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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wa Seub Lee Nov 23. 2022

집을 사기로 했다(10회)

부동산에 1도 관심없던 이의 내집마련 비망록

10. 균열의 시작


내가 집을 사려 할 때쯤 어머니는 한창 갱년기 증세로 힘들어하셨다. 특히 온 몸에서 느껴지는 열감에 꽤 고통스러워하셨다. 그 열감 때문이었을까 어머니는 점점 짜증이 늘기 시작했다. 가게에서는 어떠신지 모르겠지만 집에서는 작은 일에도 언성이 올라가셨다. 어머니 당신께서는 화가 난 게 아니고 짜증난 것도 아니고 그냥 이야기한 거라고 말씀하실 수 있겠지만, 받아들이는 아들의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울 때가 자주 있었다. 그걸 묵묵히 견디는 아버지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아버지를 존경하게 된 첫 순간이랄까.


그러던 중 일이 터졌다. 내가 살 새 집에 놓을 소파를 보러가기로 한 날이었다. 난 어머니가 왜 그 때 갑자기 짜증을 내셨는지 지금도 모르겠다. 평범한 날이었고, 단지 내 차가 조금 더러웠던 것 뿐이었다. 그리고 출발 전에 차 좀 닦고 다니라는 말을 하셨고, 그 때 내가 뭐라 했는지 기억은 안 난다. 그런데 어머니는 "핑계 대지 마라"고 소리를 치셨다. 내가 어머니의 뭘 건드렸는지 난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왜 그랬지?


처음부터 욕을 먹고 나가는 외출이 기분 좋을 리 없었다. 그렇게 입 꾹 다물고 운전해서 가는데 브레이크와 액셀이 곱게 밟히지 않았다. 그렇게 운전하다가 살짝 급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어머니는 "너 화 났냐"라고 물어보셨다. 그래서 "화가 났다"고 답을 했고 "그걸로 화를 내냐. 그러면 지금 어차피 제대로 볼 상황도 아니네"라며 차에서 내려버리셨다. 


더 웃긴 건 난 어머니를 잡지 않았다는 것. 바로 소파를 보러 가기로 한 리퍼브 숍으로 가서 소파를 봤고 마음에 드는 게 없어서 돌아오는 길에 한 가구매장에 들러서 가 봤더니 적당한 가격에 적당한 크기의 소파가 있어 그걸 계약하고 왔다. 집에 와서도 어머니는 왜 화를 내냐고 다그치셨고 나는 처음으로 왜 화를 내면 안되냐고 대들었다.


어쨌건 그 때의 일 때문에 어머니를 더더욱 벗어나고 싶어졌다. 어머니를 사랑하지만, 그 때 만큼은 뭔가 숨이 막혔고 나라는 존재가 질식당하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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