 만들려던 요리가 있었다. 하지만 아들이 먹고 싶다고 하니 방향을 틀었다. 일요일 아침이라 시간 여유가 있어서 다행이다.


자녀는 나를 밑바닥까지 드러나게 한다. 어제는 숙제 안 한다고 소리 질렀다. 오늘은 먹고 싶다는 한마디에 기꺼이 움직인다. 하루에도 열두 번 온탕과 냉탕을 오간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 성장의 가장 강력한 연료는 자녀다.


베이컨 김치볶음밥. 첫째 딸과 막내아들이 둘 다 좋아하는 몇 안 되는 요리다. 딸은 파스타, 국수 같은 밀가루 음식을 좋아한다. 아들은 감자탕, 된장찌개 같은 한식을 찾는다. 둘의 취향이 갈리는 날이면 밥상을 두 번 차린다. 그러니까 이 요리는 우리 집에서 '합'이 맞는 메뉴다.


회사에서 잘 어울리는 안부장이 있다. 업무 스타일은 나와 다르다. 안부장은 꼼꼼한 것 같으면서도 허술한 구석이 있다. 나는 완벽주의 성향이라 내 것은 철저히 챙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우리는 합이 맞는다. 안부장의 무기는 사람이다. 누구와도 금방 친해지고, 분위기를 풀고, 갈등을 중재한다. 내가 완벽하게 준비한 자료를 안부장이 사람들 사이에서 부드럽게 풀어낸다. 나는 한번 좋아하는 사람에게 간도 빼준다. 안부장이 허술하게 놓친 부분은 내가 챙긴다. 서로 채우는 게 달라서 마찰 대신 시너지가 생긴다. 합이 맞으면 에너지가 덜 드는 게 아니다. 정확히는 에너지 소모 방향이 바뀐다. 에너지가 싸우고 조율하는 데 쓰이는 게 아니라, 일을 완성하는 데 쓰인다.

KakaoTalk_20250930_224010439_01.jpg 베이컨 김치 볶음밥

프라이팬을 달구고 아보카도 오일을 한 바퀴 두른다. 베이컨을 넣고 중불에서 2분간 볶는다. 이때 주의할 점이 있다. 베이컨은 너무 오래 볶으면 원래 크기의 3분의 1로 줄어드는데, 아이들은 작아진 베이컨을 보고 "아빠가 베이컨 적게 넣었다"라고 불평한다. 크기가 곧 양이라는, 아이들만의 수학이다.


볶은 베이컨은 일단 다른 그릇에 덜어둔다. 김치를 준비할 차례다. 고춧가루를 물에 한 번 씻어낸다. 너무 빨간 김치는 베이컨과 어울리지 않는다. 베이컨 크기로 썰고 물기를 꼭 짠다. 아까 그 프라이팬에 김치를 넣고 2~3분 볶다가, 밥과 굴소스 3분의 1 숟가락, 볶아둔 베이컨을 넣는다. 30초간 섞으면 완성이다.


분홍색 그릇에 담았다. 참깨를 뿌렸다. 그 위에 계란프라이를 얹었다.


"다 됐어!"


아들이 닌텐도를 내려놓고 달려온다. "아빠 최고!"



베이컨 김치볶음밥은 건강을 위해 가끔만 해준다. 베이컨의 나트륨, 김치의 염분 때문만은 아니다. 베이컨 김치볶음밥을 둘러싼 조건들이 자주 맞아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딸과 아들의 입맛이 겹치는 날, 내게 시간 여유가 있는 날, 아이가 먹고 싶다고 말하는 날. 이 세 가지가 동시에 오는 아침은 한 달에 한두 번이다. 하지만 일요일 아침, 아들이 먹고 싶다고 했을 때, 나는 주저하지 않았다.


합이 맞는 순간은 자주 오지 않는다. 그러니까 왔을 때 붙잡아야 한다. 딸과 아들이 동시에 좋아하는 요리. 그걸 만들 수 있는 시간. 먹고 싶다고 말하는 아들. 흔쾌히 만들어주는 나. 이 모든 조건이 일요일 아침에 맞아떨어졌다.


분홍색 그릇 속 볶음밥이 식기 전에, 아들은 숟가락을 들었다. 나는 설거지를 시작했다. 교회 출발하기 30분 전. 합이 맞는 식탁은, 가끔이라서 더 빛난다.


바쁜 당신을 위한 3줄 팁

• 베이컨은 2~3분만 볶을 것. 오래 볶으면 크기가 3분의 1로 줄어든다

• 김치는 고춧가루를 한 번 씻어내면 베이컨과 조화롭다

• 굴소스 3분의 1 숟가락이면 충분. 많이 넣으면 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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