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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열일곱 "아이들이 이상해"

아이의 시선

by 글지은

큰 아이는 피아노를 쉬고 낮잠이 들었다.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는 사이 곤히 잠든 아이 옆을 순아씨가 지켰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아이가 잠에서 깨어나서 숙제할 것을 가져오며 중얼거렸다.

"요즘에는 선생님이 영어 숙제 안 내주셔."

학습지 선생님이 알파벳 쓰기 숙제를 안 내주시니 내심 아이는 기뻐하는 듯 보였다. 숙제를 하지 않으면 핸드폰 사용 시간을 늘릴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숙제를 하면서 아이가 말했다.

"엄마 요즘 내가 학교에서 어떤 거 같아? 잘 지내는 거 같아? 아니면 그저 그런 거 같아?"

나는 그럭저럭 지내는 것 같다고 대답해 주었다. 아이가 다시 말한다.

"요즘 애들이 더 이상해. 자기가 먼저 말 걸어놓고 내가 먼저 말했다고 거짓말해. 선생님한테 일러도 며칠 뒤면 똑같아. 학교가 이상해. 선생님은 정말 좋은데 애들이 참 이상해. 중학교 가면 더 힘들 것 같아."

아이의 말을 조용히 듣고 있지만 엄마인 내가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별로 없었다.


생각하고 생각해서 아이에게 건넨 한 마디.

"요즘 넌 충분히 잘하고 있어. 걱정하지 마!"

그리고 아이의 머리를 쓰담쓰담해주었다. 선생님은 생각보다 친구들과도 잘 지낸다고 하셨는데 마음이 다시 가라앉았다. 어떻게 해도 학교 내에 이야기에서 엄마가 해줄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다.

그저 남은 시간도 잘 보내주길 바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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