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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wa Seub Lee Nov 23. 2022

회사 몰래 아카이브를 털어보았다
(2)

1970~1980년대 대구경북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2. 온갖 약을 다 파는 약국


대구에 사는 옛날 어르신들이라면 '동산약국', '성안약국', '서문약국' 등 서문시장 인근의 유명 약국 이름을 한번쯤은 들어봤을 거다. 서문시장 옆에 '계명대 동산의료원'이라는 종합병원이 있었던데다 서문시장 자체가 대구 뿐만 아니라 경북 사람들까지 모으는 곳이어서(게다가 70년대는 대구가 '직할시'를 달기 전이었으니 더더욱) 유명한 약국들이 많았다. 마치 종로5가역 내리면 보령약국을 위시해 광장시장 인근에 많은 약국이 있는 것처럼 서문시장과 동산병원 주변 또한 그랬다.


당시만 해도 의약분업의 시대가 아니었기 때문에 감기나 배탈 같이 가벼운 병은 약국에서 조제한 약으로 버티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산간벽지의 경우는 약국조차 멀리 있던 시절이라 언감생심 병원은 꿈도 못 꾸고 밤이 되면 약국 문을 두드려 약을 지어가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나 또한 80년대생 도시 출신이라 이 부분까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어릴 때 기억나는 건 동네 약국에서 감기약을 지어줬던 것, 그리고 몇몇 약국은 어떤 병에 좋은 약을 판다는 소문이 있었다는 것 정도만 기억한다.


그래서일까, 옛날 매일신문을 들여다보면 약국 광고가 꽤 많다. 그 중 하나를 보자. 1971년 11월 23일 매일신문 4면에 실린 작은 광고다. 



지금은 없어진 적십자병원은 현대백화점 대구점 맞은편에 있었다. 각설하고, 이 약국은 피부병에 특화된 약국이었나보다. 의료보험의 개념조차 없어서 병원에 가면 비싼 진료비를 내야 했던 옛날에는 이런 약국에서 지어주는 약을 쓸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각 약국마다 특화된 분야가 있었다. 



아까 그 광고 옆으로 보면 대구 시내에 있는 한 약국은 관절염, 또 다른 약국은 코와 귀에 생긴 병, 경주에 있는 한약방은 위장병을 잘 본다고 광고한다. 지금이면 다들 서슬퍼런 의료법 등에 철퇴를 맞았을 광고들이다.


70년대 약국 광고를 보다보면 한 외국인이 우리나라의 성문화를 보고 했던 표현이 정확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는다. 


어떻게 아느냐고? 다음 광고를 보시라. 1970년 11월 20일자 매일신문 6면에 실린 작은 광고다. 



70년대 약국 광고를 보면 성병 약을 파는 광고가 생각보다 많은 빈도로 나타난다. 우리가 알기로는 70년대는 미니스커트도 못 입게 할 만큼 억압적인 시대 아니었나. 하지만 그 사이로 '별들의 고향'으로 시작해 '영자의 전성시대'로 넘어가는 소위 '호스티스 영화'가 넘쳐나던 시기이기도 했다. 성에 대해서 자유로웠다기 보다는 모든 성적인 것들이 음지에서 이뤄지는 걸 당연하게 여기던 시절, 당연히 병원에서 제대로 진료받기 보다는 약국에서 파는 적당한 약으로 때우던 시대였다. 다 안 하는 척 뒤에서는 잘 하던 전통은 이 때부터였을까? 훨씬 더 전이겠지. 


약국 광고는 80년대 쯤 되면 잘 보이지 않는다. 그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신문 광고 단가도 올라가는데다 약국과 같은 곳의 광고는 1단 1행 광고로 가는 경우가 많다보니 잘 눈에 띄지 않는다. 90년대 전국민 의료보험시대가 열리고 의약분업까지 시행되자 약국은 더 이상 광고를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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