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건강을 위한 분주함

요리

by 어니스트 정

나는 가끔 요리를 한다. ‘요리’인지, ‘음식’인지, 아니면 ‘반찬’인지 헷갈리지만, 그냥 요리라고 부르겠다. 얼마 전 유튜브에서 유방암을 경험했던 한 약사님의 이야기를 들었다. 식단 조절을 통해 건강을 회복하셨다는 내용이었는데, 나이가 들수록 무엇을 먹는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그분이 했던 말 중에 유난히 마음에 남은 구절이 있다. “암은 씨앗이고, 우리의 몸은 밭이다. 밭이 어떤 성분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암이 자랄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아내는 물혹이 많아 1년에 한 번씩 유방 추적 검사를 받고 있다. 최근에도 검사를 받았는데, 의사 선생님이 모양이 이상하다며 주사기로 뽑아내 보셨다. 대기실에서 우리는 마음을 졸이며 결과를 기다렸고, 간호사 호출에 들어간 아내가 다시 나왔을 때 “물혹이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들었다. 순간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2022년 국가암등록 통계에 따르면, 한국 여성에게 가장 흔한 암은 유방암으로 전체 여성 암 발생의 21.8%를 차지한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아내와 나의 건강을 위해 야채를 찜기에 쪘다. 고구마, 단호박, 당근, 브로콜리, 양배추. 볶지도 않고, 양념도 넣지 않았다. 단순하게 씻고 썰어 찜기에 올렸다. 사실 조리라기보다 준비 과정이 번거로웠다. 하지만 건강을 위해 바쁘다는 건 괜찮다고 김미경 강사가 말하지 않았던가. 오늘 아침은 그 말처럼 건강을 위한 분주함이었다.

왜 ‘찜’일까? 삶으면 물에 영양소가 빠져나가 버리기 쉽고, 볶으면 기름기가 늘어나 칼로리 부담이 커진다. 하지만 찜은 물에 직접 닿지 않아 비타민과 항산화 성분을 더 온전히 지켜준다. 또한 기름을 쓰지 않아도 채소 고유의 단맛과 풍미가 살아난다. 이렇게 찐 채소는 속은 부드럽고 소화가 잘 되어 우리 몸이 필요한 영양소를 흡수하기에 제격이다.

고구마와 단호박은 복합 탄수화물과 베타카로틴으로 혈당을 서서히 올리며 항산화 효과를 더한다. 당근은 눈 건강을 지켜주고, 브로콜리와 양배추 같은 십자화과 채소는 암 예방 성분인 설포라판을 풍부하게 담고 있다. 하루 한 접시의 채소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을 넘어, 몸속 밭을 기름지게 가꿔주는 것이다.


아내는 어제 회식이 있어 늦게 들어왔고, 지금은 해가 중천에 떴는데도 아직 자고 있다. 올리브와 약간의 녹차 소금에 간 이 된 브로콜리와 적색 양파를 베어무니 고소함과 담백함이 그지없다. 나는 혼자 아침을 먹으며 ‘지속적으로 이런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건강은 어느 날 갑자기 주어지는 선물이 아니라, 날마다 쌓아 올리는 작은 습관의 결과물이다. 찐 야채 한 접시가 주는 포만감 속에서 나는 건강한 중년을 향한 작은 약속을 다시 다졌다.


우리 나이에는 하루하루가 더 소중하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시간을 내어 채소를 씻고 찌는 단순한 과정은 나와 가족을 위한 확실한 투자일 것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