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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wa Seub Lee Dec 24. 2019

집을 사기로 했다(2회)

부동산에 1도 관심없던 이의 내집마련 비망록

2. 부동산 카페, 욕망의 용광로


이 연재글을 시작한 날이 하필 12월 16일, 그러니까 15억 초과 주택에 대해 대출을 제한하고 9억 이상 주택에 대해 LTV를 조정하는 등 고강도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날이었다. 아침에 출근해서 비는 시간에 후딱 한 편을 쓰고 난 뒤 오후가 되니 갑자기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나와서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니 파장은 매우 컸다.


집을 사야겠다 마음먹은 뒤 대구 부동산 카페에 가입했다. 12·16 부동산 대책이 나왔을 당시 나는 정회원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던데다 부동산에 대해서는 1도 관심이 없었던 터라 소위 '눈팅'도 하고 "난 돈이 별로 없는데 부동산을 장만할 수 있을까요"라며 푸념도 살짝 올리기도 했다. 그러다 12월 16일이 되고, 고강도 부동산 대책이 나왔다. 


대책 발표 뒤 가장 많이 들끓었던 곳은 '대구의 강남'이라 할 수 있는 수성구 방이었다. 일단 투기과열지구로 선정된 곳인데다 9억 초과하는 아파트도 적지 않은 곳이었기 때문에 내집마련 내지 투자 목적으로 이 곳에 집을 산 사람들은 이 대책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었을 거다. 대부분 올리는 글이 이런 느낌이었다. "암만 뭐라 그래 봐라, 돈 생기면 옷 사입나, 부동산 사지"


부동산 가격 하락을 걱정하긴 하지만 '정책 필패, 시장 불패'를 외치며 '부동산은 오른다, 누가 뭐래도 오른다'고 주문을 거는 사람들이 거의 대부분의 목소리를 차지했다. 이후에도 많은 게시물들이 '부동산 시장 필승론'을 부르짖고 있었다. 그 때 여러 게시물들을 보면서 기억에 남는 댓글이 하나 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발품 팔아 투자하는데, 불로소득? 웃기지 마라죠."


부동산 투자가 어떠한 생산품도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사실은 망각하고 그 대신 나의 욕망을 채우는 도구가 되어버린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곳이 '부동산 카페'였다. 내가 가진 것을 나누어 함께 가려는 생각 대신, 내가 더 좋은 곳에 살고 싶어하는 욕망이 우선하는 곳. 누가 그랬던가, 인간이 인간답게 살려고 하다가 괴물이 돼 간다고. 그걸 확인할 수 있는 곳이 '부동산 카페'였다. 


남 욕할 것도 없이 나 조차도 수성구 입성을 꿈꾸며 그나마 저렴한 곳을 알아보는 그런 인간이 되어가고 있기도 하다. 참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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