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대구수목원: 목련이 피면 봄이다.

-대구수목원의 봄이 시작되었다.

by 정온

▣목련이 피면 봄이다. 봄은 이때 사뿐히 고속열차에 올라탄다. 얼마나 빠른지. 꽃멀미를 느낄새도없이 마구 달린다. '목련이 피었나?' 하면 어느새 꽃송이들 툭툭 떨어지고 '벚꽃은 언제 피지?' 했는데 정신 차리면 벚꽃 진 지 옛날이고,, 그렇게 아쉬움만 가득 남긴채 봄꽃들 떠나보내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꽃달력을 만들자. 그리고 꽃 피는 날, 꽃 보러 가는 날에 크게 동그라미를 하자.



오 내사랑 목련화야~ 그대 내사랑 목련화야~ 희고 순결한 그대 모습 봄에 온 가인과 같고.


가곡 「목련화」의 가사다. 목련을 봄에 온 가인이라고 표현했다. 봄에 온 아름다운 사람. 찬바람을 헤치고 곱게 피어난 꽃송이가 얼마나 아름다웠으면 가인이라고 말했을까. 시인들은 정말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특별한 마음인 것 같다. 내가 아무리 흉내내려해도 내 기준에서 불가능한 경지를 달리고 있는 그들을 따라하기는 아무래도 버겁다. 하지만 시인의 마음을 읽어보려고는 노력한다. 그들이 있어 내 마음이 한껏 풍요롭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목련 시가 하나 있다. 윤보영님의 「목련」이다. 윤보영님의 시는 다 좋다.

목련꽃이 피었습니다.

이제부터

목련꽃처럼 맑게 웃던

그대 생각에

가슴앓이 시작입니다.






보들보들 솜털에 쌓인 목련 꽃눈. 목련은 꽃눈이 붓을 닮았다고 '목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목련이라는 이름은 '나무에 핀 연꽃'에서 유래되었다. 꽃잎이 크고 우아함의 상징인 연꽃을 닮았는데 물이 아니라 나무에서 핀다. '고귀함'이라는 딱 어울리는 꽃말을 가졌다.






대구수목원에는 꽤 많은, 그리고 꽤 많은 종류의 목련 나무가 식재되어 있다. 분수광장을 지나서 만나게 되는 목련나무들은 꽃이 흐드러지게 피면 목련숲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 앞에서 가만 서 있노라면 순간 조명을 밝힌 듯 환한 공간으로 변신하는 마법을 부린다.






목련나무 꼭대기에 직박구리 한마리가 있다. 직박구리는 시끄럽기로 소문난 새다. '삐이 삐이' 날카로운 울음소리는 목련이 부르는 다정한 봄의 노래와는 불협화음인 것 같아서 불편한 마음으로 한참을 쳐다보았다.






목련꽃은 그리움이다.

어느 4월 내가슴에 목련꽃을 피워놓고 훌쩍 떠난 그대!

그대를 잊지 못해 꺼내보는.

-윤보영.


하얀 목련이 필 때면 다시 생각나는 사람

그대 떠난 봄처럼 다시 목련은 피어나고

아픈가슴 빈 자리엔 하얀 목련이 진다.

-양희은.






목련과 별목련. 별목련은 별을 닮았다. 꽃잎이 크고 6장인 목련에 비해 별목련은 겹겹이 많은, 그리고 작은 꽃잎을 가졌다. 앙증맞다. 겹꽃을 좋아하는 나는 볼때마다 별목련이 너무 예쁘다. 그래서 내 폴더안의 목련 사진들은 별목련이 확연하게 많다. Magnolia Stellate.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목련꽃 그늘 아래서 긴 사연의 편질 쓰노라. -4월의 노래


목련꽃 그늘 아래서 편지를 읽든가, 편지를 쓰든가.. 시를 읽든가, 쓰든가.. 그러기에 딱 좋을 풍경이다. 그래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학창시절 목련꽃이 필때면 평소에는 쳐다보지 않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슬그머니 꺼내 들었다. 이해하기 어려워 머리를 절레 흔들면서도 꾸역꾸역 읽었고 보낼때도 없으면서 주절주절 편지를 쓰곤 했다. "목련이 피었어요. 주렁주렁 등불을 매달아 놓은 듯 제가 서 있는 목련나무 아래는 너무 환해서 멀리 있는 당신 소식마저도 비춰 줄 것 같아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나오는 한구절을 읊어드릴게요. 「내 영혼은 신기할 정도로 유쾌한 기분으로 가득하다. 마치 내가 온 마음으로 즐기는 달콤한 봄날 아침 같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봄의 표현인가요?"







목련이 피면 봄입니다.




-대구수목원은 나의 작은 놀이터.

-어느 해 3월 대구수목원.

-목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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